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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17 [2012. 7. 16] 서른 한번째 할머니 보따리 이야기 2

  “새들이 저녁 7시 20분쯤 되면 자러 들어가. 그리고 (새벽) 5시 20분쯤 되면 먹으러 나와. 그래서 집에서 5시에는 (콩밭으로) 나가.” 콩 심어놓고 일주일 내내 콩밭에 나가 새 쫓으신 엄니의 말씀입니다. “비가 오니께, 밭에서 앉지도 못하고 서지덜 못하고. 미친년처럼 왔다 갔다 허다가, 새도 안 오는 거 같어서 그냥 후딱 걸어왔지.“ 비오는 날, 콩 심은 밭에 새 쫓으러 갔다 오시며 아줌니가 하신 말씀입니다. 콩나물콩(쥐눈이콩)이랑, 메주콩 심어 놓고 날마다 새 쫓으러 밭에 나가시는 게 일이네요. 콩이 싹을 터서 떡잎을 내기 시작하면 새들이 와서 콕콕 집어 먹는답니다. 엄니 말씀이 ‘콩은 산새들이 날아와서 먹고, 옥수수는 까치가 와서 파먹고, 논 김매는 우렁이는 백로가 와서 다 먹는다’고 하시네요. 공중 나는 새들까지 먹이시는 훌륭한 할머니들이지요. 하나님이 하실 일을 나눠 하신다고 하면 좀 위로가 되려나요?

 
  가을까지 콩이 잘 버텨서, 올해는 콩 소출이 넉넉했으면 좋겠네요. 유기농을 많이 한다는 여기 홍동에도, 밭농사엔 약을 쓰시는 분들이 종종 있답니다. 특히 벌레나 병에 약한 고추와 콩은 심으면서 한번, 비오기 전에 한번, 비오고 나서 또 한번. 수시로 농약을 줘야 제대로 따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약 한번, 비료 한번 쓰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새 망보고, 벌레 잡아주고, 허리가 꼬부라지도록 풀 매면서 열심히 농사짓는 우리 할머니들이 자랑스럽습니다.
  
1. 단호박 : 달콤한 단호박. 익는 대로 잘 모아두었다가 보내요. 툭 잘라서 씨 파내고, 쪄서 바로 드셔도 되고요. 으깨어 (조청, 마요네즈와 다른 채소와 견과류도 넣고) 단호박 샐러드 만들어 드셔도 됩니다.    
2. 강낭콩 : 완두콩 다음으로 나오는 여름 콩. 까서 밥에 넣어 드세요. (오래 두고 드실 땐, 냉동보관) 
3. 가지 : 여름 반찬. 가지가 주렁주렁 열리네요. [길게 2등분해서 김오른 채반에서 살짝 찌고, 간장, 참기름, 깨소금, 다진마늘로 무쳐드세요] 약간 쪼글쪼글해도 맛에는 지장이 없으니, 잘 챙겨서 드세요.
4. 보라색 무 : 보라색 무예요. 한참 무가 자랄 때 비가 제대로 안와서인지 크기도 작년에 비해 좀 작고, 모양도 좀 덜 이쁘네요. 항산화물질이 들어있어, 노화를 방지하고 피를 맑게 한답니다. 무를 사용하는 곳에 어디든 사용할 수 있지만, 생으로 요리하면 전체적으로 보라색으로 변하는 게 예쁘기 때문에 초절임이나, 피클, 샐러드로 드시면 좋아요. [무초절임 : 1. 무를 얇게 썬다. 2. 식초(4), 설탕(1), 소금(0.5) 넣고, 설탕이 녹으면 무 넣고. 3. 30분 이상 두면 맛이 나고요. 하루 정도 두면 더 좋아요. 4. 얇게 썬 야채나, 고기 구워서 싸 먹으면 맛있어요.] 
5. 파프리카와 피망 : 꿈이자라는뜰(문철 일터, greencarefarm.org) 농장에서 나온 파프리카와 피망입니다. 단품으로는 양이 모자라서 섞어서 보내드립니다. 볶아 드셔도 되고, 잘라서 쌈장에 찍어드셔도 시원한 맛이 좋아요. 
6. 부추 : 날이 더우니, 고춧가루, 마늘소스 넣고 살짝 무쳐 먹으면 좋겠네요. 샐러드에 넣어도 좋고요. 비오는 날에 부추전과 막걸리는 말 안해도 아시지요?
7. 아욱(근대) : 단백질, 칼슘, 무기질 등이 풍부한 여름 채소. [줄기 쪽은 쫑쫑 썰어 넣고, 행주 빨 듯이 박박 문질러 씻어서 녹색 물 빼내고, 된장국에 마른새우와 함께 넣어 푹 끓이면 맛있는 아욱(근대)된장국이 됩니다.] 부채처럼 둥글게 생긴것이 아욱, 길쭉한 잎에 줄기부분이 굵은 것이 근대입니다.
8. 조림용 알감자 : 자작자작하게 물 넣고 살짝 삶아내서, 기름 두르고 볶다가 조청과 간장 넣고 조려 드세요.
9. 마늘장아찌 : 햇마늘 가운데 통이 작은 것으로 마늘장아찌를 담궜습니다. 마늘쫑도 같이 어울려 있고요. 조금 짜지만, 정말 귀하고 맛있네요. 
10. 유정란 : 암탉, 수탉이 어울려 살며, 깻묵, 들풀, 청치, 생선 대가리, 조개, 굴 껍질을 먹으며 낳은 건강한 유정란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non-GMO 사료 먹인 방사 유정란]. 

☺ 계속되는 장마에 옥수수가 익지 않아서, 이번 보따리엔 옥수수 없이 보냅니다. 다음 번 할머니보따리는 옥수수가 익는 대로, 옥수수 일정에 맞춰 보내려합니다. 갓 따서 쪄먹는 옥수수 맛이 예술이거든요^^ 일정을 격주로 잘 맞추지 못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