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보따리 | Posted by cosmoslike 2013. 3. 27. 11:20

임은영 식구님이 남겨주신 글^^


마지막 할머니보따리가 배달되었다. 


처음 소농직거래로 회원제 보따리를택한 이유는 믿을만한 유기농 먹거리를 먹고싶다는 개인적 욕심에, 시골에서 정직하게 무농약으로 농사짓는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는 약간의 명분이 더해진 것이었다.


그러나 일년 남짓한 시간동안 한달에 두번씩 배달온 할머니보따리로 밥상을 차려낸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자면 얼굴도 모르는 두분 할머니께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결혼 6년차이지만 손으로 무치고 끓이고 하는 밥상이 조금은 서툰 나는 계절나물로 밥상차리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인스턴트음식에 길들여진 남편도 소박하지만 건강한 집밥의 참맛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보내는 회비에 비해 늘 풍성히 받은것은 물론이고, 찌는듯한 여름 무더위에 자고나면 쑥쑥 자라나는 풀과 벌레들을 약을치지 않고 일일이 할머니들 손으로 뽑고, 잡고 하신다는 소식은 도시에서 편하게 유기농 먹자고 어르신들 고생시키는것같아 정말 몸둘바를 몰랐다. 내가 가졌던 약간의 그명분은 할머니들의 노고에 비해 얼마나 가볍고 빈약한 것이었는지...


아.. 그런데 70세가 넘으신 할머니 두분이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이제 한달에 두번씩 보따리 꾸리시기가 무리가 되시는 모양이었다. 오늘 결국 마지막보따리를 풀어가면서 다른때보다 더 그득그득 담아주시려는 할머니들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좀 뭉클했다. 보따리 편지에 할머니 두분 사진을 보며 혼자 나직이 인사해본다. 


할머니!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저희 세식구 그동안 덕분에 맛있고 건강한 집밥 해먹었답니다. 보내주셨던 깍두기랑 식혜는 정말 그리울거예요. 기회가 되면 홍동마을에 놀러갈게요. ^^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