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보따리를 시작한지, 꼭 일년이 되었습니다. 시작하면서, 또 매번 보따리를 꾸리면서, 계속 할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는 날도 많았는데, 벌써 1년을 꽉 채우고 24번째 보따리를 보냅니다. 처음이라 미숙한 점도 많고, 작년에 비가 많이 와서 작물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많이 아쉬웠지요. 보따리 식구들은 익숙하지 않은 나물, 채소 다듬어 드시는 것도 쉽지 않으셨을텐데, 불평 없이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해를 돌아보니... 할머니들, 저희 애들 선물까지 챙겨서 저희집에 놀러 오신 분들도 계셨고, 할머니들 여행 가신다고 여비를 보태주신분도 계시지요. 직접 만든 수제비누를 보내주신 가족들도 있었고요. 신문지, 박스, 계란박스, 완충제를 차곡차곡 모아, 보내 주시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저희 집에 오셔서 함께 이야기 나누고, 할머니들 뵙고서는 ‘할머니들 덕분에 귀한 것 잘 먹고 있다’며 할머니들을 꼭 안아주셔서 큰 격려를 받기도 했답니다. 어떤 분은 할머니보따리를 받으면, 돌아가신 친정엄마 생각이 나신다는 분도 계셨지요. 고맙습니다. 더 이상 고향이 없고, 뿌리가 없는 이 시대에, 할머니보따리를 통해 고향과 같이 언제든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곳을 덤으로 받으신다면 참말로 좋겠습니다. 고향 냄새, 엄마 손맛을 조금이나마 채워 줄 수 있는 할머니보따리가 되면 좋겠다는 소박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꿈을 꾸어봅니다.


  할머니들은 이집트, 이스라엘, 요르단까지 건강하고, 즐겁게 여행 잘 다녀오셨고요. 감자밭을 만들어 4일간 감자도 심으셨습니다. 문철군은 고추, 가지, 피망 등을 파종하고 모종을 기르고 있답니다. 밭에는 냉이가 한창이고, 봄동(사진), 달래, 쑥, 수선화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다음주에는 앞으로 1년간 할머니보따리 계속 하실지 전화 한번 드릴께요. 안부인사도 나눌 겸. 반갑게 받아주세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1. 땅콩 : 마지막으로 보내드리는 땅콩입니다. 껍질을 까서 보내드리니, 냉장고에 넣어두시고 밥하실 때 한줌씩 넣어 잡곡처럼 드셔보세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견과류입니다. 볶아서 간식으로 드셔도 좋아요. 

2. 냉이 :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밭, 논둑에서 자연스레 자란 냉이를 캐서 보내드립니다. 밤이 늦도록 할머니들이 정성으로 하나하나 다듬어 보냅니다. [쫑쫑 썰어서 부침개해도 좋아요. 된장찌개에 넣어도 좋고, 살짝 데쳐서, 고추장+1조청(또는 들풀효소)+깨소금 또는 된장(1)+참기름(0.5)+마늘(0.5)+깨소금에 무쳐도 맛있지요]  

3. 마늘쫑 장아찌 : 작년에 담아 둔 것이예요. 입맛 돋을 수 있을 것 같아 넣었어요. 고기 먹을 때 같이 쌈싸서 드셔도 좋아요. 

4. 삶은 시래기 : 겨우내 말려둔, 무청 시래기입니다. 비타민과 철분이 엄청 많아요. [1. 시래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국간장, 된장(청국장), 다진 파마늘, 들기름, 국멸치 넣고 볶다가 물을 조금 넣고 푹 끓여 드세요] [2. 시래기밥 - 시래기를 넣고 밥을 하고, 양념장에 비벼 드세요]  

5. 동치미 무침 : 동치미에 갖은 양념해서 무쳤습니다. 저희 어머님의 별미 반찬입니다. 

6. 모둠쌈 : 푸른 야채가 부족한 것 같아, 이웃 정해일 농부님 댁 비닐하우스에서 유기농법으로 자란 상추, 치커리, 겨자채 등을 구해 넣어드립니다. 

7. 무, 배추 : 최고의 자연저장고, 땅 속에 묻어 두었던 무, 배추입니다. 배추 된장국도 끓이고, 무쳐드세요.

8. 식혜 : 쌀과 직접 싹틔운 엿기름으로 만든 식혜. 단맛이 덜 하신 분은 설탕을 조금 더 넣어서 드세요. 날이 따뜻해져서 마지막 식혜가 될 듯 하네요^^ 

9. 유정란 : 암탉, 수탉이 어울려 살며, 깻묵, 들풀과 청치, 생선 대가리, 조개, 굴 껍질을 먹으며 낳은 건강한 유정란입니다. 날이 길어지고, 햇볕이 좋으니 날마다 낳는 개수도 많아지고, 달걀껍질도 튼튼하네요. 

* 감자 : 덤으로 몇개 넣습니다. 땅에 묻어 저장해서 둔 것입니다. 싹이 좀 난것도 있고, 흠이 있는 것도 있지만, 남은 것이 넉넉해서 덤으로 보내드리니, 잘 골라서 드세요. 6월말에 나올 햇감자를 기다리며. ^^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4월 10일(화)에 보내 드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