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논에서 찍은 사진들을 꺼내보면서

지나간 순간들을 되새겨 보려고 한다.


<1부. 논에서 보낸 우리 가족의 기록>


2011~2018

그 사이에 아이들은 많이 자랐고,

우리들은 조금 늙었다.


이어서 <2부, 기억하고 싶은 논의 빛깔> 과

<3부, 논농사의 재구성: 다른 시간, 같은 시기>를

차례로 정리할 예정이다.























이 사진은 아마도 민택기사진관이 찍은 사진을 다시 찍은 사진으로 기억한다.
































      제 논에서 논농사를 시작한지 삼년째. 첫해부터 홍동중학교 아이들과 함께 모내기를 해왔으니, 1학년때 모내기를 했던 친구가 올해는 3학년이 되어 모내기를 한 셈이네요. 갓골논에서 논배미와 함께 어린이집 아이들과 모내기를 할 때엔  그나마 이야기를 해주거나, 농요를 함께 부르면서 무언가 교감을 주고받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그런데 중학교 아이들이 한꺼번에 백여명이 논에 들어와서 모내기를 하자면 정말 정신이 없습니다. 큰소리, 잔소리를 하는 것도 열심히 참아야하구요.

       해마다 아이들과 함께 모내기를 하면서, '이 아이들에게 모내기 경험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떤 색깔의 추억일까?' 늘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아무 말도 듣지못하고, 무작정 논에 들어가서 모내기체험만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라는 홍순명선생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그저 모내기하는 논을 내주는 것만으로는 뭔가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도 하고해서 올해는 중학교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보았습니다. 그 편지가 바로 아래에 있는 편지입니다. 뭘 하나라도 더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고요, 그저 아이들 마음에도 모한포기 더 심겨졌으면 하는 마음에 몇자 적어서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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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도와줄 홍동중학교 친구들에게

    안녕하세요, 털보입니다. 이번 주 수요일에 모내기하는 논을 돌보는 사람이지요. 아마도 오다가다 한두 번쯤은 만나본 적이 있을겁니다. 모내기에 앞서 매번 고맙다고,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어 편지를 몇 자 적어 보냅니다. 재작년부터 손모내기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삼년 째이군요. 첫 해에 이웃 논 아저씨들이 지나가다가 말씀하시길, 애들이 모를 내서 어디 농사가 되겠어? 하셨지요. 그런데 그 해 가을에 오히려 결실이 잘 맺은 논을 보시고는 젊은 학생들이 손모를 내서 그런지 농사가 참 잘 되었다고 하셨지요.  손모를 낸지 둘째 해, 그러니까 작년에는 수확량이 첫 해보다 더 늘어서 여느 논만큼 수확량이 나온데다가, 수율도 아주 좋았습니다. 수율이 좋다는 것은 알곡이 실했단 이야기지요. 즐겁고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2, 3학년은 작년에 손모내기를 해 봤을 테고, 1학년 중에는 초등학교 때 해 본 친구도 있을 테고, 또 몇 명은 손모내기를 난생 처음 해보는 친구들도 있겠지요? 아무쪼록 먼저 해 본 친구들이 처음 하는 친구들을 도와서 즐겁게 모를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못줄이라고 아시지요? 못줄이 넘어가려면 그 줄에 모가 마지막 한포기까지 다 심겨져야 넘어가는 것도 잘 아시겠구요. 혼자서 빨리한다고 일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손모내기처럼 잘 보여주는 농사일도 없을 것입니다. 예전에 기계가 없던 시절에 모내기는 온 동네 일꾼들이 다 모여야만 가능한 일이었지요. 마을사람들끼리 협동을 안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논농사였답니다. 요즘에야 기계가 있어서 빠르고 수월해졌지만요.



