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저녁 7시 20분쯤 되면 자러 들어가. 그리고 (새벽) 5시 20분쯤 되면 먹으러 나와. 그래서 집에서 5시에는 (콩밭으로) 나가.” 콩 심어놓고 일주일 내내 콩밭에 나가 새 쫓으신 엄니의 말씀입니다. “비가 오니께, 밭에서 앉지도 못하고 서지덜 못하고. 미친년처럼 왔다 갔다 허다가, 새도 안 오는 거 같어서 그냥 후딱 걸어왔지.“ 비오는 날, 콩 심은 밭에 새 쫓으러 갔다 오시며 아줌니가 하신 말씀입니다. 콩나물콩(쥐눈이콩)이랑, 메주콩 심어 놓고 날마다 새 쫓으러 밭에 나가시는 게 일이네요. 콩이 싹을 터서 떡잎을 내기 시작하면 새들이 와서 콕콕 집어 먹는답니다. 엄니 말씀이 ‘콩은 산새들이 날아와서 먹고, 옥수수는 까치가 와서 파먹고, 논 김매는 우렁이는 백로가 와서 다 먹는다’고 하시네요. 공중 나는 새들까지 먹이시는 훌륭한 할머니들이지요. 하나님이 하실 일을 나눠 하신다고 하면 좀 위로가 되려나요?

 
  가을까지 콩이 잘 버텨서, 올해는 콩 소출이 넉넉했으면 좋겠네요. 유기농을 많이 한다는 여기 홍동에도, 밭농사엔 약을 쓰시는 분들이 종종 있답니다. 특히 벌레나 병에 약한 고추와 콩은 심으면서 한번, 비오기 전에 한번, 비오고 나서 또 한번. 수시로 농약을 줘야 제대로 따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약 한번, 비료 한번 쓰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새 망보고, 벌레 잡아주고, 허리가 꼬부라지도록 풀 매면서 열심히 농사짓는 우리 할머니들이 자랑스럽습니다.
  
1. 단호박 : 달콤한 단호박. 익는 대로 잘 모아두었다가 보내요. 툭 잘라서 씨 파내고, 쪄서 바로 드셔도 되고요. 으깨어 (조청, 마요네즈와 다른 채소와 견과류도 넣고) 단호박 샐러드 만들어 드셔도 됩니다.    
2. 강낭콩 : 완두콩 다음으로 나오는 여름 콩. 까서 밥에 넣어 드세요. (오래 두고 드실 땐, 냉동보관) 
3. 가지 : 여름 반찬. 가지가 주렁주렁 열리네요. [길게 2등분해서 김오른 채반에서 살짝 찌고, 간장, 참기름, 깨소금, 다진마늘로 무쳐드세요] 약간 쪼글쪼글해도 맛에는 지장이 없으니, 잘 챙겨서 드세요.
4. 보라색 무 : 보라색 무예요. 한참 무가 자랄 때 비가 제대로 안와서인지 크기도 작년에 비해 좀 작고, 모양도 좀 덜 이쁘네요. 항산화물질이 들어있어, 노화를 방지하고 피를 맑게 한답니다. 무를 사용하는 곳에 어디든 사용할 수 있지만, 생으로 요리하면 전체적으로 보라색으로 변하는 게 예쁘기 때문에 초절임이나, 피클, 샐러드로 드시면 좋아요. [무초절임 : 1. 무를 얇게 썬다. 2. 식초(4), 설탕(1), 소금(0.5) 넣고, 설탕이 녹으면 무 넣고. 3. 30분 이상 두면 맛이 나고요. 하루 정도 두면 더 좋아요. 4. 얇게 썬 야채나, 고기 구워서 싸 먹으면 맛있어요.] 
5. 파프리카와 피망 : 꿈이자라는뜰(문철 일터, greencarefarm.org) 농장에서 나온 파프리카와 피망입니다. 단품으로는 양이 모자라서 섞어서 보내드립니다. 볶아 드셔도 되고, 잘라서 쌈장에 찍어드셔도 시원한 맛이 좋아요. 
6. 부추 : 날이 더우니, 고춧가루, 마늘소스 넣고 살짝 무쳐 먹으면 좋겠네요. 샐러드에 넣어도 좋고요. 비오는 날에 부추전과 막걸리는 말 안해도 아시지요?
7. 아욱(근대) : 단백질, 칼슘, 무기질 등이 풍부한 여름 채소. [줄기 쪽은 쫑쫑 썰어 넣고, 행주 빨 듯이 박박 문질러 씻어서 녹색 물 빼내고, 된장국에 마른새우와 함께 넣어 푹 끓이면 맛있는 아욱(근대)된장국이 됩니다.] 부채처럼 둥글게 생긴것이 아욱, 길쭉한 잎에 줄기부분이 굵은 것이 근대입니다.
8. 조림용 알감자 : 자작자작하게 물 넣고 살짝 삶아내서, 기름 두르고 볶다가 조청과 간장 넣고 조려 드세요.
9. 마늘장아찌 : 햇마늘 가운데 통이 작은 것으로 마늘장아찌를 담궜습니다. 마늘쫑도 같이 어울려 있고요. 조금 짜지만, 정말 귀하고 맛있네요. 
10. 유정란 : 암탉, 수탉이 어울려 살며, 깻묵, 들풀, 청치, 생선 대가리, 조개, 굴 껍질을 먹으며 낳은 건강한 유정란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non-GMO 사료 먹인 방사 유정란]. 

