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태풍과 비소식으로 어수선합니다. 다행히 저희 가족은 큰 피해 없이 잘 지내고 있답니다. 단지 농작물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지요. 긴 비에 고추가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고추가 원래 습하면 병에 잘 걸리기 때문에 최대한 두둑을 높여 심었는데도, 올 여름 긴 비에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탄저’가 들었습니다. 고추가 검거나 희게 타버리면서 붉은 고추로 딸 것이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지요. 김정자 아줌니 말씀이, ‘지금 노지(밭)에서 멀쩡한 고추들은 대부분 여섯 번, 일곱 번 흠씬 농약을 준 것이여. 저기 건너 마을에 고추를 엄청 많이 심었는디, 하나도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해서 물어 보니께, 약(농약)을 엄청 줬다고 하더만~’ 하시고, 울 엄니께서는 ‘약 안한 우리 고추는 모조리 죽어 버렸고, 남에 것을 사 먹을라니, 모두 약 쳤다고 하고. 고춧가루를 먹지 말아야 하는지 우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네요. 해답은 백김치? 호호. 아무래도 올해 김장은 백김치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고추장은 어쩌면 좋지요? 올해 남은 것을 아껴먹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비 맞히지 않고 잘 관리한 고추는 그나마 병에 덜 걸리는 것도 같네요. 그래서 이번 꾸러미에는 꿈뜰(꿈이자라는뜰 greencarefarm.org, 함께 보내드리는 리플렛을 참고해주세요^^)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꽈리고추와 피망을 넣어드립니다.
  참, 알이 크게 잘 여물던 노오란 참외, 호박 등이 긴 비에 거의 다 썩어서 수확할 것이 없네요. 단호박은 미리 따서 일주일 이상 지나야 단맛이 제대로 나기 때문에 지난주에 따두었더니, 다 썩어버렸습니다. 여름철이 되면, 싱싱한 채소를 넉넉히 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마음에 글만 길어졌습니다. 그나마 저장해둔 들풀효소, 뽕잎장아찌를 넣어드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1. 햇녹두: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 꽃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노래를 온 가족 함께 부르곤 합니다.^^ 큰비 사이사이에도 녹두 꽃이 피고, 녹두 꼬투리가 잘 영글어서 생각보다 귀한 녹두를 꽤 수확했습니다. 잘 보관하셨다가, 아프거나 열날 때 녹두죽으로 건강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저희 어머님은 허리수술 하시고, 항생제 때문에 입맛을 완전히 잃으셨을 때 녹두죽을 드시고 원기회복 하셨답니다. 아이들도 열나거나 아프면 꼭 녹두죽을 끓여 먹어요. 녹두는 해독, 해열 작용이 있습니다. [녹두죽 끓이는 방법 : 1. 쌀과 녹두를 1:2로 준비. 2. 쌀은 충분히 불리고. 녹두는 씻어서 10배 물을 넣고 껍질이 벗겨지고 속이 나올 때까지 푹 삶는다. 3. 체에 걸러 으깨면서 껍질을 발라내고(저는 껍질도 몸에 좋을거라 생각해서 믹서로 잘 갈아서 그냥 죽을 끓여요) 녹두(물)을 가라앉힌다. 4. 녹두물에 쌀을 넣고 주걱으로 저어가며 쌀알이 퍼지도록 뭉근히 끓인다. 5. 쌀이 다 익으면 가라앉은 녹두 넣고 끓여 소금간해서 먹는다] [녹두 갈아서 빈대떡 부쳐드시거나, 불렸다가 밥에 넣어 드실 수도 있어요.]
2. 감자전분: 매일매일 정성스레 물을 갈아주며 만든 감자전분이예요. 지난번 수확한 감자 중에서 상하려 하는 것으로 만든 것이지요. [밀가루와 감자전분을 3:1로 넣고 수제비반죽 만들어 드셔도 좋고. 탕수육 고기 반죽이나, 탕수육 소스, 마파두부소스 등 걸죽한 국물 만들 때, 사용하시면 되요.]
3. 들풀효소: 몸에 좋은 들풀을 유기농설탕을 넣고 1년 이상 숙성, 발효시킨 거예요. 설탕 대신 모든 양념에 쓰시면 됩니다. [고추장에 효소 넣고, 식초만 약간 넣어도 맛있는 새콤달콤 맛있는 초고추장 됩니다. 고기 양념 할때 넣으면 비법 소스가 되지요. 고기 부드럽게 하고, 냄새를 없애줍니다. *샐러드소스 : 간장2, 들풀효소2, 현미식초1, 깨소금(들깨가루)1, 올리브오일(생들기름)1. *4배 정도 찬 물에 희석해서 여름 음료로 드셔도 좋아요. 피로회복!] 
4. 참비름나물: 여름철 배앓이에 최고라는 참비름나물. [살짝(2분정도) 데쳐서, 고추장(1), 소금(0.5)다진파(1), 다진마늘(0.5), 깨(0.5), 참기름(1)넣고 무쳐드세요.]
5. 고춧잎: 고추는 딸 게 없지만, 고춧잎은 아직 괜찮네요. [살짝 데쳐 국간장(1), 다진파마늘(1), 깨, 참기름 넣고 무쳐드세요.]
6. 뽕잎장아찌: 봄에 여린 뽕잎으로 담궈둔 장아찌입니다. 두고 드실수록 깊은 맛이 난답니다. 
7. 당근 : 금평리 황연동씨 댁 유기농 당근을 가져와 함께 넣어드립니다.
8. 꽈리고추, 피망: 꿈이자라는뜰 비닐하우스에서 튼실히 자란 꽈리고추, 피망을 사와서 넣어드립니다. 꽈리고추(매우니 조심하세요^^)는 멸치볶음에. 풋고추 대신 쓰셔도 되요. 피망은 생으로 드시거나, 잡채, 감자볶음, 샐러드에 넣어 드세요.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8월24일(수)에 보냅니다. sonong.tistroy.com에 소식 전해주세요^^