    백여명이 한 줄로 늘어서서 모내기를 하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감동적인 장면이지요. 해마다 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지금은 잘 감이 안 오겠지만 먼 훗날에 이 장면을 뒤돌아보면, 아마도 왠만한 또래 친구들은 가지고 있지 않을 홍동중학교 친구들만의 남다른 추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 해도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면서 신나고 즐겁게 모내기를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올 해도 잘 부탁할게요~

+ 당부하고픈 몇 가지
1. 한 포기에는 더도 말고 더도 말고 딱 3대씩만 꼽아주세요.
2. 모심는 깊이는 쓰러지지 않고 바로 서 있을 만큼만 해서, 되도록 얕게 심어주세요.
3. 윗 논 논둑이 매우 약합니다. 논둑 중간을 밟고 올라가면 쉽게 허물어지지요. 모내기를 마치고 나올 때, 큰 걸음으로 한번에 논둑에 올라서서 조심조심 나와주세요.

 2013. 6. 4 털보 최문철

 

2013.5.18
달려라! 달려!
경운기로 논갈기

2013.6. 3
어린 모를 쓰다듬어 보았네.
한없이 여리고 또 보드랍구나.
살다보면 이 하늘하늘한 감촉이
생각날 때가 있겠지?

 

2013.6. 5
심자 심자~ 모를 심자~
이논에 모를 심자~
심자 심자~ 모를 심자~
얘들을 논에 심자~

 

얘들아, 모들아~ 부디 잘 자라주렴.
이 땅에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농부의 하루 | Posted by 여름울 2012. 6. 1. 18:41

2012.06.01 모내기 하는 날!


오늘은 모내기 하는 날! 
논에 모를 심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더 즐거운 것은 아이들을 논에 심는 일^^ 
얘들아, 모들아 부디 지금 여기에 뿌리를 내리고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다오~
농부의 하루 | Posted by 여름울 2012. 5. 31. 18:36

모내기 하루전날.


예쁘게 잘자라 주어 고맙다. 내일 넓은 논으로 이사가자꾸나.
농부의 하루 | Posted by 여름울 2012. 5. 25. 18:33

2012.05.25 논두렁 바르기



"논두렁한번 빤뜨시 잘 만졌네" 

아랫쪽 논에서 일하시던 할배가 지나가시면서 한마디 하고 가신 말씀에 적지않은 위로를 받았다. 은근히 뿌듯하고 고마웠다. 

논에서 일하다보면 여기저기서 묵묵히 일하시는 (잘 알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서 묘한 동지애(?)가 느껴진다. 땡볕아래서나, 해질녘이면 더더욱 그렇다. 너무 멀어서 눈인사도, 한마디 말도 오고가지 못했어도 그렇다. 그냥 거기 서서 또는 쪼그리고 앉아서 한참동안 일하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 넓은 벌판에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고마워하고,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외롭지 않았던 것 같다. 참... 고맙다.
농부의 하루 | Posted by cosmoslike 2012. 5. 22. 15:51

논 갈고 있습니다.

이곳 홍동은 제일 바쁜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할머니들은 '감자밭에 북을 주다가 팔이 빠져 없어지는 줄 알았는디.... 그리고 붙어 있구먼!' 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농담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 사이 저희 엄니와 남편도 감기 몸살을 앓고 있고요.  

다음주 6월 1일 금요일에는 저희 논에 모내기합니다. 올해도 홍동중학교 전교생이 와서 손모내기로 심어주려 합니다.

경운기로 논갈고, 논둑풀도 깍고, 이제 논에 물도 대야 합니다. 밭에 요모조모 심기워지고, 모종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몸은 힘들어도, 논과 밭을 보면 흐뭇합니다. 


올해는 어찌된 일인지... 제대로 발아하지 않는 씨앗들이 많네요. 

할머니들께서 열무도 세번째 뿌렸고, 아욱, 근대도 심었는데 싹이 안나서 다시 또 심으셨답니다. 

시금치도 아직 덜 자랐고.... 

이번주에 보낼 5월 두번째 할머니보따리는 한주 미뤄, 다음주 수요일(30일)에 보냅니다. 





 

농부의 하루 | Posted by cosmoslike 2012. 5. 1. 19:50

봄에는 쟁기질!



봄에는 쟁기질!   

우리집 유일한 농기계, 경운기로... 남편 문철이 쟁기질을 하고 있다. 

고추 심고, 콩 심고, 옥수수 심을 자리다. 

밭을 갈고, 두둑을 만들고, 

여울이도, 여름이도 함께 호랑이콩, 덩쿨콩, 땅콩을 심었다. 






