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보따리 시작하던 2011년 3월에 찍은 사진. 서로 도닥이며 즐겁게 농사지으신 권정열, 김정자 할머니> 


 봄바람과 꽃샘추위가 번갈아 오가는 3월의 봄날입니다. 농부들은 밭에다 거름을 내고, 비닐하우스에선 고추, 가지, 파프리카 모종을 열심히 기르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감자도 심었네요. 


 어느새 정말 마지막 할머니보따리를 보내드립니다. 만 2년을 뒤돌아보니, 힘든 기억도 있지만 빙그레 웃음이 나네요. 애호박 자라는 때를 기다려서 보따리 보낼 날을 정하면, 그 사이에 오이는 늙어서 노각이 되고, 날짜 맞춰 콩나물 키우다보니 10키로가 넘는 콩나물시루를 들고 따뜻한 아줌니댁 안방과 추운 엄니댁 방을 오갔던 일. 겨울에 보내려고 정성스레 찌고 말려 둔 감입차를 겨울에 펼쳐보니 벌레가 생겨 무용지물이 된 일. 와야 할 비가 오지 않아서 열무 씨앗을 세 번이나 다시 뿌렸는데도 결국 싹이 나지 않아 결국 이웃농부네서 구해왔던 일, 새벽 한시까지 냉이, 도라지 다듬었던 일...


 마지막 소감을 여쭤보았더니, 엄니께서는 “내가 건강했으면, 더 오래 할머니보따리를 하고 서로서로 좋았을텐데 아쉽다.” 라는 말씀 전해주셨어요. 우리가 농사지을 수 있는 것 위주로 보내다보니, “받고 싶지 않은 먹거리도 있었을텐데, 잘 받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도 하시고. 김정자 아줌니께서는 “아쉬운 것도 많은디, 참말 고맙지.”라고 하셨어요. 보따리 식구 여러분들도 ‘아쉽고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주셨지요. 고맙습니다. 밭에 농작물이 넉넉한 날에는 연락드릴께요. 식구 여러분들도 가끔 그리운 먹거리가 있으면 문자주세요. 조금이라도 여분이 있으면 기쁜 마음으로 보내드릴께요.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


1. 유채(삼동채) : 유채꽃 아시지요? 찬물에 5분정도 두시면 싱싱해집니다. 생으로 쌈장에 찍어 드셔도 되고요. 살짝 데쳐서 된장양념(된장1 고추가루 조금, 다진마늘조금, 참기름, 깨)에 무쳐 드셔도 좋아요. 아직 이른 봄이라 양은 많지 않네요. 

2. 깍 두 기 : 겨우내 저장해두었던 무를 가지고 담근 깍두기입니다. 입맛대로 익혀서 드세요.

3. 삶 은 죽 순 : 작년 초여름에 자르고 말려서 보관해 둔 죽순을 삶아 보내드립니다. (기름 넣고 볶다가 다진마늘, 채썬 양파 넉넉히 넣고 볶아줍니다. 집간장(물을 조금 넣어도 됩니다)으로 간을 맞추고, 깨소금, 참기름 마무리) 

4. 떡 볶 이 떡 : 유기농 쌀로 동네 떡방앗간에서 뽑은 떡볶이떡. 아이들에게 즐거운 간식이 되면 좋겠네요.  

5. 냉이 : 밭둑, 논둑에서 자연스레 자란 냉이. [쫑쫑 썰어서 부침개에 넣어도 향이 좋아요. 된장찌개에 넣어도 좋고, 살짝 데쳐서 고추장+1조청(또는 들풀효소, 마늘소스1)+깨소금에 무쳐도 맛있어요] 

6. 당근 :  당근은 칼슘 흡수에 도움 되는 비타민 D가 많은데, 기름에 볶아서 먹거나 우유와 함께 갈아드시면 더 흡수가 잘 된답니다. 땅에 묻어 보관했던 당근입니다.

7. 식혜 : 직접 농사지은 쌀과 직접 싹틔운 엿기름으로 만든 식혜입니다.

8. 유정란 : 암수가 어울려 살며, 깻묵, 들풀, 청치, 생선 대가리, 조개, 굴 껍질을 먹으며 낳은 건강한 유정란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non-GMO먹이를 먹인 방사 유정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