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습니다. 여기저기 수선화가 활짝 피고, 매화꽃도 피기 시작하네요. 무엇보다 봄비가 내리고 나니, 밭이 전부 풀밭이 되었습니다. 하하. 웃을 일이 아닙니다. 달래, 냉이, 쑥, 질경이, 소리쟁이, 지칭개... 그리고 이름 모를 풀들이 빼곡히 올라옵니다. 하루가 다르게 푸르게 변해가는 밭을 보고 있잖니, 봄이 온 것이 반갑고, 생명이라는 것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만, 곧이어 ‘저 풀을 언제 다 매나?’ 걱정이 앞섭니다. 이동식 닭장이 있다면, 우리집 닭들을 파견하여 풀을 먹어 치라 할텐데, 제가 풀을 베어 닭에게 가져다 주려니, 도저히 풀나는 속도를 따라 잡을 수가 없네요. 


  이번 할머니 보따리에도 봄나물이 가득합니다. 할머니들이 며칠을 밭둑, 논둑을 샅샅이 뒤져서 캐내신, 민들레, 달래, 미나리와 밭에서 올라온 보드라운 유채, 쪽파를 보냅니다. 모두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논둑, 밭둑이지요. 보따리와 함께 홍동의 봄을 선물로 드리고 싶네요. 


  참, 월간 <샘터> 5월에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할머니의 부엌 수업’이라는 코너에서 봄의 진미를 소개해 드렸지요. [사진설명: 오른쪽부터 권정열할머니(저희엄니), 최영숙할머니(건너편집, 보따리 포장할 때마다 많은 도움주시지요), 김정자할머니(옆집, 조청 고추장 박사님)] 할머니보따리 블로그보고 취재하러 오셨는데, 할머니들께 즐거운 추억이 되었답니다.^^ 보따리 식구 여러분, 봄나물 맛나게 드시고, 건강하고 활기찬 봄 맞이하세요. 


1. 도라지 : 밭에서 3년 이상 자란 도라지예요. 농약 먹고 자란 인삼보다, 더 훌륭한 약이 되지 않을까 생각돼요. [고추장, 조청, 깨소금, 매실엑기스나 식초 조금 넣고 무쳐 드세요. 그냥 고추장에 찍어 드셔도 맛있어요] 감기 걸렸을 땐, 대추 생강 파뿌리 도라지 넣고 끓여 드셔도 좋지요. 싹이 올라오기 전에 캔 도라지라 연하고 부드러운 맛 이예요. 할머니들이 기나긴 밤에 일일이 껍질 벗겨 보내드립니다.2. 민들레 : 유기농으로 작물을 심는 논둑, 밭둑에서 채취했습니다. 민들레는 열을 내려주고 염증을 없애주며 해독작용과 항암효과가 있답니다. 간에도 좋다고 하네요. 쌉싸름한 맛이 입맛을 돋웁니다. [고춧장 2, 고춧가루 조금, 매실효소1, 조청1, 식초1, 참기름, 통깨. 넣고 초고추장 만들어 무쳐 드세요.] *많이 쓰면, 소금물에 담궜다 드세요.

3. 유채 : 유채꽃 아시지요? 생으로 쌈장에 찍어 드셔도 되고요. 살짝 데쳐서 된장양념(된장1 고추가루 조금, 다진마늘조금, 참기름, 깨)에 무쳐 드셔도 좋아요.  

4. 쪽파 : 쪽파가 먹기 좋게 자랐네요. 부추전처럼, 파전(밀가루, 계란, 파, 오징어나 조갯살) 부쳐 먹어도 되고요.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어도 되요. 

5. 달래 : 논둑, 밭둑, 저희 집 마당에서 캤어요. [뿌리째 쫑쫑 썰어, 간장, 고춧가루, 마늘, 깨소금 넣고 달래간장 만들어, 비벼 먹거나 김에 싸서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답니다.] 

6. 미나리 : 깨끗한 논둑 아래 물길에서 자란 미나리예요. 미나리는 해독작용이 있답니다. [생선찌게에 넣어 드셔도 되고요. 데친 오징어나 골뱅이를 넣어 함께 무치면 별미입니다. 술안주로도 좋겠네요.]

7. 콩나물 : 농사지은 검은콩으로 직접 시루에서 길러냈어요. 

8. 당근 : 지난 가을에 수확해서 저장해둔 당근. 모양은 어설퍼도, 맛은 꽤 괜찮답니다.  

9. 식혜 : 쌀과 직접 싹틔운 엿기름으로 만든 식혜. 단맛이 덜 하신 분은 설탕을 조금 더 넣어서 드세요. 

10. 유정란 : 암탉, 수탉이 어울려 살며, 깻묵, 들풀과 청치, 생선 대가리, 조개, 굴 껍질을 먹으며 낳은 건강한 유정란입니다. 날이 길어지고, 햇볕이 좋으니 날마다 낳는 개수도 많아지고, 달걀껍질도 튼튼하네요. 

* 보내드리려 했던 냉이는 꽃이 펴서 질겨졌고, 시금치도 아직 덜 자랐고, 무장아찌도 맛이 덜 들어 다른 작물로 바꾸어 보내드립니다^^ 


* 참, 유채나 민들레가 시들해보이나요? 차가운 물에 10분정도 담궈두시면 생기를 되찾는답니다^^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4월 24일(화)에 보내 드릴 예정입니다. 작물의 상태에 따라 변경될 수 있어요.    

❖ 농협 473042-56-020271 최수영. (매달 5일 전으로 입금해주시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