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께서 나흘 동안 내내 감자밭에서 김매시고, 북도 주시고(초록 감자가 생기지 않도록 뿌리 부분에 흙을 덮어주는 일) 하시더니 “팔이 없어지는 줄 알았는디, 그래도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팔이 붙어 있더라고!” 이야기하십니다. 팔이 집을 나가고 싶을 만큼, 일이 많은 일철입니다. 

보따리에 챙겨 넣으실 생각에 죽순을 따와서 자르고 쪼개고 말리고, 뽕잎도 따다가 장아찌 만드시고 하시느라 쉴 틈이 없으시네요. 뽕잎, 감잎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차 만드는 법을 배워서 뽕잎차, 감잎차도 만들고 계십니다. 생각대로 잘 안 되서 속상할 때도 있지만, 보따리 식구들과 좋은 것 나눠 먹으려고 새로운 것도 배워가며 다들 애쓰고 계시답니다. 

뽕잎을 따고 있어요. 뽕잎을 하나하나 따내면서, 젊은 시절에 누에 기르고, 실 뽑아서, 베 짜던 추억을 술술술 실 뽑듯이 풀어주시네요


올해는 어쩐 일인지, 열무를 세번이나 다시 심었는데도 잘 자라지 않고 있네요. 아욱, 근대도 파종은 했는데 쑥쑥 자라지 않고 있고요. 봄에 넉넉히 넣어드리면 좋을 열무, 아욱은 좀 더 기다려 주셔야 할 것 같아요. 봄가뭄이 심해서 먼지만 풀풀 날리더니, 내일은 정말 오래간만에 비소식이 있네요.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지요? 단비를 흠뻑 맞고, 열무도 아욱도 감자도 양파도 쑥쑥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여름이네 논은 쟁기로 갈아엎고, 논두렁도 바르고, 물대는 일까지 해놨구요, 써래질까지 마치면, 6월 1일에는 모내기를 한답니다. 작년처럼 홍동중학교 전교생이 와서 손모내기를 할건데요, 백여명의 아이들이 길게 늘어서서 모를 심는 모습이 아주 장관이랍니다. 아이들의 밝고 맑은 기운을 받아, 올 해도 튼실한 알곡이 맺히길!


1. 죽순 : 중국집에서 만나던 죽순입니다. 양파, 무 등 집에 있는 야채와 볶아서 드시면 되요. 간장, 마늘을 넣으면 더 맛나지요. 겨울에도 보내 드릴려고 잘라서 말리고도 있어요.


2. 뽕잎차 : 따뜻한 물에 우려드시면 좋아요. 뽕잎차 만드는 법을 배워서 처음으로 만들어본 뽕잎차 입니다. 몸에 좋다니 많이 드세요. 뽕잎은 칼슘, 철분, 단백질이 많다지요? 피를 맑게 해주고, 당뇨에도 좋다고 하네요. 카페인도 없으니 애들과 함께 맘 놓고 드세요. [녹차처럼 우려내어 드시거나, 가루를 내어 요리에 사용하셔도 좋아요]


3. 마늘쫑 : 마늘쫑이 쑥쑥 올라옵니다. 마늘쫑 먹으니, 여름이 오고 있는 것 같아요. [1.소금을 뿌려서 간이 배이도록 하고 살짝 헹궈줍니다. 2.기름 두르고 (멸치, 마른새우 있으면 먼저 볶다가) 마늘쫑 넣고 볶아주세요. 3. 간장으로 간을 하고, 깨소금 뿌리면 훌륭한 초여름 밑반찬이 됩니다] [장아찌를 담궜다가 먹어도 맛있어요]


4. 햇양파 : 알이 제법 굵어지고 있는 양파 중에 숫놈을 먼저 뽑아 보냅니다. 양파에도 암, 수가 있다니 신기하지요? 숫놈은 꽃대가 올라오는 것으로 양파 수확기까지 두면, 가운데 질겨져서 먹기 불편하답니다. 냉장 보관해서 드세요.


5. 시금치 : 시금치토장국, 시금치무침 해 드세요. 저는 시금치만 보면 김밥싸서 소풍가고 싶어요.


