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아이들과 함께 모내기를 하면서, '이 아이들에게 모내기 경험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떤 색깔의 추억일까?' 늘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아무 말도 듣지못하고, 무작정 논에 들어가서 모내기체험만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라는 홍순명선생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그저 모내기하는 논을 내주는 것만으로는 뭔가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도 하고해서 올해는 중학교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보았습니다. 그 편지가 바로 아래에 있는 편지입니다. 뭘 하나라도 더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고요, 그저 아이들 마음에도 모한포기 더 심겨졌으면 하는 마음에 몇자 적어서 보냈습니다.
모내기를 도와줄 홍동중학교 친구들에게
안녕하세요, 털보입니다. 이번 주 수요일에 모내기하는 논을 돌보는 사람이지요. 아마도 오다가다 한두 번쯤은 만나본 적이 있을겁니다. 모내기에 앞서 매번 고맙다고,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어 편지를 몇 자 적어 보냅니다. 재작년부터 손모내기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삼년 째이군요. 첫 해에 이웃 논 아저씨들이 지나가다가 말씀하시길, 애들이 모를 내서 어디 농사가 되겠어? 하셨지요. 그런데 그 해 가을에 오히려 결실이 잘 맺은 논을 보시고는 젊은 학생들이 손모를 내서 그런지 농사가 참 잘 되었다고 하셨지요. 손모를 낸지 둘째 해, 그러니까 작년에는 수확량이 첫 해보다 더 늘어서 여느 논만큼 수확량이 나온데다가, 수율도 아주 좋았습니다. 수율이 좋다는 것은 알곡이 실했단 이야기지요. 즐겁고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2, 3학년은 작년에 손모내기를 해 봤을 테고, 1학년 중에는 초등학교 때 해 본 친구도 있을 테고, 또 몇 명은 손모내기를 난생 처음 해보는 친구들도 있겠지요? 아무쪼록 먼저 해 본 친구들이 처음 하는 친구들을 도와서 즐겁게 모를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못줄이라고 아시지요? 못줄이 넘어가려면 그 줄에 모가 마지막 한포기까지 다 심겨져야 넘어가는 것도 잘 아시겠구요. 혼자서 빨리한다고 일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손모내기처럼 잘 보여주는 농사일도 없을 것입니다. 예전에 기계가 없던 시절에 모내기는 온 동네 일꾼들이 다 모여야만 가능한 일이었지요. 마을사람들끼리 협동을 안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논농사였답니다. 요즘에야 기계가 있어서 빠르고 수월해졌지만요.
백여명이 한 줄로 늘어서서 모내기를 하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감동적인 장면이지요. 해마다 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지금은 잘 감이 안 오겠지만 먼 훗날에 이 장면을 뒤돌아보면, 아마도 왠만한 또래 친구들은 가지고 있지 않을 홍동중학교 친구들만의 남다른 추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 해도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면서 신나고 즐겁게 모내기를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올 해도 잘 부탁할게요~
+ 당부하고픈 몇 가지
1. 한 포기에는 더도 말고 더도 말고 딱 3대씩만 꼽아주세요.
2. 모심는 깊이는 쓰러지지 않고 바로 서 있을 만큼만 해서, 되도록 얕게 심어주세요.
3. 윗 논 논둑이 매우 약합니다. 논둑 중간을 밟고 올라가면 쉽게 허물어지지요. 모내기를 마치고 나올 때, 큰 걸음으로 한번에 논둑에 올라서서 조심조심 나와주세요.
2013. 6. 4 털보 최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