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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12 [2011. 10. 12] 열 네번째 할머니 보따리 이야기 10
    지난주, 엄니의 칠순을 기념하여,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10월 중순부터는 벼바심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추수가 시작되면 더 바빠질 것 같아, 잠깐 틈이 생긴 며칠간 다녀왔지요. 엄니댁 닭들은 옆집 아줌니께 먹이를 잘 챙겨주십사 부탁을 하고, 저희 꿈이자라는뜰 비닐하우스는 이웃 목수님께 아침저녁 창문 여닫는 것과 물주는 것을 부탁하고 다녀왔습니다. 생명 있는 것들을 두고, 며칠 집 비우는 것이 쉽지 않네요.
    농부는 어딜가도 농부인가 봅니다. 꿈뜰농장에서 허브를 기르고 있는 문철군은 제주에서 첫 여행일정으로 허브동산을 정하고, 그곳에서 3시간도 넘게 머물렀답니다^^ 허브정원도 둘러보고, 허브티, 화장품 등으로 가공한 것도 잘 살펴보고, 허브찜질방에도 앉아 쉬고. 그야말로 견학을 했지요. 특히 로즈마리 정원이 맘에 들었는데, 제주도는 로즈마리가 노지에서 겨울을 보낼 수 있어, 부러웠답니다. 여기 홍성은 겨울이 추워 월동이 어려운 허브가 많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풍경은, 제주돌로 쌓아둔 돌담에 둘러싸인 밭입니다. 참 아름다웠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서울 도매업자들이 쉽게 사갈 수 있도록 지역마다 작물을 정해서 단작 위주로 대량으로 농사를 짓고, 그러다보니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 큰기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답니다. 저희 숙소 앞에는 온통 당근 밭만 있었지요. 제주도에서 제일 아쉬웠던 것은 어딜 가나 밥이 푸석푸석하고 맛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이 잘 빠져서 논이 거의 없는 제주도는 쌀 생산이 어렵고, 육지에서 쌀을 사오기 때문이랍니다.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막상 집에 돌아오니, ‘역시 우리집, 우리집 밥이 제일 좋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맛있는 따뜻한 잡곡밥 한그릇, 절경은 없어도 하늘과 바람과 햇볕, 그리고 작은 밭과 철마다 간식거리를 내어주는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편안하고 익숙한 풍경. 벼바심을 앞둔 논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릅니다. 햅쌀밥을 해먹으면 또 얼마나 맛있을까요?^^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1. 무 섞박지 : 여름에 심어둔 무가 꽤 자라서, 섞박지(큰 깍두기) 담아 보냅니다. 김치가 아쉬운 요즘 요긴한 반찬이 되길 바랍니다. (무가 척박한 땅에서 여름에 자란거라... 많이 맵네요. 좀 익으면 괜찮아지려나?..)
2. : 할머니들이 집 주변 밤나무를 샅샅이 뒤져 딴 밤입니다. 자연상태에서 자란 산밤이라 벌레 먹은 것이 있을수 있어요. 잘 골라내고 드세요. 물을 넣고 삶아서 먹으면 됩니다. 저희는 생밤으로 깎아 먹는 걸 더 좋아해요.
3. : 아줌니 댁과 저희 집 감나무에서 열린 감이예요. 소금물에 삭혀서 떫은 맛 없이 드실 수 있을 거예요. (간혹 덜 삭아져서, 떫은 맛이 있는게 있네요. 일주일 정도 더 삭혀서 드세요^^)
4. 식혜 : 쌀과 직접 싹틔운 엿기름으로 만든 식혜. 설탕(유기농 비정제 설탕_브라질산)은 아주 조금만 넣고, 대신 쌀을 많이 넣어 단맛을 냈어요. 입맛에 따라 설탕을 더 넣어드셔도 되요.
5. 당근 : 당근이 꽤 컸네요. 가을당근 참 맛납니다. 씻어서 생으로 드셔보세요.
6. 호박 : 마지막 호박이 될 것 같아요. 된장찌개에 퐁당. 
7. 머위(머우나물) - 쌉싸름한 맛의 머위나물. *줄기부분 껍질을 살짝 벗기고, 30초 정도 데쳐서, 찬물에 30분 이상 담가 쓴맛을 뺍니다. [국간장(또는 액젓),1, 들깨가루1, 고춧가루-다진 파-다진 마늘 약간 넣고 볶고. 불 끄고 들깨가루 더 뿌려 드세요] [호박잎 드시듯, 살짝 쪄서 쌈밥으로 드세요. 양배추쌈도 함께하면 좋겠죠?]
8. 상추 : 선선해지니 상추가 먹기 좋게 잘 자랐네요. 부족한 상추는 홍성유기농 정상진씨 댁에서 가져와 보탰어요.
9. 냉이 : 이웃 미순네 냉이가 잘 되어서, 함께 넣어드립니다. 
10. 유정란 : 일반 사료는 먹이지 않고, 청치(푸른기가 섞여있는 쌀)와 풀, 굴껍질, 남은 음식물 등을 먹입니다. 암탉이 낳은 대로 보내니, 10개 다 채우지 못해도 이해해 주세요^^ 
11. 피망, 파프리카, 가지: 꿈이자라는뜰 하우스에서 자란 것입니다. 양이 가능한대로 나누어 보내드립니다.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10월 26일(수)에 보냅니다.
* 식혜 여분이 없어서... 더 보내드리지 못했네요. ^^ 담엔 조금 더 넉넉히 할께요.
이번 보따리는 박스를 꽉 채워 보내서, 뿌듯했답니다. 가을의 풍성함이네요.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