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하신지요?  올 해 거둔 햅쌀을 나눠먹는 이웃들에게 감사와 안부 인사를 전해 드립니다. 문철은 올 해로 네번째 논농사를 지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평생 해마다 논농사를 짓는다 해도 일년에 한 번씩 뿐이니 서른 번은 채울 수 있을까요? 모를 일이겠지요^^ 어쨌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나아지고 익숙해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잘 익은 벼일수록 고개를 숙이듯, 세월이 흐를수록 자연 앞에서 경외감과 겸손함이 깊어지는 농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올 한해 논농사는 이렇게 지었습니다. 

    4월에는 소금물 비중으로 가려낸 튼실한 볍씨를, 뜨거운 물에 소독하고, 찬물에서 싹을 틔워 모판에 뿌렸습니다. 볍씨를 고르는 일부터 모를 키우는 일까지는 제가 다녔던 풀무학교 생태농업전공부 선생님들과 후배들에게 큰 신세를 졌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논에는 유박으로 거름을 내고, 경운기 쟁기로 땅을 갈아엎었습니다. 


    5월, 못자리에서 모가 자라는 동안 부지런히 모심을 준비를 했습니다. 옆 동네 산들이 아빠가 논두렁조성기로 논둑을 발라주고, 제가 손으로 한번 더 만져서 반듯하고 높게 논둑을 다졌습니다. 써레질과 번지는 풀무전공부 장샘과 문샘이 도와주셨습니다. 


   6월, 올해도 홍동중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 백여명이 한꺼번에 논에 들어와 길다랗게 한 줄로 서서 손모내기를 했습니다. 미리 간격을 알려주는 말뚝을 박아놓아서 그런지 작년과 달리 반듯하게 줄을 잘 맞춰서 모를 심었습니다. 올해는 가뭄이 심했습니다만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고비는 잘 넘겼습니다. 


    7월, 올해도 우렁이를 넣어서 풀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날이 가물어서 물을 충분히 대지 못하고, 쟁기질을 잘못해서 뭍이 드러난 곳에 난 풀은 우렁이로도 어쩔 수 없어서 며칠동안 논에 들어가 손으로 일일이 풀을 뽑아주었습니다. 


    8월, 비가 많이 왔습니다. 벼꽃이 필 무렵에 태풍이 몰고 온 비바람이 심해서 마음을 많이 졸였더랬지요. 비가 안 오는 틈틈이 논둑에 자란 풀을 베 주었습니다. 여러차례 큰 비에 앞가슴(아래 논둑)은 무사했지만, 어덕(위엣 논둑)은 좀 많이 헐었습니다. 그래도 크게 허물어지지 않아 천만다행이었습니다. 


    9월에는 비가 적게 오고, 볕이 좋았습니다.  덕분에 결실을 알차게 맺을 수 있었습니다. 


    10월, 추수를 했습니다. 이번에도 풀무전공부 선생님들과 후배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벼를 말리는 것은 작년과 달리 도로 길 위에다 펴서 널었습니다. 비용도 줄일 겸, 석유도 아낄 겸 3박 4일 동안 도로위에 펴 널고 돌보았습니다. 


    11월, 쌀주문을 받고, 정리가 되면 이 편지와 함께 쌀을 찧어서 보내 드릴려고 합니다. 현미와 쌀눈이 남아있는 백미(6~7분도 정도)로 도정할 예정입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여러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한 해 농사를 잘 지었습니다. 여럿이 함께, 태양과 바람의 나라에서 말이지요.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홍순관님이 부르신 “쌀 한 톨의 무게”라는 노래를 꼭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여름이네 농사일기 블로그(http://sonong.tistory.com/156)에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부족한 농부가 나누는 쌀입니다만, 아무쪼록 귀하게 여겨주시기를,
맛있게 드시고,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여기 블로그와 트윗에 올렸던 사진들과 미공개한 사진도 몇 개 찾아서 올려놓겠습니다.

2012.04.26 비둘기 앞가슴처럼 봉긋해진, 싹이 튼 또는 이제 곧 싹이 틀려고 하는 볍씨들.


2012.05.20 쟁기질 합니다. 하루에 다하려면 몸도, 경운기도 힘들어서 서너시간씩 이삼일에 걸쳐서 논을 갈아엎었습니다.


2012.05.21 오후내내 쟁기질로 논을 갈아 엎고 있는데 멀리서 아내가 손을 흔들며 걸어오는게 아닌가? 마실 물도 떨어져간터라 내심 아내가 온다면 진짜 좋겠다는 생각을 속으로 잠깐 하기는 했지만 정말로 올 줄이야! 그것도 시원한 냉수와 설탕에 재서 얼려둔 딸기도 함께 가지고 왔다. 몸은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힘들지만 시원하고 달콤한 딸기를 받아 먹는 이 순간만큼은 정말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아. 이 맛에 산다. 고마워, 아내야~


2012.05.25 "논두렁한번 빤뜨시 잘 만졌네" 아랫쪽 논에서 일하시던 할배가 지나가시면서 한마디 하고 가신 말씀에 적지않은 위로를 받았다. 은근히 뿌듯하고 고마웠다.


2012.05.31 예쁘게 잘자라 주어 고맙다. 내일 넓은 논으로 이사가자꾸나.


2012.05.31 내일은 모내기하는날, 오늘은 결혼기념일. 농사짓고 살 줄 알았으면 농한기에 결혼식을 올렸을텐뎅... 해마다 아내에게 미안할따름.


2012.06.01 오늘은 모내기 하는 날! 논에 모를 심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더 즐거운 것은 아이들을 논에 심는 일^^ 얘들아, 모들아 부디 지금 여기에 뿌리를 내리고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다오~


2012.06.01 모내기를 끝으로 잠시나마 숨돌릴 틈이 생길 것 같다. 뜬모정도는 껌이지! 아 정말이지 살 것 같다. 휴...


2012.06.30 올해는 줄이 제법 가지런~ 합니다^^


2012.07.10 논둑을 반듯하게 만져놓으면 풀깍기가 아주 편하다. 5년전 첫 논농사를 지을때 울퉁불퉁하게 만졌다가 고생해보고 얻은 가르침^^


2012.07.21 사마구 없다~ ㅋㅋ


2010.07.21 여름논의 쌀초록!


2012.08.19 벼 꽃!


2012.08.26 이삭이 많이 올라왔다. 이제부터는 튼실하게 알곡을 채워주렴.


2012.08.28 쓰러지지않고 질기게 버텨주어 고맙다. 오늘밤도 힘내줘!


2012.09.16 이삭은 점점 고개를 숙여갑니다. 고맙다.


2012.09.19 아침 7시 41분, 논 풍경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2012.10.05 가을 논의 누~런 색이 참 곱다.


2012.10.12 (우리논 말고) 갓골논에서 만난 아이들. 전면사진은 공개불가^^


2012.10.23 추수합니다. 볏짚은 내년을 위해 잘게 썰어 넣었습니다.


2012.10.23 텅 빈 논. 아니 꽉 찬 논.


2012.10.24 바심한 벼를 큰 길에 펴널었다. 태양과 바람의 나라가 나락위에 임했다. 좋다! 고맙고 감사하다!!



+ 쌀주문아래 글에서 해주세요http://sonong.tistory.com/251
▷▶주문을 마감합니다. 고맙습니다. 맛있게 건강하게 꼭꼭 씹어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