농부의 하루 | Posted by cosmoslike 2011. 9. 21. 00:31

오래간만에

오랫만에 글을 남기네요. 
밭에는 배추, 무우가 쑥쑥 커가고, 오늘은 땅콩을 수확했습니다.
논에는 알곡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저희집앞 밭(꿈이자라는뜰 실습밭)에는 허브를 모두 옮겨심었고, 집안 주변을 열심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닭장을 지으려고, 오래된 축사를 철거하고 땅을 고르고.

여울이 낮잠 시간에는 빨간 고추를 좀 따고,
피망, 파프리카, 가지 등을 수확해서 학교생협이나, 여성농업인센터에 가져다 팝니다. 
여전히 풀도 열심히 메고 있는데, 별로 티는 안나고. ㅋㅋ

사진 몇장 올리고 싶은데, 카메라 케이블이 보이질 않네요.  
그냥 천천히 글 읽으시면서 상상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요즘 가을하늘이 끝내줍니다. 
아침, 저녁, 아니 오후부터 바람이 차갑습니다. 
홍동은 나름 바다와 가까워서인지, 앞에 천이 있어서 인지... 겨울이 길고, 더 춥게 느껴지곤 합니다.
찬바람에 기분이 좋다가도, 올 겨울은 어떻게 보낼까, 집안에 나무난로를 하나 둘까,
벌써부터 마음은 겨울준비에 들어갑니다.

다음주에는 고구마도 좀 캐고, (엄니 말씀으로는 뭣이 다 파먹어서 하나도 먹을게 안남았다고 하셨지만 ㅋㅋ)
열무도 잘 자라고 있다니, 맘처럼 넉넉히 할머니보따리도 쌀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네요.  
 
요즘 마을에서는 '땅에 뿌리박은 삶의 지혜' 라는 제목으로 '인문주간'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듣고 싶은 강의는 많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상황이 되는대로 공부하고 싶고요. 
나에게 있어 '땅에 뿌리박은 삶의 지혜'는 무엇일까 좀 곰곰히 생각해보아야 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추석 지나면서 컴퓨터를 자주 켜지 않게 되네요. 자주 소식 전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빠른 답변이 없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 
순식간에 지나가버릴 가을! 만끽하는 매순간 되시길!  



 
농부의 하루 | Posted by cosmoslike 2011. 6. 21. 16:00

감자 캐고 있어요! ^^

감자왔어요~ 감자사세요^^ 어린이집도 안가고, 감자캐러 출동하신 우리 여름군, 그리고 오빠따라 엄마따라 다니기 바쁜 여울양.


날이 가물어서, 작은 감자알도 엄청 많아요. 여름왈 '엄마, 감자가 너무 귀엽지요?'


오늘따라 엄청 넓어보이는 감자밭! 저 멀리 엄니와 아줌니가 보이네요. 시연아빠도 도와주러 오셨어요.


토실토실 감자들. 크기도 천차만별.


우와! 알이 실한 감자 한가족이네요!


감자캐며 아침참으로 먹은 찐감자. 포슬포슬 맛나용^^


경운기 쟁기로 스르륵 지나가면 감자캐기가 훨 수월해집니다. 드디어 경운기 쟁기질 경지에 오르신 문철군! 춤추는거 같아요^^



그저께부터 감자순을 예초기로 자르는 작업을 하고, 어제는 멀칭비닐 걷어내고, 오늘 아침 7시부터 캐고 있습니다. 경운기 쟁기로 한번 슥 밀어주어서 캐기 좋게 만들고, 엄니, 옆집 아줌니가 호미로 캡니다. 오늘 중에 감자를 다 거둬드릴 수 있을런지.. 올해는 옆집 아저씨도 손이 다치시고 일손이 많지 않아 더욱 바쁘네요. 여름, 여울이도 바쁘게 밭을 오가긴 했는데... 별도움은 안되었지요. 지금은 들밥먹고 집에 와서 아이들은 달콤한 낮잠을 자고 있어요. 여전히 감자밭에서는 땡볕에 일하고 계시고요~ ^^ 햇볕이 엄청 뜨거운 날입니다. 하나님! 구름기둥 좀 보내주세요~

※ 감자 주문은 아래글 읽어보시고, 댓글로 써주시면 됩니다. 주문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