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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1.11 <2014 쌀편지> 아이들, 이웃들과 함께 지은 논농사

2014 여름울네 논농사 이야기



평안하신지요? 햅쌀을 나눠먹는 이웃들에게 감사와 안부 인사를 전해 드립니다. 
 
올 해 벼 품종은 '칠보'입니다. 작년까지는 '추청'이었는데, 올 해부터 벼품종을 바꿨습니다. 수량과 밥맛이 추청보다 낫다고 하는데, 진짜 밥맛이 어떤지는 직접 드셔보셔야 아시겠지요? 좋은 밥맛을 위해서 매년 일부러 거름도 적게 넣고 있는데, 부디 맛이 있기를 바랍니다. 
중요하고 죄송한 공지가 있습니다. 원래는 백미를 쌀눈이 보이는 7분도로 정미할 예정이었는데, 정미소의 실수로 예상보다 조금 더 깎여서 일반적인 백미에 가깝게 되었습니다. 다음부터는 더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현미는 예전과 같습니다.)

올 한 해 논농사는 이렇게 지었습니다. 
4월에는 소금물 비중으로 가려낸 튼실한 볍씨를, 뜨거운 물에 소독하고, 찬물에서 싹을 틔워 모판에 뿌렸습니다. 볍씨를 고르는 일부터 모를 키우는 일까지는 제가 다녔던 풀무학교 생태농업전공부 선생님들과 후배들에게 신세를 졌습니다. 

5월, 논에다 유박으로 거름을 내고, 경운기 로타리로 땅을 갈아엎었습니다. 두텁게 논둑을 쌓아올리고, 골고루 물을 대기 위해 높은 부분의 흙을 퍼날랐습니다. 물댄 논을 가는 일은 여름이네 논 근처에 사시면서 털보가 혼자서 경운기로 논 일구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신 채승병아저씨께서 올해도 트랙터로 갈아주셨습니다. 

6월, 올해도 어김없이 홍동중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 백여명이 한꺼번에 논에 들어와 길다랗게 한 줄로 서서 손모내기를 했습니다. 

7월, 우렁이를 넣어서 풀을 잡았습니다. 손김도 조금 맸습니다. 

8월, 큰비바람 없이 잘 지나갔습니다. 논둑에 자란 풀을 두어번 베 주었습니다.

9월에는 비가 적게 오고, 볕이 좋았습니다. 덕분에 결실을 잘 맺었습니다. 

10월, 풀무전공부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추수를 했습니다. 나락은 햇빛과 바람으로 말렸습니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 해도 여러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한 해 농사를 잘 지었습니다.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름이네 농사일기 블로그 sonong.tistory.com에 오시면 한 해 농사를 어떻게 지었는지 사진으로 정리해서 올려두었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홍순관님이 부르신 “쌀 한 톨의 무게”라는 노래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http://sonong.tistory.com/156

부족한 농부가 나누는 쌀입니다만 아무쪼록 귀하게 여겨주시기를,
맛있게 드시고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_2014년 입동지나고 최문철, 수영, 여름, 여울이네 드림.

사진으로 보는 2014 여름울네 논농사 이야기!
 1년간 한자리에서 논의 모습을 찍었습니다. 열일곱장의 사진속에 일년을 담았지요. 슬라이드쇼는 그냥 두면 알아서 넘어가고, 클릭해서 넘겨봐도 되고, 크게 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확대


슬라이드쇼 끝. 이제부턴 그냥 화면을 내리시면서 보시면 됩니다. 

경운기로 논을 갈았습니다.


논을 다 갈려면 여러날이 걸립니다.


논두렁을 다지고, 반듯하게 바릅니다.


높은데 흙을 낮은 곳으로 퍼다 나릅니다.


흙을 운반하는 경운기썰매는 은근히 재밌지요. 힘들기도 하고.


얕은갈이와 번지는 채승병어르신께서 트랙터로 도와주셨습니다.


홍동중 친구들 논에 들어간다~ 논에 들어간다~


백여명이 한줄로 늘어섭니다. 뒤에는 모잡이들이 서고.


학년별로 줄을 띄워놓고 모를 심습니다.


아이들도 스스로를 논에다 심습니다.


네마지기 논을 백여명이 손으로 심으면 세시간정도 걸리지요.


다심었네!


아빠따라 논에 나온 딸래미.


전공부 동기 아사코에게 선물받아, 7년을 신은 물장화. 수고했다.


논둑풀을 반듯하게 깍고.


자주가면 하루에도 서너번, 가끔가면 삼사일에 한번은 논에 나갑니다.


논김매는 아들과 딸. 놀믄서 일하믄서... 은근히 잘한닷!