농부와 공부 | Posted by 여름울 2010. 10. 5. 11:39

<2009년 밭농사> 잡곡류 유기재배


    잡곡은 몸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어서 밥과 함께 먹으면 양분균형을 맞출수 있어 건강에 좋다.  또한 생협을 통해 잡곡을 찾는 소비자도 꾸준한 편이다. 일반농가에서는 자급을 목적으로 소량 생산하기 때문에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적다. 그리고 잡곡은 미숫가루로 가공해서 판매할 수도 있고, 장기 보관 판매에도 유리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가족의 건강한 먹거리 자급과 가계소득을 위해 2009년 밭농사 실습과제로 잡곡재배를 선택하였다. 재배할 잡곡의 종류는 미숫가루를 만들 것을 고려해서 수수, 녹두, 조, 기장, 쥐눈이콩, 서리밤콩을 선택했고, 찰기가 있는 품종으로 골라서 했다. 재배실습을 하면서 거름준비에서 씨뿌리기, 옮겨심기, 김매기, 수확, 탈곡, 도정, 미숫가루 가공, 판매까지의 전과정을 경험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으며, 현재 수확을 마치고 탈곡과정을 거치고 있다.




    잡곡류 유기재배에서 중점사항은 파종, 시비, 제초, 수확등의 시기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기록하는 것이었다. 6월 초에 포트에 파종하고 옮겨심는 방식은 적절하였다고 본다. 특히 수수와 조, 기장 등은 어린 모의 모양이 일반 밭풀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밭풀을 갈아엎고 이랑을 만든 직후에 옮겨 심는 것은 이후에 김매기를 하거나, 풀과의 시간싸움에서 유리한 점이 많았다. 아울러 새가 씨앗을 집어먹는 피해를 막기에도 적합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유기재배를 하면서 옮겨심는 방식으로 밭풀을 대비할 수 있었지만, 간격을 넓게해서 심어주거나, 작물이 스스로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병충해에 대해서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다행히 바로 옆 밭 옥수수에서 건너온 벌레 몇 마리와 일부 녹두에 발생한 진딧물외에 큰 병해충 피해는 없어보였다.


