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생물 다양성을 살리는 유기벼농사짓기(이나바씨) 방식과 지난 2008년 풀무학교 전공부 1학년 과정에서 경험했던 논농사 경험을 되살려, 물잡이논 오른쪽과 수렁논 오른쪽을 맡아 한 해동안 논농사를 지었다. 물깊이와 쌀겨를 활용해서 논풀을 줄이고, 손과 손도구로 논김을 매는 것이 주요 방식이었다. 한 해동안 추청을 유기재배하면서 논농사 실습활동과 논의 상태를 일지와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해를 갈무리하는 활동사진을 엮었다. 그리고 나중을 위해 작년에 세웠던 논농사 계획서를 수정해서 한 해동안의 논농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으려고 한다. 벼 유기재배와 함께 논농사에서 중점을 둔 사항은 논생물 다양성 / 논농사와 생태교육 /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논농사 세가지였다.



    논농사와 생태교육 과제는 우선 갓골생태농업연구소에서 지역의 어린이집/초중고/전공부 학생을 대상으로 논생물다양성조사를 통해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논배미팀에 참여해서 이소영 연구원, 김시용 선생님, 배지현 선생님과 함께 계획을 세우고,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실행했다. 아울러 전공부에서 주관하는 아이들과 함께 볍씨파종하기, 모내기, 벼베기 등의 행사를 맡아 진행하였다. 한시적으로는 고양민우회와 풀무생협이 마련한 볍씨학교에 농부선생님으로 참여하거나, 어린이 생태귀농학교에서 김시용 선생님과 함께 논생물조사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기도 하였다. 논농사를 시작하기전에, 아이들이 논에 접근하기 쉽고 안전한 환경 만들기위해 수렁논으로 넘어오는 길목에 다리를 새로 놓고, 둠벙 옆에 간단한 안전띠를 설치하기도 하였다. 자세한 일정은 다음과 같다.

 4월 21 / 코오롱어린이집, 갓골어린이집 아이들과 볍씨파종
 5월 7일 / 볍씨학교(고양민우회와 풀무생협) / 원당초등학교 4학년 1,2,3반
 5월 11일 / 수렁논으로 넘어오는 나무다리 새로 놓기, 둠벙 옆에 안전끈 설치하기
 5월 13일 / 갓골어린이집 1차 논생물조사와 생태교육(논배미) / 갓골 실지렁이논 / 갓골어린이집 열매반 32명
 5월 20일 / 풀무전공부 2차 논생물조사와 생태교육(논배미) / 문당리 하늬논, 갓골논 / 전공부 2학년 11명
 5월 22일 / 홍동초등학교 1차 논생물조사와 생태교육(논배미) / 실지렁이논, 수렁논 / 홍동초 3,4학년 39명
 5월 29일 / 코오롱어린이집, 갓골어린이집 아이들과 모내기 / 갓골 수렁논
 6월 1일 / 홍동초등학교 5,6학년, 과천자유학교 9학년 모내기 / 갓골 자운영논
 6월 24일 / 갓골어린이집 2차 논생물 조사와 생태교육(논배미) / 갓골논 / 갓골어린이집 열매반 32명
 6월 20일 / 홍동초등학교 2차 논생물 조사와 생태교육(논배미) / 갓골논 / 홍동초등학교 3-4학년 39명
 7월 28일 / 어린이 생태귀농학교 논생물 조사와 생태교육 / 문당리 / 생태귀농학교 참가자 자녀들
 10월 21일 / 코오롱어린이집 벼베기 / 갓골 수렁논
 10월 22일 / 갓골어린이집 벼베기 / 갓골 수렁논

