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밤이 익어서 툭툭 떨어지고, 감나무에 감이 발갛게 익어가고, 구수한 냄새 풍기는 은행 알이 후두둑 떨어지는 가을이네요. 그리고 저희 엄니께서는 가을에 잘 걸린다는 ‘쯔즈가무시’라는 병으로 일주일 이상 앓으시며 가을맞이 하셨네요. 처음에는 몸살 감기인줄만 알고 감기약 먹으며 며칠 심하게 앓으셨는데, 알고보니 쯔즈가무시여서 바로 입원하셨지요. 가을에 풀에 앉거나 산에서 밤을 따다가, 야생 동물에 사는 진드기가 몸속으로 들어와 생기는 병인데, 몸살처럼 온 몸이 다 아프고 뇌까지 감염이 되면 머리가 많이 아프기도 하답니다. 가을에 야외 나들이 가실 땐, 꼭 돗자리에 앉으시고 풀밭에 옷을 벗어놓는 일이 없어야 한답니다. 그런데 매일 밭일 하고, 밤 주으러 온 동네 산을 돌아다니는 농부들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지요. 그래도 일주일 앓으시고 완쾌하셔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보따리 식구 여러분도 꼭 조심하세요.
  이번 주에는 저희도 벼바심을 하려합니다. 이 동네에서는 추수하고 탈곡하는 것을 ‘바심’이라고 하지요. 밭작물은 알곡이 바로바로 보이지만, 논농사는 벼바심을 끝내야만 올해 농사가 잘 되었는지 알 수 있어요. 그래도 여름아빠 문철군은 알곡이 아주 실하다고 자신만만하네요. 작년에 햅쌀은 참말로 달콤하고 맛났는데, 올해는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1. 시래기: 비타민과 철분이 엄청 많다는 열무시래기입니다. 삶아서 보낼까 하다가, 지난번 고구마순 삶은 게 상했다고 하신 분이 몇 분 계셔서 그냥 보냅니다. 양을 넉넉하게 보내니, 한 번에 다 드시기 어려우시면 데쳐서 물기를 적당히 빼고(꽉 쥐어짜지 마시고) 먹을 만큼 분량을 나눠서 냉동실에 보관하셨다가 드시면 됩니다. [1. 물을 자작자작 부어서, 약간 물렁해질 정도로 삶아냅니다. 2. 시래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국간장, 된장(청국장), 다진 파마늘, 들기름, 국멸치 넣고 볶다가 물을 조금 넣고 푹 끓여 드세요] [*시래기밥 - 시래기를 넣고 밥을 하고, 양념장에 비벼 드세요] [삶은 시래기를 볶다가, 새우젓, 마늘 넣고 무쳐드셔도 맛있답니다.] 
2. 밤: 할머니들이 집 주변 산에서 밤나무를 샅샅이 뒤져 딴 밤입니다. 자연상태에서 자란 산밤이라 벌레 먹은 것이 있을 수 있어요. 잘 골라내고 드세요. 물을 넣고 삶아서 먹으면 됩니다. 저희는 생밤으로 깎아 먹는 걸 더 좋아해요.
3. 감: 소금물에 하룻밤 삭힌 감이예요. 떫은 맛 없이 드실 수 있을 거예요. (간혹 덜 삭아져서, 떫은 맛이 있을 수 있어요. 며칠 더 두었다가 삭혀서 드시면 좋아요.)
4. 열무김치: 날이 선선해지면서, 쑥 올라온 열무로 담근 김치예요. 모든 양념은 저희가 직접 농사지은 거예요.
5. 상추와 쑥갓: 보드라운 상추는 찬물에 담가두면 싱싱해집니다. 쑥갓은 상추와 함께 쌈 싸드시거나, 생선찌게, 전골 등에 넣어드세요. [상추 쫑쫑 썰어서 부침개 만들어 먹어도 맛있어요]
6. 냉이: 가을 냉이입니다. 봄 냉이보다는 좀 억세지만, 꼭꼭 씹어서 맛있게 드세요. 
7. 호박: 여름 내 긴 비에 대부분 호박 넝쿨이 죽었더랬는데, 꿋꿋이 살아남은 호박 넝쿨에서 찬바람 맞으며 호박이 달렸네요. 바로 못드시는 분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냉동실에 넣어두셨다가, 찌게나 국 끓일 때 바로 넣어서 드세요.
8. 유정란: 암탉, 수탉이 어울려 살며, 깻묵, 들풀, 청치, 생선 대가리, 조개, 굴 껍질을 먹으며 낳은 건강한 유정란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non-GMO 사료 먹인 방사 유정란]. 숫자 가능한대로 보냅니다.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10월 30일(화)에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 여름이네 유기농 햅쌀(현미, 쌀눈있는 백미) 미리 주문받아요. 
 : 20kg 82,000원 / 10kg 44,000원 / 5kg 25,000원.(택배비 무료)    *배송: 10월 29일 이후 예정. 



