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옆에 그늘에 앉아 쪽파를 다듬고 계시다가 사랑하는 손주를 반갑게 맞아주신 할머니.


  농사를 짓기 전에는 모든 농사가 봄에 시작해서 가을에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홍성에 내려와서 농사 짓는 걸 보니, 철마다 심고 거둘 것이 있네요. 요즘은 배추, 무, 시금치, 갓, 상추 등을 심는 때입니다. 김장꺼리를 늦여름에 심어서, 가을에 수확하는 것이지요. 더위와 태풍으로 망가졌던 밭에 풀을 메주고, 다시 가꾸어 밭을 만들고 배추, 무를 심었습니다. 날이 습해서, 배추나 무가 심자마자 죽은 것도 많고요. 예년처럼, 벌레 피해도 여전합니다. 달팽이, 굼벵이, 톡톡이, 나비애벌레... 종류도 가지가지 입니다. 아침, 저녁 벌레를 잡아도, 사람보다는 벌레가 더 부지런한 것 같아요. 
  요즘 논길을 걸으면, 벼 익는 구수한 냄새가 솔솔 납니다. 저희 논은 큰 태풍을 잘 견디고 알곡이 실해지고, 점점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이웃 농부네가 가져다 준 햅쌀로 밥을 해서 먹어보았는데, 정말 달콤했습니다. 햅쌀밥엔 반찬이 따로 필요 없어요. 호호.^^ 저희는 추청을 심어서, 다음 달 중순이나 말경에 추수할 예정입니다. 햅쌀 기대해주세요. 햅쌀은 별도로도 판매도 할 예정입니다. 

1. 감자전분: 매일매일 정성스레 물을 갈아주며 만든 감자전분이예요. [밀가루와 감자전분을 3:1로 넣고 수제비반죽 만들어 드셔도 좋고. 탕수육 고기 반죽이나, 탕수육 소스, 마파두부소스 등 걸죽한 국물 만들 때, 사용하시면 되요.] 명절을 맞아, 특별한 음식에 요긴하게 쓰였으면 좋겠네요.  
2. 옥수수: 가을에 먹으려고, 한여름에 심은 옥수수가 그새 익었네요. 많이 익어서, 딱딱한 것도 간혹 있을 거예요. 하루 이틀 사이에 많이 익었네요. 꼭꼭 씹어 드세요. 자작자작 물 넣고 삶다가, 다 삶아지면 물 버리고 살짝 뜸 들여서 드세요. [두고 드셔야 한다면, 비닐봉지에 꽁꽁 싸서 수분이 빠지지 않게 해서 김치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삶아 드세요] [알알이 까두었다가, 밥할 때 넣어 드셔도 달콤하고 씹히는 맛이 좋아요]
3. 고구마순: 편하게 드시라고, 고구마순을 삶아서 보냅니다. [1..찬물에 헹구고, 적당한 길이로 잘라 2.기름 두른 팬에서 볶다가, 다진파(1), 다진마늘(0.5), 국간장(1), 소금(0.3) 기호에 따라 조청이나 설탕 조금 넣으세요. 3. 들기름(1), 들깨가루(1) 넣어서 드세요.]
4. 쪽파: 한번 더 보내드립니다. 부추 전처럼, 파전(밀가루, 계란, 파, 오징어나 조갯살)으로 부쳐 먹어도 되고요.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어도 되요. 대파대신 요리에 사용해도 됩니다. 
5. 고추: 끝물 고추예요. 고추찜나물이나, 멸치볶음에 넣어드셔도 좋아요. [고추찜나물: 1.꼭지를 제거하고 포크로 콕콕 구멍을 내고. 2. 마른 밀가루에 버무리고 3. 김이 오른 찜통에 넣어 5분 동안 찌고. 4. 진간장(3), 조청(1), 고춧가루(0.5), 다진파마늘, 참기름, 깨(0.3씩) 버무려서 드세요.]
6. 들풀효소: 민들레, 질경이, 등 밭에 나는 다양한 들풀을 3년 이상 발효, 숙성시킨 들풀효소입니다. [고추장에 효소 넣고, 식초만 약간 넣으면 맛있는 초고추장 됩니다. 고기 양념 할때 넣으면, 고기 부드럽게 하고, 냄새를 없애줍니다. *샐러드소스 : 간장2, 들풀효소2, 현미식초1, 깨소금(들깨가루)1, 올리브오일(들기름)1. *4배 정도 시원한(혹은 미지근한) 물에 희석해서 음료로 드셔도 좋아요. 해독, 정화 작용, 피로회복, 소화 촉진 등 여러모로 좋아요.]  
7. 구기자 한과: 청양에서 만든 구기자 한과예요.(유기농은 아닙니다) 추석이라 구해서 넣어드립니다. 추석선물!^^ 설 즈음에는 집에서 직접 만든 한과(작년에도 보내드렸지요?)를 넣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8. 머위: 날이 선선해지니 쌉싸름한 맛의 머위나물이 다시 올라오네요. * 줄기부분 껍질을 살짝 벗기고, 30초 정도 데쳐서, 찬물에 30분 이상 담가 쓴맛을 뺍니다. [초고추장 양념에 무쳐 드세요] [호박잎 드시듯, 살짝 쪄서 쌈채소와 함께 쌈밥으로 드세요.]