논풀을 다깍고. 으힛!


숨은 그림찾기~


추수하는 날. 파란하늘과 누런 들판.


추수가 끝난 논. 볏짚은 마늘밭에 덮을 량으로 가운데 두어줄만 남기고, 모두 썰어서 논으로 되돌려줍니다.


햇볕과 바람에 나락 말리기.


밤에는 이슬 맞지 말라고 덮어줍니다. 나름 한몫씩하는 우리 일꾼들.


갓 도정한 현미쌀입니다.


사진이 길었지요? 한장한장 찬찬히 봐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이왕 사진도 다 봐주신 김에 아래 긴 글도 한번 읽어봐주시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은 쌀개방소식을 듣고나서 풀무학교 전공부 후배들이 쓴 글입니다. 저의 생각과 마음도 이들과 매한가지랍니다. 한 톨도 빠짐없이요. 이들의 바람대로 일상의 평화를 누리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농사를 앞으로도 계속 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쌀개방 걱정없이, 방사능 걱정없이...
 

<쌀 수입 전면 개방에 대한 풀무 전공부 학생들의 입장>

정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쌀시장을 전면 개방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이 선언은 농사를 짓는 농민과 쌀을 주식으로 삼는 시민과의 충분한 합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것이었다. 이는 정부가 쌀을 상품으로만 여기며, 고령화된 농촌에 남은 농민의 삶이 얼마나 위협받고 있는지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쌀시장의 전면 개방은 농부들과 초국적 농기업과의 경쟁을 부추긴다. 무한경쟁 속에서 농부들은 농지를 규모화하고, 농사 기술을 기계화하라는 압박을 끊임없이 받는다. 마침내 기업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게 되면, 농지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사람들은 농사의 소중함에 대해서 잊게 될 것이다.

이 선언을 듣고 난 이후의 우리 풀무 전공부 학생들의 심경은 실로 참담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함께 모여 살며 소규모로 농사를 지어 우리가 먹을 쌀과 채소들을 자급한다. 또 우리가 정성스레 키운 것들을 판매하면서 농부로서의 삶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우리는 농사를 배우고 농적 삶을 고민하는 학생들로서, 지금의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정부가 주장하는 ‘식량안보’를 우리는 믿지 않는다. 식량안보는 방식이야 어찌됐든 충분한 식량만 확보하면 된다는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이 자기 이익에 맞게 유전자 조작을 한 종자를 심어서 생산된 쌀, 엄청난 농약과 화학비료로 땅을 오염시키면서 생산된 쌀, 한정된 자원인 석유를 쓰고 물과 공기를 오염시키면서 바다를 건너온 쌀도 먹을 수만 있다면 식량이 된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핸드폰과 자동차, 통신장비를 전 세계에 많이 팔 수만 있다면 쌀은 수입해도 상관없다는 식이다.

우리는 쌀개방이 모든 이의 ‘식량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식량주권은 다음과 같다.

식량주권은
첫째, 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기본권이고
둘째,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이며
셋째,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매일 먹을 수 있는 권리이다.
넷째, 내가 먹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권리이고
다섯째, 생태계를 파괴하는 음식을 먹지 않을 권리이며
여섯째, 돈이 있건 없건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접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일곱째, 지역의 고유하고 독특한 종자로 길러낸 농산물을 먹을 수 있는 권리이고
여덟째,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자기 지역에서 판매할 수 있는 권리이기도 하다.

이 모든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세계무역시장의 상황과 관계없이 지역 먹거리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사람들의 먹거리를 통제하려는 다국적 기업의 가축이 되지 않을 권리를 요구한다.(우리는 유전자조작식품을 먹고 싶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소농의 권리를 주장한다. 소농에겐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안전하게 지속가능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우리는 쌀을 지키는 일이 단순히 우리의 식량뿐만이 아니라 논에 깃들어 사는 사람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들의 삶터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한다.

하나. 논에는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다. 이들의 집인 논을 지키게 해 달라.
하나. 논이 주는 아름다움과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며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하나. 우리에게는 미래세대에게 비옥하고 생산적인 농지를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하나. 우리는 논에서 일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 
하나. 우리는 우리가 사는 지역의 기후에 맞는 쌀농사를 지으면서 농부로서 자립하고 싶다.
하나. 우리는 벼농사와 함께 전해지는 마을공동체 문화와 소중한 전통적 기술을 지키고 싶다.

우리는 소농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젊은 세대로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금의 현실을 잊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우리는 일상의 평화를 누리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농사를 지을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풀무전공부 학생들을 대표해서, 이예이, 전수주, 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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