6. 상추 : 저희 밭(노지)에서 상추가 잘 올라왔어요. 여린 상추는 처음 받으면 시들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꼭 찬물에 10분 이상 담궈 두세요. 부드럽고 맛있는 상추가 됩니다. 보따리 회원분중에는 상추로 전을 부쳐 먹는데, 아주 맛있다는 소식 올려주셨네요. (부추와 함께) 한번 전 부쳐서도 드셔보세요. [쌈장은 된장, 들풀효소, 깨소금, 들기름, 마늘 넣으면 쉽고 맛있게 됩니다]


7. 부추 : 비가 좀 오면 더 부추가 잘 올라왔을텐데... 양이 되는대로 보내드립니다.


8. 뽕잎장아찌 : 여린 뽕잎으로 담근 뽕잎장아찌입니다. 좀 더 두고 드셔도 맛이 좋습니다.


9. 유정란 : 암탉, 수탉이 어울려 살며, 깻묵, 들풀, 청치, 생선 대가리, 조개, 굴 껍질을 먹으며 낳은 건강한 유정란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non-GMO 사료 먹인 방사 유정란].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6월13일(수)에 보내 드릴 예정입니다.


농부의 하루 | Posted by 여름울 2012. 5. 25. 18:33

2012.05.25 논두렁 바르기



"논두렁한번 빤뜨시 잘 만졌네" 

아랫쪽 논에서 일하시던 할배가 지나가시면서 한마디 하고 가신 말씀에 적지않은 위로를 받았다. 은근히 뿌듯하고 고마웠다. 

논에서 일하다보면 여기저기서 묵묵히 일하시는 (잘 알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서 묘한 동지애(?)가 느껴진다. 땡볕아래서나, 해질녘이면 더더욱 그렇다. 너무 멀어서 눈인사도, 한마디 말도 오고가지 못했어도 그렇다. 그냥 거기 서서 또는 쪼그리고 앉아서 한참동안 일하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 넓은 벌판에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고마워하고,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외롭지 않았던 것 같다. 참... 고맙다.
농부의 하루 | Posted by cosmoslike 2012. 5. 22. 15:51

논 갈고 있습니다.

이곳 홍동은 제일 바쁜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할머니들은 '감자밭에 북을 주다가 팔이 빠져 없어지는 줄 알았는디.... 그리고 붙어 있구먼!' 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농담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 사이 저희 엄니와 남편도 감기 몸살을 앓고 있고요.  

다음주 6월 1일 금요일에는 저희 논에 모내기합니다. 올해도 홍동중학교 전교생이 와서 손모내기로 심어주려 합니다.

경운기로 논갈고, 논둑풀도 깍고, 이제 논에 물도 대야 합니다. 밭에 요모조모 심기워지고, 모종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몸은 힘들어도, 논과 밭을 보면 흐뭇합니다. 


올해는 어찌된 일인지... 제대로 발아하지 않는 씨앗들이 많네요. 

할머니들께서 열무도 세번째 뿌렸고, 아욱, 근대도 심었는데 싹이 안나서 다시 또 심으셨답니다. 

시금치도 아직 덜 자랐고.... 

이번주에 보낼 5월 두번째 할머니보따리는 한주 미뤄, 다음주 수요일(30일)에 보냅니다. 





 

2012.05.08 참깨 심는 이른 아침



5월은 갈아엎고, 심는 달이네요. 새벽에도, 저녁에도, 주말에도 계속 밭 갈고, 두둑 만들고, 심고, 멀칭하는 일이 계속됩니다. 작년에 받아 둔 씨앗 중에서 참깨, 땅콩, 호랑이콩, 덩쿨콩을 심었고, 이른 봄부터 열심히 키운 고추, 단호박, 애호박, 오이, 토마토, 옥수수 모종들도 본밭에 옮겨 심었습니다. 지난 가을에 심어 둔 양파, 마늘, 보리도 밭에서 쑥쑥 잘 자라고 있네요. 아, 고구마 순도 열심히 기르고 있어요. 마당 빗자루라도 나서서 일을 해야 할 것 같이 바쁜 날들이네요. 이 바쁜 와중에 할머니들은 마을 장터에서 봄소풍 도시락으로 유부초밥, 김밥, 깻잎쌈밥을 만들어서 팔기도 하셨고요. 내일은 요리교실에서 젊은 새댁들에게 맛있는 도시락 비법들을 가르쳐 줄 예정이랍니다.