9. 유정란: 암탉, 수탉이 어울려 살며, 깻묵, 들풀, 청치, 생선 대가리, 조개, 굴 껍질을 먹으며 낳은 건강한 유정란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non-GMO 사료 먹인 방사 유정란]. 비가 오니, 달걀을 많이 낳지 않네요. 숫자 가능한대로 보냅니다.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10월 10일(수)에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지난주, 엄니의 칠순을 기념하여,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10월 중순부터는 벼바심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추수가 시작되면 더 바빠질 것 같아, 잠깐 틈이 생긴 며칠간 다녀왔지요. 엄니댁 닭들은 옆집 아줌니께 먹이를 잘 챙겨주십사 부탁을 하고, 저희 꿈이자라는뜰 비닐하우스는 이웃 목수님께 아침저녁 창문 여닫는 것과 물주는 것을 부탁하고 다녀왔습니다. 생명 있는 것들을 두고, 며칠 집 비우는 것이 쉽지 않네요.
    농부는 어딜가도 농부인가 봅니다. 꿈뜰농장에서 허브를 기르고 있는 문철군은 제주에서 첫 여행일정으로 허브동산을 정하고, 그곳에서 3시간도 넘게 머물렀답니다^^ 허브정원도 둘러보고, 허브티, 화장품 등으로 가공한 것도 잘 살펴보고, 허브찜질방에도 앉아 쉬고. 그야말로 견학을 했지요. 특히 로즈마리 정원이 맘에 들었는데, 제주도는 로즈마리가 노지에서 겨울을 보낼 수 있어, 부러웠답니다. 여기 홍성은 겨울이 추워 월동이 어려운 허브가 많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풍경은, 제주돌로 쌓아둔 돌담에 둘러싸인 밭입니다. 참 아름다웠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서울 도매업자들이 쉽게 사갈 수 있도록 지역마다 작물을 정해서 단작 위주로 대량으로 농사를 짓고, 그러다보니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 큰기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답니다. 저희 숙소 앞에는 온통 당근 밭만 있었지요. 제주도에서 제일 아쉬웠던 것은 어딜 가나 밥이 푸석푸석하고 맛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이 잘 빠져서 논이 거의 없는 제주도는 쌀 생산이 어렵고, 육지에서 쌀을 사오기 때문이랍니다.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막상 집에 돌아오니, ‘역시 우리집, 우리집 밥이 제일 좋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맛있는 따뜻한 잡곡밥 한그릇, 절경은 없어도 하늘과 바람과 햇볕, 그리고 작은 밭과 철마다 간식거리를 내어주는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편안하고 익숙한 풍경. 벼바심을 앞둔 논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릅니다. 햅쌀밥을 해먹으면 또 얼마나 맛있을까요?^^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1. 무 섞박지 : 여름에 심어둔 무가 꽤 자라서, 섞박지(큰 깍두기) 담아 보냅니다. 김치가 아쉬운 요즘 요긴한 반찬이 되길 바랍니다. (무가 척박한 땅에서 여름에 자란거라... 많이 맵네요. 좀 익으면 괜찮아지려나?..)
2. : 할머니들이 집 주변 밤나무를 샅샅이 뒤져 딴 밤입니다. 자연상태에서 자란 산밤이라 벌레 먹은 것이 있을수 있어요. 잘 골라내고 드세요. 물을 넣고 삶아서 먹으면 됩니다. 저희는 생밤으로 깎아 먹는 걸 더 좋아해요.
3. : 아줌니 댁과 저희 집 감나무에서 열린 감이예요. 소금물에 삭혀서 떫은 맛 없이 드실 수 있을 거예요. (간혹 덜 삭아져서, 떫은 맛이 있는게 있네요. 일주일 정도 더 삭혀서 드세요^^)
4. 식혜 : 쌀과 직접 싹틔운 엿기름으로 만든 식혜. 설탕(유기농 비정제 설탕_브라질산)은 아주 조금만 넣고, 대신 쌀을 많이 넣어 단맛을 냈어요. 입맛에 따라 설탕을 더 넣어드셔도 되요.
5. 당근 : 당근이 꽤 컸네요. 가을당근 참 맛납니다. 씻어서 생으로 드셔보세요.
6. 호박 : 마지막 호박이 될 것 같아요. 된장찌개에 퐁당. 
7. 머위(머우나물) - 쌉싸름한 맛의 머위나물. *줄기부분 껍질을 살짝 벗기고, 30초 정도 데쳐서, 찬물에 30분 이상 담가 쓴맛을 뺍니다. [국간장(또는 액젓),1, 들깨가루1, 고춧가루-다진 파-다진 마늘 약간 넣고 볶고. 불 끄고 들깨가루 더 뿌려 드세요] [호박잎 드시듯, 살짝 쪄서 쌈밥으로 드세요. 양배추쌈도 함께하면 좋겠죠?]
8. 상추 : 선선해지니 상추가 먹기 좋게 잘 자랐네요. 부족한 상추는 홍성유기농 정상진씨 댁에서 가져와 보탰어요.
9. 냉이 : 이웃 미순네 냉이가 잘 되어서, 함께 넣어드립니다. 
10. 유정란 : 일반 사료는 먹이지 않고, 청치(푸른기가 섞여있는 쌀)와 풀, 굴껍질, 남은 음식물 등을 먹입니다. 암탉이 낳은 대로 보내니, 10개 다 채우지 못해도 이해해 주세요^^ 
11. 피망, 파프리카, 가지: 꿈이자라는뜰 하우스에서 자란 것입니다. 양이 가능한대로 나누어 보내드립니다.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10월 26일(수)에 보냅니다.
* 식혜 여분이 없어서... 더 보내드리지 못했네요. ^^ 담엔 조금 더 넉넉히 할께요.
이번 보따리는 박스를 꽉 채워 보내서, 뿌듯했답니다. 가을의 풍성함이네요.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