   설날은 잘 지내셨나요? 저희는 가족끼리 조용한 명절 보냈답니다. 아이들과 함께 만두를 빚어 떡만두국을 끓여 먹고, 여름이는 아빠와 눈썰매도 탔지요. 비료포대에 지난해 모아 둔 낙엽을 넣어 폭신하게 만들고, 튼튼한 줄을 매어 훌륭한 썰매를 만들었습니다. 비탈진 논둑길에서 혼자 내려오기도 하고, 밭에서는 아빠가 끌어 주는대로 신나게 썰매를 탔지요. 바깥에서 실컷 놀고 나면, 집안에서도 재밌게 잘 지냅니다. 아이들은 겨울에도 바깥에서 놀며 에너지를 써야 몸과 마음이 편한 가 봅니다. 



   다음주 2월 6일은 정월대보름이네요. 저희 논에서는 여성농업인센터 주관으로 마을 아이들이 와서 달집태우기, 쥐불놀이를 할 예정입니다. 대보름에 부럼 깨물으시라고 볶은 땅콩과 밤, 호두를 조금씩 넣었고요, 나물도 챙겨 보냅니다. 예로부터 정월대보름 새벽에는 부럼을 깨물면서 한해가 평화롭기를 기원했다고 합니다. 부럼을 깨물면 부스럼도 나지 않고, 이빨도 튼튼해진다고 하네요. 할머니보따리 식구 여러분들도 올 한해 모두 건강하시고 평화를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1. 숙주 : 녹두를 잘 갈무리해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어 일주일 동안 아줌니댁 안방에서 길렀습니다. [끓는 물에 3분 정도 데쳐서, 찬물에 헹구어 물기 빼고, 소금1, 다진마늘1, 참기름1, 깨소금 넣고 무쳐 드세요.]
2. 시래기 : 잘 말려둔 시래기를 하루 동안 물에 불리고, 삶아서 보내드립니다. 호박나물과 같이 나물로 드셔도 좋고요. 된장 넣고 지져 드셔도 맛있어요. [된장(2), 다진 파 마늘(1), 들기름(1)넣고 무쳐서 볶아주세요. 물(멸치육수) 반 컵에 들깨(2) 넣고 믹서기에 갈아서 넣고 푹 끓여주세요. 국간장으로 간 맞추고 드세요] 시래기에는 흡수가 잘되는 칼슘과 비타민이 많답니다. 
3. 호박고지나물 : 여름에 말려둔 애호박 나물입니다. 물에 불렸다가 삶아둡니다. [국간장, 마늘 넣고 무쳐서 기름 넣고 볶다가 멸치육수 약간 넣고 뚜껑 덮어서 익히고, 파, 깨소금, 들기름 넣고 드세요.] 
4. 깐 도라지 : 3일 동안 열심히 껍질까서 보내드립니다. 생으로 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네요. 무나물처럼 드셔도 좋고요. 박유순 할머니께서 농사지은 도라지입니다. 
5. : 잡곡밥에 무국 먹는 것이 충청도 정월대보름 풍습이라 그렇게 한번 드셔보시라고 한번 더 보냅니다.
6. 볶은 현미차 : 보리차 끓이듯이 끓여 드시면 되고요. 끓인 물 한잔에 볶은 현미 한 숟갈 넣고 우려 드셔도 됩니다. 볶은 현미는 몸을 따뜻하게 해준답니다. 우려내고 남은 현미도 드셔보세요. 누룽지처럼 구수해요.
7. 식혜 : 쌀과 직접 싹틔운 엿기름으로 만든 식혜. 설탕(유기농 비정제 설탕_브라질산)은 조금 넣고, 쌀을 많이 넣어 단맛을 냈어요. 
8. 유정란 : 깻묵, 들풀과 청치-유기농전문 정미소에서 가져온 덜 읽은 푸른 쌀(유기재배), 그리고 생선, 조개, 굴 껍질을 골고루 먹이며 키우고 있어요. 포장을 열심히 해도 깨지는 경우가 꽤 있네요. 달걀이 깨지더라도 보내달라는 분들이 많아서 계속 보냅니다. 깨지는 것이 불편하신 분들은 연락주세요. 유정란 대신 다른 먹거리로 보낼께요. 
9. 볶은 땅콩 : 함께 부럼 깨물기 하시라고 밤과 호두도 조금씩 넣었습니다. 밤과 호두는 자연 상태에서 열린 것으로 마을에서 구해서 함께 넣었습니다. 

+ 할머니보따리에서 보내드리는 먹거리는 모두 여름이네 할머니와 옆집 김정자 아줌니께서 유기농으로 직접 기르신 농산물(가공 먹거리)입니다. 모양이 예쁘지 않거나, 거친 맛이 있지만 정직한 먹거리랍니다. 종종 부족한 것은 이웃에서 유기농으로 농사지으시는 농부들의 믿을 만한 먹거리만 함께 보내드리며, 편지에 그 내용을 꼭 밝힙니다.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2월 13일(월)에 보냅니다.                      
❖ 할머니보따리 농사 블로그:  sonong.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