    한번은 논생물조사와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미난 표정으로 두꺼비 올챙이를 발로 비비는 아이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 순간 올챙이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논생물조사를 하면서 생태교육을 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 회의가 들었다. 그 나이 또래가 으례히 그럴 때라고 하지만, 과연 그런 아이들에게 생명을 대하는 마음과 자세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해졌다. 얼마 후 논둑의 풀을 사정없이 깍아내면서 한번 더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논생물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아이들에게 생명을 대하는 바른 마음과 자세를 가르쳐주고 싶어하는 사람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풀을 깍아버려도 괞찮은가하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다시 발판이 되어 아이들에게 어떻게하면 생명을 대하는 바른 마음과 자세를 전해줄 수 있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우연히 <핸드메이드 라이프>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다. '아이들은 생동감 있으면서 건강하고 호기심 많은 창의적인 어른들을 자주 접하는게 좋다. 그런 점에서 어른과의 대화는 아이에게 귀중한 배움이 된다' (p218) 그렇다. 어떤 방식을 고안해서 생명에 대한 마음과 자세를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논둑 풀을 깍아야 할 지 끊임없이 되묻고 또묻는 어른, 생명을 어떻게 여기고 대해야하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어른이 되는 것이었다. 생명을 소중하게 대하는 어른과의 자연스런 만남과 대화가 생명의 소중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지름길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오롱어린이집 아이들은 올해 처음으로 볍씨를 파종하고, 모내기와 벼베기를 함께 했다. 모내기하는 날, 아이들은 진흙 뻘밭 같은 논에 들어오는 것을 무서워하거나 낯설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반면에 이와는 대조적으로 갓골어린이집 아이들은 매우 자연스럽게 논에 들어와서 줄줄이 모내기를 여러 줄을 하고 돌아갔다. 단순하게 일반화시켜서 비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두가지 다른 모습은 몇가지 차이점에서 비롯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갓골어린이집 아이들은 모내기 2주전에 이미 논생물조사를 하면서 논에 들어와 흙탕물 속에서 뒹굴다간 경험이 있었다. 그러니 무서울 일이 없었다. 아울러 6~7세반 언니들이 논에 들어가 모내기하는 것을 3~4세 반 아이들도 논둑에 나와 앉아 구경하면서, 모내기를 낯설지 않은 일로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배움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멀리서부터 손 흔들며 인사할만큼 낯익은 얼굴의 털보선생님, 이미 알고있는 동네아저씨라는 관계가 모내기행사를 일회적인 체험행사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농사일을 몸에 배이게 하는 과정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일상생활과 관계를 바탕으로 빚어진 자연스러운 만남이야말로 자연과 농업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진짜 공부를 가능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논에서 일하고 공부할 때 중요하게 물어보는 것은 "농사는 누가 짓나요? 벼들은 어떻게 이만큼 자랐나요?" 등의 질문이다. 아이들에게 농사는 사람이 혼자서 짓는 것이 아니라 바람과 햇볕과 비와 논생물들과 함께, 다시말해서 사람이 자연과 하나님과 함께 농사짓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서였다. "농약과 제초제를 뿌리면 논에 이렇게 많은 생물들이 살 수 있을까?"도 물어본다. 아이들은 논에서 논생물들이 더 이상 잘 살 수 없다면, 그 논에서 나온 쌀을 먹고 사는 사람도 당연히 잘 살 수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특히 지역의 아이들에게는 "농사를 짓고 있는 여러분의 부모님과 이웃 아줌마, 아저씨들은 정말 멋진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꼭 전한다. 농사를 짓는 일이 부끄러운 일, 힘들기만 한 일이 아니라 의미있고 보람있는, 정말 자랑스러워할만한 멋진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이다.
 

어린이집 아이들과 물댄 논에서 놀기: 써레질과 논둑바르기

전공부 동기들과 논생물 조사

어린이집 아이들과 볍씨파종

볍씨학교_고양시 원당초등학교

둠벙가에 안전로프

어린이집 아이들과 모내기

어린이집 아이들과 추수하기

초등학교 아이들과 추수하기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논농사 과제는 솔라셀과 DC펌프를 이용해서 농업용 전기와 양수기 사용을 줄이고 태양광으로 둠벙의 물을 뿜어 올리는 방식을 구현하는 것으로 진행하였다. 풍력을 사용해서 물을 뿜어올리는 등 인력과 풍력/태양에너지를 활용하는 다양한 농기구를 더 만들어보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논안에 김매는데 쓰려고 쇠침을 박은 밀차만 하나 더 만들어보았다. 솔라셀과 DC펌프에 대한 자세한 자료는 다음과 같다.

