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숲에서 만난 | Posted by 여름울 2009.03.10 01:49

길에서 만난 두꺼비

녀석들 사랑을 나눌려면 은밀한데서 하시지 큰 길에는 뭐할려고 나왔누? 그사이에 깔려죽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로 한쌍의 두꺼비들이-정확히 말하자면 수컷을 업은 암컷 두꺼비가- 정샘집 앞 큰 길을 건너고 있었다. 길가로 꺼내줄려고 차를 세우는데 두꺼비 있는 데로 오토바이가 쌩하고 지나간다. 아슬아슬했다. 다행히 밟히지는 않았다. 앞발이 살짝 밟힌 것도 같은데, 별 탈은 없어 보인다. 길가 풀섶에 꺼내주고 기념사진 한장 박아줬다. 작년에도 이맘때 사랑을 나누는 두꺼비 한쌍을 만났던 기억이 난다. 근데 이녀석들 표정을 보니 재밌다. 등에 업혀있는 수컷은 피곤한듯 눈이 반쯤 감겼고, 이 놈을 업고 다니는 암컷은 오히려 옹다문 입에 살아있는 눈빛이 아주 비장하다.

집에와 생각해보니 풀섶이 아니라 물가로 옮겨줄 걸 그랬다. 알을 낳으려고 물을 찾아 나선 것을 그것도 모르고 그만 다시 물가 반대편 풀섶으로 옮겨놓았나보다. 사람이란게 잘 한다고 한 짓이 이 모양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손을 대지 말 것을 그랬다. 사진을 다시 보는데 암컷의 눈빛이 여전히 깊다. 아무도 탓하지 않는 것 같은 눈빛이 나를 더 미안하게 만든다. 다시 그 길을 건너더라도 애꿎은 봉변은 당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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