지난번 보따리에서 식혜와 쑥개떡 반죽이 쉬어버려 너무 속상하셨지요?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저희도 안타까웠답니다. 마침 화요일이라 택배도 물량이 많아서인지 밤늦게 받으신 가정도 있으셨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농사짓는 일이 쉽지 않다지만, 농산물을 챙겨 보내는 일 역시 쉽지가 않네요. 그래도 괜찮다며 오히려 할머니들 위로해 주신 분들이 많아서 참 고마웠습니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또 생기지 않도록 좀 더 신경쓰고 노력하겠습니다.^^ 

1. 미나리 물김치: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논둑 물길에서 채취한 미나리와 돌나물 물김치입니다. 날씨가 더워, 가면서 너무 익을까 걱정이네요.   
2. 머위장아찌: 봄에 올라온 머위로 담근 장아찌입니다. 딱 맞게 맛이 들었네요. 
3. 들풀효소: 3년 이상 숙성된 들풀효소입니다. 설탕 대신 모든 양념에 쓰시면 됩니다. [고추장에 효소 넣고, 식초만 약간 넣어도 맛있는 새콤달콤 맛있는 초고추장 됩니다. 고기 양념 할때 넣으면 비법 소스가 되지요. 고기 부드럽게 하고, 냄새를 없애줍니다. *샐러드소스 : 간장2, 들풀효소2, 현미식초1, 깨소금(들깨가루)1, 올리브오일(들기름)1. *4배 정도 찬 물에 희석해서 여름 음료로 드셔도 좋아요. 피로회복!]  
4. 질경이: 이름에도 질기다는 의미가 들어있듯이, 생명력이 대단한 풀입니다. 이뇨, 진해, 해독작용이 뛰어난 만병통치 풀이라고 하네요. 집 근처 밭둑에서 캤어요. [살짝 데쳐서, 참기름, 마늘, 간장조금, 깨소금, 마늘 넣고 볶아서 드세요
5. 부추: 싱싱하게 잘 올라왔어요. 비소식은 없지만, 부추전에 막걸리 한잔. 저도 생각나는 메뉴^^ 
6. 말린 표고버섯: 마을에서 표고버섯을 구해 보내드립니다. 싱싱한 버섯을 사서, 할머니들이 봄볕에 잘 말려서 보냅니다. 흐르는 물에 씻어서, 표고버섯 2-3개 넣고 ‘하룻밤’ 물에 담궈 두면 맛있는 버섯다싯물이 나옵니다. 이 버섯물로 국이나 찌게를 끓이면 정말 맛있어요. 물론 표고버섯 불린 것도 찌게나 국, 볶음으로 드시면 좋고요. 
7. 취나물: 취나물은 단백질, 칼슘, 인, 철분, 비타민이 풍부해서 감기, 두통, 진통에 효과가 있답니다. 저도 첨 먹어봤어요. [1. 끓는물(5컵)에 굵은소금(1), 취나물(한다발=100g) 넣어 2분 정도 데치고 2.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짜고 3. 취나물(1줌)에 된장(0.5), 다진 파마늘(1), 깨(0.5), 참기름(0.5), 고추장 조금 넣어 무치거나 볶아서 드세요.
8. 쌈채소: 갓골생태농업연구소 청년협업농장에서 기른 쌈채소입니다. 상추와 비타민채소를 섞어서 넣었어요.  
9. 유정란: 암탉, 수탉이 어울려 살며, 깻묵, 들풀과 청치, 생선 대가리, 조개, 굴 껍질을 먹으며 낳은 건강한 유정란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non-GMO 사료 먹인 방사 유정란] 암닭의 컨디션에 따라, 10개 안될 수도 있으니 이해부탁드려요^^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5월 23일(수)에 보내 드릴 예정입니다. 작물의 상태에 따라 변경될 수 있어요.    


* 취나물과 질경이 구분하기 - 취나물은 잎 끝이 뾰족뾰족해요. 질경이는 잎은 동글길쭉하게 생겼어요. 


농부의 하루 | Posted by cosmoslike 2012. 5. 1. 19:50

봄에는 쟁기질!



봄에는 쟁기질!   

우리집 유일한 농기계, 경운기로... 남편 문철이 쟁기질을 하고 있다. 

고추 심고, 콩 심고, 옥수수 심을 자리다. 

밭을 갈고, 두둑을 만들고, 

여울이도, 여름이도 함께 호랑이콩, 덩쿨콩, 땅콩을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