* 기존에 논에서 사용하는 양수기 스펙
 - LG PU-761M 전기우물펌프: 220V / 1,400W / 250L/min / 50mm 토출관
 - LG PD-401M 전기펌프: 220V / 400W / 150L/min / 50mm 토출관

* DC 24V 대형수중밧데리펌프 스펙
모델명:DPW-120 대형 / 가격: 79,000원(실제로는 공장에서 5만원에 구입) / 제조사: 대화펌프 / 중량: 2.8kg
전압 24V / 전류 8A / 출력: 190W / 구경: 25A(mm) / 최고양정(압상): 9M / 최대유량(토출량): 120LPM(L/min)

* 학교에 있는 솔라셀 스펙: Model: SM-50M
P max 50W / V OC 21.49V 개방전압 / I SC 3.36A  단락전류 / V MP 16.85V / I MP 3.09A / weight 6.2kg
Length 1007mm / Width 457mm / depth 50mm / Max. Sys. Oper. Volt 600V / Min. Bypass diode 1F5A

* 솔라셀 구성, 거치대 제작, DC펌프 설치, 솔라셀펌프 운용
1. 솔라셀 구성
 - 솔라셀을 직렬 2개, 병렬 3셋트로 6개 연결: 24V 9A생성(개방시 최대 33.7V,  9.27A 생성)
 - 솔라셀의 실제 최대출력이 스펙상 출력보다 높거나 낮을 수 있으므로 펌프와 연결해서 테스트 해야한다.
 - 모터를 구입하고 임시로 연결해서 테스트를 해보니 솔라셀에 펌프를 연결하지 않은 개방전압 상태일때는
    33V까지 올라가지만, 펌프를 연결하면 24V와 그 이하 수준으로 전기가 발생했다. 모터가 탈 염려가 없다.
 - 실제 논에서 사용해보니 한낮에 최대출력(24V수준)을 발전하고 유량도 넉넉하게 뿜어올렸다.

2. 솔라셀 거치대 제작
 - 솔라셀 설치 최적 태양각도: 현재 위도(북위 36도) + 15도 각도 = 51도
 - 각도를 조절하고, 이동이 가능하도록 2X4 방부목과 경첩을 사용하여 거치대 하나에 솔라셀 2개를 거치하는
    3세트를 제작하였다. 2X4 방부목을 사용하여 무거운 감이 있어 이동시엔 불리하지만, 야외 설치시 안정감이
   있었다.

3. DC펌프 설치
 - 25mm호스 10m를 구입하여 연결했다. 호스길이는 넉넉해서 좋았으나, 솔라셀과 펌프를 연결하는 전기선은
   다른 논이나 다른 장소에서 사용할 것을 고려해서 보다 넉넉한 길이로 만드는 것이 좋았겠다.
 - DC펌프가 수중펌프 방식이므로, 둠벙바닥에 가라앉히지만 진흙바닥과 적절한 유격을 가질 수 있도록 김치
   박스에 줄을 매달고, 그 안에 바닥과 간격을 두어 펌프를 고정하고, 벽돌을 함께 넣어 둠벙에 달아내렸다.

4. 솔라셀펌프 운용
 - 보통 아침에 등교하면서 켜고, 저녁에 집에 가면서 끄고 갔다. 11시~1시 사이가 출력이 가장 좋았다.
 - 아침 저녁으로는 전압이 떨어지고, 출력도 떨어져서 유량도 줄어들었다. 저녁에 미처 솔라셀과 연결한 것을
   해제하지 못해서 자동으로 꺼지고, 아침에 자동으로 켜진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모터에선 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 둠벙의 수위가 낮아져서 모터가 공회전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했다. 두어번 때를 놓쳐서 공회전을 한 적
   이 있었지만, 다행히 모터에선 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수확 전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필요한 만큼 모터펌
   프를 잘 사용하였다.