☺ 계속되는 장마에 옥수수가 익지 않아서, 이번 보따리엔 옥수수 없이 보냅니다. 다음 번 할머니보따리는 옥수수가 익는 대로, 옥수수 일정에 맞춰 보내려합니다. 갓 따서 쪄먹는 옥수수 맛이 예술이거든요^^ 일정을 격주로 잘 맞추지 못해 죄송합니다. 

나는 마늘! 마늘은 씨앗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요렇게 쪽을 낸 마늘을 심으면 여섯쪽마늘로 자라난 답니다.


나는 양파!~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양파의 어린모입니다. 겨울을 지내고, 아랫부분에 알이 동글동글하게 차오르면, 그게 바로 우리가 먹는 양파가 되는 것이랍니다.


   “여울아, 마늘 심을 밭이야. 밟지 마세요. 저기 가서 놀아~”
   지난 주말에는 여름이, 여울이까지 총출동해서 마늘밭, 양파밭을 만들었습니다. 여름이, 여울이는 노란 은행잎이 떨어진 밭가에서 흙장난하며 놀았지요. 빈 밭에 유박과 퇴비를 뿌린 뒤 경운기로 밭을 갈고, 삽과 레이크로 고랑을 만들어 비닐을 씌웠습니다. 마늘 실종사건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던 마늘도 무사히 잘 심었습니다. 꿈이자라는뜰 농장에도 양파와 마늘, 밀과 보리를 조금씩 심었습니다. 양파, 마늘, 밀, 보리 등은 겨울을 나야 제대로 결실을 맺는 작물들이랍니다. 홍성으로 내려오기 전, 도시에서만 살다 농사를 전혀 몰랐던 저는 모든 농사일이 봄에 심고, 가을에 거두는 것으로만 알았답니다. 그런데 작물에 따라 가을에 심기도 하고, 겨울을 나야만 하는 작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정말 신기했지요. 
   이제 입동이 지나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네요. 콩 갈무리하고, 김장거리들을 거둬들여서 11월 말에 김장을 담그고 나면 정말 농한기에 접어듭니다. 농한기에 보내 드릴 먹거리로 은행, 고구마, 땅콩 등을 잘 갈무리해서, 보관하고 있답니다. 평소의 농부들에겐 주말이나 공휴일이 따로 없는데, 긴 겨울 동안 쉬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햅쌀은 정미소 일정 때문에 도정이 늦어졌습니다. 그래서 이웃 농부네 가정용 도정기로 일부만 도정해 와서 저희도 맛을 좀 보고, 할머니보따리에도 넣어드립니다. 손수 농사지은 쌀로 밥을 해먹는 논농사는 밭농사와는 또 다른 차원의 기쁨이 있네요^^ 팔 수 있는 양이 많지는 않지만, 필요하신 분들은 주문해주세요. 다음 주에 보내드립니다.