    이랑을 새로 만들고 옮겨심은지 닷새만에 밭풀이 싹을 내기 시작했다. 8일후에 첫번째 김매기를 시작해서 일주일에서 열흘 간격으로 김매기를 서너번, 한참 후에 콩순집어주면서 한 번, 녹두 수확하면서 낫으로 한번 김매기를 해주었다. 두둑하나에 20분이 걸리는데, 스물다섯이랑을 다하려면 8~9시간이 소요된다. 도미닉이 스위스에서 가져온 긁는 날이 날카롭고 자루가 긴 호미, 딸깍이, 예초기 연결해서 쓰는 도구, 풀밀어 등을 사용했는데, 두둑에는 긁는 날이 날카롭고 자루가 긴 호미가, 고랑에는 풀밀어가 가장 적합한 도구였다. 수수의 경우엔 키가 월등히 컸으므로 초기에 세번 풀을 잡은 것 만으로 충분했지만, 기장과 조는 한번 더 풀을 잡아줬어야 했다. 하지만 여름방학을 지나면서 한번 시기를 놓쳤고, 이것은 두고두고 화근이 되었다. 콩류의 경우에는 잎사귀가 무성해져서 풀에 치이지 않을 시점 - 옮겨심고나서 약 50일즈음이 지나고나서는 더 이상 김매기를 해주지 않아도 되므로 두번 더해서, 총 대여섯번만 시기를 놓치지 말고 김매기를 해주었으면 나중에 굳이 큰 도움도 안되는 낫으로 풀베주는 김매기는 하지 않아도 괜찮았을 것 같다.



햇빛이 드는 방향을 고려해서 작물의 키에 따라 적절하게 심는 위치 선정하려고 고민했다. 남북방향으로 낸 이랑에 동쪽에서 서쪽으로 녹두, 서리밤콩, 쥐눈이콩, 조, 기장, 수수의 순으로 심었는데, 예상했던 것처럼 동쪽 작물은 키가 작았고, 서쪽으로 갈수록 키가 컸다. 밭 자체가 산기슭에 움푹 들어갔기때문에 일조량이 다른 밭에 비해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밭 안에서 작물들 간의 일조량 피해는 적었다고 생각한다.


산기슭에 붙어 있는 밭이라 처음에는 새 피해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별 대책은 없었다. 작물이 익어갈수록 조심스러웠지만 눈에 띄는 피해는 없어보였다. 수수에 양파망을 씌워서 보호할까 하다가, 수수 이삭이 습해져서 곰팡이가 생기거나 싹이 터버릴 수도 있고, 일일이 씌우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다행히 수확때까지도 눈에 띄는 새 피해는 없어보였다. 조와 기장, 특히 수수는 키가 크기 때문에 바람의 피해를 대비해야했다. 하지만 간격을 넉넉하게 심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끼를 여럿쳐서 작물간에 간격이 좁아져,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았어도 서로 붙들어주는 바람에 큰 바람 피해는 별로 없었다. 대부분이 3m가 넘게 자란 수수중에 몇 개만 넘어졌다.


내가 재배한 기장은 두가지 품종이었다. 진한 초콜렛색 찰기장과 갈색 찰기장이었는데, 옮겨심을 때 아차하고 그만 섞어서 심어버렸다. 혼자서 심는다면 그런 실수는 덜하겠지만, 학교에서든, 일반 농가에서든 현실적으로 여럿이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 작물에 여러 품종을 심을 경우엔 특히 종자구분에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하겠다.