* 경제성 검토
 - 사용한 솔라셀 하나에 70만원, 6개에 420만원+거치대와 DC펌프, 배선재료 등 10만원, 모두 다해서 430만원
 - 솔라셀 가격이 점점 낮아져서 요즘 50W 솔라셀 하나에 26만원, 200W를 생산할 목적으로 4개에 104만원
 - 여기에 거치대와 DC펌프, 배선재료 등 10만원, 모두 다해서 114만원이면 여전히 경제성이 없다!
 - 하지만 수명이 15년 이상이고, 농한기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면 한번 써 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 솔라셀 전기관련 용어([출처] 태양광 발전 용어집_산자부)
- 단락 전류 (ISC) ; short-circuit current (ISC): 특정한 온도와 일조 강도에서 단락 조건에 있는 태양전지나 모듈 등 태양광발전 장치의 출력 전류. 단위 면적당 단락 전류를 특별히 Jsc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단위 : A)
- 개방 전압 (Voc) ; open-circuit voltage (Voc): 특정한 온도와 일조 강도에서 부하를 연결하지 않은(개방 상태의)태양광발전 장치 양단에 걸리는 전압. (단위 : V)
- 최대 출력 (Pmax, Pm) ; maximum power (Pmax, Pm):전류-전압 특성에서 전류와 전압의 곱이 최대인 점에서의 태양광발전 장치 출력이다. (단위 : W)
- 최대 출력(동작)전류 (IPmax, IPm): 최대 출력에 해당하는 전류. 즉,최대 출력점의 전류 값. (단위 : A)
- 최대(출력)동작 전압 (VPmax, VPm): 최대 출력에 해당하는 전압. 즉,최대 출력점의 전압 값. (단위 : V)

* 전기관련 기본지식: 직렬, 병렬과 전압, 전류의 관계> 직렬로 연결하면 전압이 세지고, 병렬로 연결하면 전류가 세진다.

태양광전지 연결방식과 출력세기 실험

태양광은 직류라서 늘 +-를 조심!

솔라셀 거치대 제작

직렬, 병렬 연결을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도록해서 전압 V과 전류A 조절

큰 둠벙 옆에 설치.

솔라셀 1/3연결

솔라셀 2/3연결

솔라셀 3/3 모두 연결. 충분한 전압, 넉넉한

둠벙물이 바닥이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함.

논 풀매는 밀차.





_2009. 11. 16. 월요일 논농사과제발표, 풀무생태농업전공부 2008 최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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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공부 | Posted by 여름울 2010.10.05 11:39

<2009년 밭농사> 잡곡류 유기재배


    잡곡은 몸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어서 밥과 함께 먹으면 양분균형을 맞출수 있어 건강에 좋다.  또한 생협을 통해 잡곡을 찾는 소비자도 꾸준한 편이다. 일반농가에서는 자급을 목적으로 소량 생산하기 때문에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적다. 그리고 잡곡은 미숫가루로 가공해서 판매할 수도 있고, 장기 보관 판매에도 유리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가족의 건강한 먹거리 자급과 가계소득을 위해 2009년 밭농사 실습과제로 잡곡재배를 선택하였다. 재배할 잡곡의 종류는 미숫가루를 만들 것을 고려해서 수수, 녹두, 조, 기장, 쥐눈이콩, 서리밤콩을 선택했고, 찰기가 있는 품종으로 골라서 했다. 재배실습을 하면서 거름준비에서 씨뿌리기, 옮겨심기, 김매기, 수확, 탈곡, 도정, 미숫가루 가공, 판매까지의 전과정을 경험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으며, 현재 수확을 마치고 탈곡과정을 거치고 있다.




    잡곡류 유기재배에서 중점사항은 파종, 시비, 제초, 수확등의 시기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기록하는 것이었다. 6월 초에 포트에 파종하고 옮겨심는 방식은 적절하였다고 본다. 특히 수수와 조, 기장 등은 어린 모의 모양이 일반 밭풀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밭풀을 갈아엎고 이랑을 만든 직후에 옮겨 심는 것은 이후에 김매기를 하거나, 풀과의 시간싸움에서 유리한 점이 많았다. 아울러 새가 씨앗을 집어먹는 피해를 막기에도 적합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유기재배를 하면서 옮겨심는 방식으로 밭풀을 대비할 수 있었지만, 간격을 넓게해서 심어주거나, 작물이 스스로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병충해에 대해서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다행히 바로 옆 밭 옥수수에서 건너온 벌레 몇 마리와 일부 녹두에 발생한 진딧물외에 큰 병해충 피해는 없어보였다.


