평안하신지요? 햅쌀을 나눠먹는 이웃들에게 감사와 안부 인사를 전합니다. 올 해 벼품종은 '삼광'입니다. 밥맛과 수확량이 모두 개선된 품종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수확량은 확실히 더 좋았습니다. 밥 맛의 차이는 워낙 미미하기도 하고, 개인마다 다 다르기에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품종과 상관없이 일단 햅쌀은 항상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맛있을 때 빨리, 맛있게 많이 드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올 해 논농사는 이렇게 지었습니다.


4월에 모를 키우는 일은 이웃마을 주하늬군이 모두 맡아서 챙겨주었습니다. 올 해의 큰 변화는 볍씨를 모판에 줄뿌림해서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한 구멍에 두세알씩만 떨어트려 키우는 폿트묘 방식으로 바꾼 것입니다. 폿트묘는 볏대가 더 크고 굵으며, 뿌리를 찢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손모내기에 더없이 적합한 방식이었습니다. 


5월, 논에다 유박으로 밑거름을 내고, 경운기 쟁기로 이틀동안 갈아엎었습니다. 밑거름은 혼합유박 권장 시비량의 절반 만큼만 넣었고, 따로 웃거름은 주지 않았습니다. 거름을 적게 넣으면 생산량이 줄겠지만, 밥맛이 좋고 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볏짚은 해마다 고스란히 논으로 되돌려주고 있습니다.


논둑을 더 쌓아 올리진 못했습니다. 대신 논둑의 옆면을 한 발 한 발 꾹꾹 눌러서 다져주었습니다. 내년엔 한 차례 더 쌓아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아빠가 논 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각자의 놀이를 하며 논 여기저기에서 잘들 놉니다. 물댄 논을 가는 일은 모내기 바로 전에 은사님이신 풀무학교 전공부 장길섭선생님께서 트랙터로 갈아주셨습니다. 


6월, 올해도 어김없이 홍동중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 백여명이 한꺼번에 논에 들어와 길다랗게 한 줄로 서서 손모내기를 했습니다. 손모내기에 필요한 모판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서, 일하다 말고 모판을 기다리기도 했답니다. 중요한 집안 일이라며, 10살 큰아들 여름군은 학교를 가지 않고 중학교 형들과 함께 두어시간 동안 모내기를 잘 해냈습니다. 둘째 딸 여울양도 오빠와 함께 모판을 씻어 정리하는 일을 잘 해주었습니다. 아, 수영도 중학생들 틈에 섞여서 모내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잘 해냈습니다. 일부러 멀리서 찾아와 준 미연, 무공, 스라 덕분에 뜬모도 손쉽게 잘 마쳤습니다.


7월, 우렁이를 넣어서 풀을 잡았습니다. 우렁이도 권장량에 절반만 넣었습니다. 


8월, 큰비바람 없이 잘 지나갔습니다. 논둑에 자란 풀을 두어번 베 주었습니다. 삼광은 추청과 달리 일주일정도 꽃피는 시기가 빨랐습니다.


9월에는 비가 적게 오고, 볕이 좋았습니다.


10월, 풀무전공부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추수를 했습니다. 벼베는 시기도 작년보다 일주일 앞당겨졌는데, 다행스럽게도 덕분에 햇볕과 바람에 벼널어 말리기가 수월했습니다. 벼를 다 말리고 난 이후부터 비가 자주 오고, 흐린 날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 해도 여러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한 해 농사를 잘 지었습니다.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름이네 농사일기 sonong.tistory.com에 오시면 한 해 농사를 어떻게 지었는지 사진으로 보실 수 있도록 올려두었습니다.  부족한 농부가 나누는 쌀입니다만 아무쪼록 귀하게 여겨주시기를, 맛있게 드시고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_2016년 입동지나고 최문철, 수영, 여름, 여울이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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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2016년 논농사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5월 6일. 숨은 여름 여울 찾기


5월 8일. 쟁기와 쇠바퀴 챙겨서 논으로 가는 길.


5월 9일. 갈아엎기 이틀째.


5월 12일. 다 갈아엎고 물 댄 논.


5월 20일. 풀 깍고 난 뒤, 논둑 위와 안쪽을 발로 자근자근 단단하게 밟아 주던 날. 아빠는 논 일하고, 아이들은 놀이하고.


더는 안되겠는지 신발을 벗고 들어가버렸으.


6월 2일. 오디 익을 즈음, 모내기 하기 좋을 때.


하늬군이 키워준 삼광 폿트묘. 키가 크고, 볏대가 굵다.


논에 들어가기전 1,2,3학년이 논둑에 한줄로 서 본다.


6월 3일. 모내기 하는 날. 알록달록 논에 비친 모습이 이쁘네. 올 해의 베스트 컷.


모내기 선수. 여름군. 중학교 언니들과 함께.


중학생 틈에 숨은 어영(수영) 찾기!


역시 (저 멀리) 3학년이 빠르네.


마지막 모내기를 대하는 3학년의 자세는 바로 이런거지.


빈자리를 챙겨서 뜬모를 하고 있는 훌륭한 이 친구는 바로 살구나무 2세!


얼추 끝나간다.


부족한 곳에 모를 날라다 주는 여름군. 훈훈하다 훈훈해.


오빠, 다씻은 모판 내려간다~ 받아~


6월 6일. 오미의 아이들; 무공 스라와 함께 뜬모하던 날.


6월 10일. 우렁이를 넣은 날.


6월 13일 깃동잠자리가 일제히 날아오르기 시작한 날


꾸깃꾸깃 꾸겨두었던 날개를 펴는 순간.


어떻게 이렇게 큰 몸이 작은 애벌레 몸집안에 들어있었을까?


6월 15일. 바람이 분다.


모내기 한지 이주일정도 지나니 모가 자리를 잡고 꼿꼿히 섰다.


6월 20일. 그사이 또 컸네. 열심히 새끼를 치는 (분얼)중


7월 21일. 한여름의 논 초록.


8월 13일. 뒤늦은 물떼기를 마치고


물을 다시 대주기 시작했다.


벼꽃이 피기 시작해서.


8월 28일. 한 여름의 하늘 파랑.


구름 좋으네.


벼꽃이 진지 며칠되었다고, 이삭이 벌써부터 고개를 숙이기 시작.


9월 12일. 논둑을 가로지르는 핑크핑크.


10월 10일. 바심(추수)하기 하루 전. 논둑을 단정하게 깍아주었다.


10월 11일. 바심하는 날.


가을의 색.


벼를 펴너는 어영.


10월 14일. 망밖으로 튕겨나간 나락을 챙겨주는 여울양.


벼 널기 마지막날. 날이 좋아 잘말렸다.


아빠 아빠, 내가 할게, 내가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