아울러 내가 심은 찰수수와 홍샘댁 이승진 사모님이 보령에서 얻어와 심으신 찰수수, 장곡에 종구아저씨네 갔을 때 본 찰수수, 문당리에서 지나가면서 본 키작고 알많은 빗자루수수를 비교해보면 내 수수는 키가 굉장히 크지만 알곡이 작고 적으며 모양도 깨끗하지 않았다. 내 수수가 나름의 장점이 있을지는 더 오랜시간 재배와 가공을 통해 두고봐야 알 일이겠지만, 일단 눈으로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보니 부러운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겹쳐졌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직접 겪지 않고는 모를 일이었으니 차라리 지금 겪는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에 기회를 만들어서 두가지 종자를 각각 구분해서 심고, 비교해 보았으면 한다.


서리밤콩이나 쥐눈이콩, 녹두를 심을 때, 한 곳에 하나씩 심는 것이 좋을지, 두개나 세개를 한 곳에 심는게 좋을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오도샘이 하나씩 심으라고 해서 그렇게 심었지만, 왜 한 개만 꽂았냐고 장샘은 또 다른 말씀을 하셨다.


옮겨심은지 한달이 지났을 즈음 큰 비바람에 콩류가 많이 쓰러지고 땅 바로 위 줄기부분이 상한 것이 많았다. 하우스에서 줄기가 약간 웃자란 것이 줄기가 잘 꺽이고 쓰러진 이유 중에 하나이겠지만, 만약에 두세개를 같이 심어주었으면 서로 의지가 되어 더 적게 쓰러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꺽이지 않은 콩의 콩대가 매우 굵어지고, 안그래도 새끼를 많이 치고, 순을 잘 뻗어내는 서리밤콩과 쥐눈이콩의  순을 집어주면서 하나씩만 심어서 잘 키우는 것도 순집기가 수월하고, 작물이 건강해서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론적으로는 모종을 키울 때 웃자라지 않게 키우고, 한 곳에 두개이하로만 꽂아주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콩류재배 교과서에는 두세개가 기본이고, 가장 많은 수확량을 낸다고 한다)


아울러 두둑의 모양을 평평하게 평이랑으로 해서 김매기와 북주기를 병행하기 쉽도록 하는 것이, 비닐멀칭을 하지 않고 재배할 때 유의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두둑이 불룩한 경우에는 김매면서 북주기가 쉽지 않았다.


소회

외로운 잡곡        재배와 수확 이후에 알곡을 정선하고 도정해서 학교생협을 통해 판매하거나, 미숫가루를 가공해서 판매하고 싶었지만 여력이 부족하여 아직 탈곡과정에만 머물러 있다. 서리밤콩은 아직 수확도 못하고 밭에서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조와 기장 같은 잡곡은 열사람이 수고해야, 한 사람이나 겨우 먹인다"는 말처럼 작물을 재배하고, 탈곡하고, 정선하고, 도정하는 일은 손이 많이 가는데다가 어렵고 막막하기 그지없다. 주곡인 쌀에 밀려, 그에 비해 기계나 기술이 덜 발달한 탓일수도 있겠다.
    한해동안 일을 많이 벌리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했지만, 바람과 달리 일이 점점 늘어나서 나중에는 우선순위에서 밀린 일은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했다. 그 밀린 일이 바로 잡곡재배이다. 잡곡재배가 원래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도 하지만, 나도 우선순위를 두지 못하고, 학교 안에서도, 일반적인 농업현실에서도 잡곡은 주곡에 밀려 뒷전으로 물러나기 쉽상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잡곡을 영양곡으로 바꿔부르자는 주장은 의미가 있다. 다음에 다시 기회를 만들어서 외롭지 않은 영양곡재배를 시도해보고 싶다.

고맙다 동무들    여러 종류의 잡곡을 재배하는 일은 혼자서 하기엔 정말 벅찬 일이라고 생각한다. 씨 뿌리고, 옮겨심고, 김매고, 추수하는데 늘 동무들의 손을 빌었다. 지면을 빌어 지도해 주신 오도샘과 문샘 그리고 함께 땀흘린 동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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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 17. 화요일 밭농사과제발표 자료
풀무생태농업전공부 2008 최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