    이랑을 새로 만들고 옮겨심은지 닷새만에 밭풀이 싹을 내기 시작했다. 8일후에 첫번째 김매기를 시작해서 일주일에서 열흘 간격으로 김매기를 서너번, 한참 후에 콩순집어주면서 한 번, 녹두 수확하면서 낫으로 한번 김매기를 해주었다. 두둑하나에 20분이 걸리는데, 스물다섯이랑을 다하려면 8~9시간이 소요된다. 도미닉이 스위스에서 가져온 긁는 날이 날카롭고 자루가 긴 호미, 딸깍이, 예초기 연결해서 쓰는 도구, 풀밀어 등을 사용했는데, 두둑에는 긁는 날이 날카롭고 자루가 긴 호미가, 고랑에는 풀밀어가 가장 적합한 도구였다. 수수의 경우엔 키가 월등히 컸으므로 초기에 세번 풀을 잡은 것 만으로 충분했지만, 기장과 조는 한번 더 풀을 잡아줬어야 했다. 하지만 여름방학을 지나면서 한번 시기를 놓쳤고, 이것은 두고두고 화근이 되었다. 콩류의 경우에는 잎사귀가 무성해져서 풀에 치이지 않을 시점 - 옮겨심고나서 약 50일즈음이 지나고나서는 더 이상 김매기를 해주지 않아도 되므로 두번 더해서, 총 대여섯번만 시기를 놓치지 말고 김매기를 해주었으면 나중에 굳이 큰 도움도 안되는 낫으로 풀베주는 김매기는 하지 않아도 괜찮았을 것 같다.



햇빛이 드는 방향을 고려해서 작물의 키에 따라 적절하게 심는 위치 선정하려고 고민했다. 남북방향으로 낸 이랑에 동쪽에서 서쪽으로 녹두, 서리밤콩, 쥐눈이콩, 조, 기장, 수수의 순으로 심었는데, 예상했던 것처럼 동쪽 작물은 키가 작았고, 서쪽으로 갈수록 키가 컸다. 밭 자체가 산기슭에 움푹 들어갔기때문에 일조량이 다른 밭에 비해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밭 안에서 작물들 간의 일조량 피해는 적었다고 생각한다.


산기슭에 붙어 있는 밭이라 처음에는 새 피해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별 대책은 없었다. 작물이 익어갈수록 조심스러웠지만 눈에 띄는 피해는 없어보였다. 수수에 양파망을 씌워서 보호할까 하다가, 수수 이삭이 습해져서 곰팡이가 생기거나 싹이 터버릴 수도 있고, 일일이 씌우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다행히 수확때까지도 눈에 띄는 새 피해는 없어보였다. 조와 기장, 특히 수수는 키가 크기 때문에 바람의 피해를 대비해야했다. 하지만 간격을 넉넉하게 심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끼를 여럿쳐서 작물간에 간격이 좁아져,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았어도 서로 붙들어주는 바람에 큰 바람 피해는 별로 없었다. 대부분이 3m가 넘게 자란 수수중에 몇 개만 넘어졌다.


내가 재배한 기장은 두가지 품종이었다. 진한 초콜렛색 찰기장과 갈색 찰기장이었는데, 옮겨심을 때 아차하고 그만 섞어서 심어버렸다. 혼자서 심는다면 그런 실수는 덜하겠지만, 학교에서든, 일반 농가에서든 현실적으로 여럿이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 작물에 여러 품종을 심을 경우엔 특히 종자구분에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하겠다.