1. 햅쌀: 쌀눈이 남아있는 7분도로 찧은(도정한) 것 이예요. 맛있게 드세요.
2. 알타리무김치: 오래간만에 김치를 넣어드립니다. 고춧가루 등 모든 양념도 저희가 직접 농사지은 것이랍니다. 근데 조금 짜게 되었네요^^
3. 민들레김치: 가을 민들레가 한창이라,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논둑, 밭둑에서 뜯은 민들레로 담근 김치예요. 민들레 캐기가 어려워 양은 많지 않지만, 몸에 좋은 것이니 입에 쓰더라도(^^) 맛있게 드세요.
4. 배추: 김장용으로 심은 배추인데, 화학비료와 농약 없이도 잘 자라 주어서 제법 알이 차고 있네요. 잘 씻어서, 쌈장과 함께 쌈배추로 드세요. 돼지고기 삶아서 보쌈으로 함께 드시면 더 맛있지요. 배추 된장국도 좋고요.
5. 시금치: 추위에도 잘 견디는 시금치입니다. 살짝 데쳐서, 집간장, 마늘, 깨소금, 참기름 넣고 무쳐 드세요. [된장2, 고추장1, 마른새우, 멸치 다싯물 넣고 시금치된장국 끓여도 좋아요]
6. 냉이: 시중에 판매되는 냉이에는 제초제를 엄청나게 많이 치고 키운 냉이가 대부분이라지요. 저흰 논, 밭 여기저기에 자연스레 올라온 냉이를 캐서 보냅니다. 생명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쫑쫑 썰어서 부침개에 넣어도 향이 좋아요. 된장찌개에 넣어도 좋고, 살짝 데쳐서 고추장+조청+깨소금에 무쳐도 맛있지요] 
7. 유정란: 이번 장날(홍성에는 아직도 5일장이 열린답니다)에도 장에 가서, 조개껍데기를 많이 가져왔습니다. 곱게 부셔서 닭 먹이로 줍니다. 좀 더 껍질이 단단해져야 깨지는 숫자를 줄 일 수 있을 거 같아서 신경을 더 쓰고 있지요. 들풀과 청치(유기농전문 정미소에서 가져온 덜 읽은 푸른 쌀(유기재배), 그리고 조개/굴 껍질을 먹여서 열심히 키우고 있어요. 일조량이 줄어들어 10개를 모두 채우지 못하고 수량이 가능한대로 보냅니다.
8. 피망, 파프리카: 꿈이자라는뜰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피망, 파프리카예요. 고추는 다 뽑아서 어제 갈무리했고, 피망 파프리카는 이번에 마지막으로 보내드리고 나서 정리를 한답니다. 끝물이라 크기가 좀 작고, 진딧물이 조금 묻어있을 수 있으니 잘 씻어서 드세요. 물에 식초를 좀 넣어서 씻으면 좋아요.

# 채소 보관은? 신문지에 싸서,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 야채실에 두면 신선하게 드실 수 있어요.
# 채소 먹기 전에? 씻어서 차가운 물에 10분정도 담가 두시면 싱싱해집니다.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11월23일(수)에 보냅니다.                     
❖ 햅쌀 주문 : 종류 - 현미, 백미(쌀눈 있게 7분도로 도정) / 20kg 8만원. 10kg 42000원.  5kg 24000원.
    ▶▶ 햅쌀주문 자세히보기: 여름이네 첫번째 햅쌀이 나왔습니다 http://sonong.tistory.com/187


* 보내드리려했던 엿기름은 파프리카를 보내드리는게 더 나을거 같아서, 이번에 빼고 담에 넣어드리려합니다. 
* 김치 두가지 모두 좀 짜게 간이 되었네요. ^^;; 이해하고 드셔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