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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 | Posted by 여름울 2009. 4. 7. 23:50

논농사 시작하기:쌀겨뿌리고 쟁기질

이제 슬슬 논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철이 왔다. 지난 주에 1학년들이 볍씨를 탈망해서 염수선을 해두었고, 이번 주말에는 침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래서 2학년들은 오늘부터 갓골 자기 논에다 쌀겨를 뿌리고 쟁기질을 시작하기로 했다. 쌀겨를 경운기에 싣고 들어가는 길을 중심으로 처음에는 두 모둠으로 나눠서 일하다가, 옆 논지기와 한 모둠이 되서 쌀겨를 뿌리다가, 이제는 처음에 계획했던대로 세 모둠으로 나눠서 쟁기질을 시작했다. 서너사람이 쟁기질 한 모둠인데, 실습시간이 짧은데다가 일이 서툴기까지하니 오늘 해지기전에 한 사람분이나 간신히 마칠까 모르겠다. 경운기 세 대가 뿜어내는 두다다다 소리가 갓골을 꽉 매운다. 정민아저씨가 올해는 가물어 마른 논이라나서 쟁기질이 수월한 편이라고 한편으로 다행이라 하신다.

내 논은 물잡이논 오른쪽과 수렁논 오른쪽이다. 지난 해 케니형이 하던 논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아래 쪽 물잡이논에 지난해 케니형이랑 재혁이랑 심어두었던 연이 자기자리에서 쭉쭉 뻗어 나와 논 안쪽으로 들어왔길래, 쌀겨 뿌리기 전에 연근부터 먼저 캐볼까해서 삽질을 시작했다. 물잡이논이라는 이름대로 뻘밭처럼 벌써부터 논흙이 물을 잔뜩 머금고 있다. 진흙에다 삽질을 하자니 힘이 배나 든다. 낑낑거리며 겨우겨우 파냈는데 연근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다. 사먹던 연근에다 대면 반에 반쯤이나 될까. 연근을 제대로 먹으려면 몇 해는 더 키워야 하나보다. 올해는 연을 논 한쪽에 1m 폭정도만 남겨놓고 키울 작정이다. 나머지는 쟁기질 할 때 그냥 갈아엎어야겠다.

만족스럽지 못한 연근 대신 큰 수확이 있었다면 바로 미꾸라지! 아주 어렸을 적에 상주 외삼촌을 따라 논에 들어가 삽질을 해서 미꾸라지를 잡았던 기억이 있다. 근데 지금 내 논에도 미꾸라지가 논흙속에 살고 있다니! 물론 얼마전에 논생물 조사할 때 논 옆 수로에서 미꾸라지를 잡았었기 때문에 갓골에 미꾸라지가 살고 있긴 하나보다 했는데, 막상 아직 물을 대지 않은 논에서 삽으로 흙을 떠서 미꾸라지를 잡고 나니 기분이 또 다르다. 미꾸라지 말고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은- 웅어(드렁허리) 새끼도 한마리 잡았다. 미꾸라지 사진을 찍으려고 논둑에 올려놓은 사진기를 가지러 갔다왔더니 그새 미꾸라지는 어디가고 없다. 암튼 내 논에 연과 미꾸라지, 웅어, 거미들이 자리잡고 잘들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지난번에 논에 남아 있던 짚에 불을 놓았었는데, 바닥이 젖어서 타지 않을 것들을 논둑에 올려두었다가 오늘 한데 모아 마저 태웠다. 바짝 마른 짚이라 그런지 불길이 세다. 가만 둘까 했는데 서두를려고 괜히 뒤집어 주다가 뒤에 머리가 불에 살짝 거슬렸다. 워낙 머리 숱이 많고 또 길어서 별로 티는 안나는데, 그래도 만져보면 거실린 티가 난다. 이참에 방샘처럼 확 밀어버릴까? 농사일을 하기엔 아무래도 긴머리는 좀 불편하다. 모자를 써도 폼이 안나고.

우리 모둠에선 소망이가 제일 먼저 쟁기질을 시작했다. 다섯시가 넘었는데 4분지 1도 못했다. 아사코 논이랑 주일이 논이랑 내 논도 해야 하는데, 오늘은 글렀다. 어찌됐든 이번 주 안에는 다 갈어엎어줘야할텐데... 신경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