아울러 내가 심은 찰수수와 홍샘댁 이승진 사모님이 보령에서 얻어와 심으신 찰수수, 장곡에 종구아저씨네 갔을 때 본 찰수수, 문당리에서 지나가면서 본 키작고 알많은 빗자루수수를 비교해보면 내 수수는 키가 굉장히 크지만 알곡이 작고 적으며 모양도 깨끗하지 않았다. 내 수수가 나름의 장점이 있을지는 더 오랜시간 재배와 가공을 통해 두고봐야 알 일이겠지만, 일단 눈으로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보니 부러운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겹쳐졌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직접 겪지 않고는 모를 일이었으니 차라리 지금 겪는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에 기회를 만들어서 두가지 종자를 각각 구분해서 심고, 비교해 보았으면 한다.


서리밤콩이나 쥐눈이콩, 녹두를 심을 때, 한 곳에 하나씩 심는 것이 좋을지, 두개나 세개를 한 곳에 심는게 좋을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오도샘이 하나씩 심으라고 해서 그렇게 심었지만, 왜 한 개만 꽂았냐고 장샘은 또 다른 말씀을 하셨다.


옮겨심은지 한달이 지났을 즈음 큰 비바람에 콩류가 많이 쓰러지고 땅 바로 위 줄기부분이 상한 것이 많았다. 하우스에서 줄기가 약간 웃자란 것이 줄기가 잘 꺽이고 쓰러진 이유 중에 하나이겠지만, 만약에 두세개를 같이 심어주었으면 서로 의지가 되어 더 적게 쓰러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꺽이지 않은 콩의 콩대가 매우 굵어지고, 안그래도 새끼를 많이 치고, 순을 잘 뻗어내는 서리밤콩과 쥐눈이콩의  순을 집어주면서 하나씩만 심어서 잘 키우는 것도 순집기가 수월하고, 작물이 건강해서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론적으로는 모종을 키울 때 웃자라지 않게 키우고, 한 곳에 두개이하로만 꽂아주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콩류재배 교과서에는 두세개가 기본이고, 가장 많은 수확량을 낸다고 한다)


아울러 두둑의 모양을 평평하게 평이랑으로 해서 김매기와 북주기를 병행하기 쉽도록 하는 것이, 비닐멀칭을 하지 않고 재배할 때 유의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두둑이 불룩한 경우에는 김매면서 북주기가 쉽지 않았다.


소회

외로운 잡곡        재배와 수확 이후에 알곡을 정선하고 도정해서 학교생협을 통해 판매하거나, 미숫가루를 가공해서 판매하고 싶었지만 여력이 부족하여 아직 탈곡과정에만 머물러 있다. 서리밤콩은 아직 수확도 못하고 밭에서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조와 기장 같은 잡곡은 열사람이 수고해야, 한 사람이나 겨우 먹인다"는 말처럼 작물을 재배하고, 탈곡하고, 정선하고, 도정하는 일은 손이 많이 가는데다가 어렵고 막막하기 그지없다. 주곡인 쌀에 밀려, 그에 비해 기계나 기술이 덜 발달한 탓일수도 있겠다.
    한해동안 일을 많이 벌리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했지만, 바람과 달리 일이 점점 늘어나서 나중에는 우선순위에서 밀린 일은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했다. 그 밀린 일이 바로 잡곡재배이다. 잡곡재배가 원래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도 하지만, 나도 우선순위를 두지 못하고, 학교 안에서도, 일반적인 농업현실에서도 잡곡은 주곡에 밀려 뒷전으로 물러나기 쉽상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잡곡을 영양곡으로 바꿔부르자는 주장은 의미가 있다. 다음에 다시 기회를 만들어서 외롭지 않은 영양곡재배를 시도해보고 싶다.

고맙다 동무들    여러 종류의 잡곡을 재배하는 일은 혼자서 하기엔 정말 벅찬 일이라고 생각한다. 씨 뿌리고, 옮겨심고, 김매고, 추수하는데 늘 동무들의 손을 빌었다. 지면을 빌어 지도해 주신 오도샘과 문샘 그리고 함께 땀흘린 동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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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 17. 화요일 밭농사과제발표 자료
풀무생태농업전공부 2008 최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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