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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21 [2011. 4. 20] 세번째 할머니 보따리 이야기 17


 ‘할머니, 지렁이 잡았어요. 닭한테 주세요!’ 여름이가 살아있는 지렁이 한 마리를 가지고 와서 할머니를 부릅니다. ‘한마리만 던져주면, 싸울텐데... 그래도 한번 줘볼까?’ 휙~! 지렁이 한 마리가 닭장 안으로 날아가자, 닭들이 서로 먹겠다고 난리입니다. 할머니들 말씀이 “이거, 닭 키우는 게 보통일이 아니여. 아침 저녁으로 풀 뜯어다 줘야지. 바쁘다고 풀 뜯어주는 거 빼먹으면 바로 달걀 숫자가 줄어” 닭 풀 뜯어주는 재미로 여름이는 할머니집에서 노는 걸 참 좋아합니다.
 
  여름아빠, 문철은 꿈이자라는뜰(greencarefarm.org)에서 채소 파종을 하고, 모종을 기르느라 바쁩니다. 고추, 파프리카, 가지, 단호박, 토마토, 참외, 오이, 양배추, 상추, 수세미, 옥수수, 바질, 양상추 등이 싹을 내고 잘 자라고 있지요. 채소와 함께 기르면 도움이 되는, 한련화, 메리골드, 사루비아 같은 꽃모종도 기르고 있고요. 밭에 서리가 내리지 않는 5월초부터 판매하고, 밭에 심게 될 예정입니다. 아침저녁 일기에 맞춰 비닐과 보온덮개(이불)을 열었다 덮었다... 큰 모종은 큰 포트로 옮겨 심고, 그야말로 시집살이를 하고 있지요.^^

엄니밭과 아줌니밭에도 거름(유박, 축분발효퇴비)을 내고 경운기로 쟁기질을 했습니다. 땅콩, 참깨, 고추 등을 심을 밭에 이랑도 만들어야 하고요. 바쁜 일철이 시작되었습니다. 해가 길어져서 일을 늦게까지 할 수 있는지, 늦게까지 일을 하라고 해가 길어진 것인지^^;; 길어진 해만큼 열심히 일할 것이 넘쳐나는 계절입니다.


1. 삶은 시래기 - 겨우내 말려둔, 무청 시래기. 비타민과 철분이 엄청 많아요. [1. 시래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국간장, 된장(청국장), 다진 파마늘, 들기름, 국멸치 넣고 볶다가 물을 조금 넣고 푹 끓여 드세요] [2. 시래기밥 - 시래기를 넣고 밥을 하고, 달래양념장에 비벼 드세요] 

2. 머위(머우나물) - 쌉싸름한 맛의 머위나물. * 줄기부분 껍질을 살짝 벗기고, 30초 정도 데쳐서, 찬물에 30분 이상 담가 쓴맛을 뺍니다. [국간장(또는 액젓),1, 들깨가루1, 고춧가루-다진파-다진마늘 약간 넣고 볶고. 불 끄고 들깨가루 더 뿌려 드세요] [호박잎 드시듯, 살짝 쪄서 쌈밥으로 드세요. 양배추쌈도 함께 준비하면 맛이 잘 어울립니다]

3. 달래 - 알고 보니 저희 집 앞마당, 밭, 담 아래가 모두 달래밭이네요. [뿌리째 쫑쫑 썰어, 간장, 고춧가루, 마늘, 깨소금 넣고 달래간장 만들어드세요] [된장찌게에도 넣고] [부침개에 넣어 드셔도 좋아요]

4. 시금치 - 소풍날 김밥에 꼭 들어가야 할 시금치. 보관해 놓고 드시려면, 살짝 데쳐서 물기를 쫙 빼고 한번 먹을 양 만큼 냉동해두세요. 그래도 바로 무쳐 드시는 게 제일 맛있지요. [된장2, 고추장1, 마른새우, 멸치 다싯물 넣고 시금치토장국 끓여도 좋아요]  - 이웃농부 이환의씨 댁에서 캐왔어요.

5. 쑥절편 - 봄에 뭐니뭐니해도 쑥이지요. 제철에 먹을 수 있는 쑥 떡! 맛나게 드세요. [굳었다면 끓는 물에 살짝 데치거나, 쪄서 드시거나. 들기름 살짝 두른 팬에 노릇노릇 구워 먹어도 맛나요. 조청에 찍어 먹으면 금상첨화지요.] 

6. 무 짱아찌 - 땅에 묻어 겨울내 잘 보관해둔 무로 장아찌를 담았어요. 약간 짜게 되었네요.

7. 마늘고추장 - 작년에 농약 한번 주지 않고, 하나하나 손으로 따고 말리고 닦아, 가루를 낸 고춧가루와 마늘, 쌀조청으로 만든 고추장이예요. 마을에서 인기 좋은, 김정자 아줌니만의 비법 고추장이지요.  *냉장보관해주세요!

8. 유기농쌀 튀밥 - 장날에 가서 뻥튀기 해왔어요. 한 웅큼 씩 팍팍 집어먹으면 더 맛이 납니다.

9. 유정란 - 사료는 전혀 먹이지 않고, 풀, 유기농 쌀(청치), 굴껍질 등을 먹여 키운 무항생제 달걀

10. 식혜 : 할머니들이 한번 더 넣어 드리자고 하셔서, 이번에도 넣어드려요.  


✱ 따뜻한 봄날, 여름이네로 나들이 오셔서 일손 나눠주셔도 좋아요~ ^^ 다음은 5월 3일(화)에 보냅니다. 5월 5일이 공휴일이네요.


✱ 그리고... 그 뒷이야기...
엄니와 아줌니께서 세 번째 할머니보따리를 싸시며, '아이고, 이게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네!' 라는 말씀을 하시네요. 머위 뜯고, 쑥 캐고, 달래 캐고, 다듬고 하시는 일이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품도 많이 들고, 생각보다 주머니는 가볍고ㅋ 그러신가 봅니다.  저는 옆에서 다 다듬어 보낼 생각마시고, 캐서 보내기만 해도 된다고 말씀드려도... 그래도 다듬어 보내야 한다고 하시고. 봄나물 많을때 마늘고추장도 보내야 하고, 쑥떡도 제철이라 이번에 해서 보내야 하고, 식혜도 앞으로는 따뜻해져서 보내기 어렵다고 이번에 바리바리 싸서 보냈는데, 계산해보니 영 수지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모두들 타고난 농사꾼임은 분명하지만, 장사꾼으로는 영 젬병입니다. 그래도 '이번 박스는 꽉 찬것이, 뭐가 좀 들어간거 같아. 뿌듯허네' 라고 하시는 할머니 마음.  담달에는 또 뭘 보내야 하나, 즐거운 고민이 계속되네요.

오늘도 엄니는 보건소에 가셔서, 허리에 침을 맞으시고 다시 감자밭으로 나가셨다네요. 일을 해도 병나고, 일 안하고 가만히 계시면 더 큰 병나시는 우리 두 할머니들이 즐겁게 농사 지을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