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가 끝난 밭에서 티피(인디언천막)놀이를 하는 여름이

  어느새, 올해 마지막 할머니보따리를 보내드리네요. 올해는 할머니보따리 식구들을 다섯 가정 더 늘리기도 했고, 콩밭, 언덕밭... 등 가꾸시는 밭도 조금 넓어져서 꽤 고단한 한해를 보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따리 식구분들께서 맛있게 드셔주시고, 귀하게 여겨 주실 때 저희도 힘이 많이 났답니다. 고맙습니다. 할머니들께서 정성껏 심고 가꾼 농산물, 김치, 식혜, 장아찌로 맛있게 요리한 먹을거리가 보따리 식구 여러분들의 건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길 기원합니다. 

  마을에는 겨울을 맞아 여러 모임들이 많습니다. 백승종 선생님의 역사 강의에서는 광해군, 흥선대원군, 김춘추 같은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고요. <의료생협>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는 모임을 시작하기도 했답니다. 이번 주에는 마을총회도 열리네요. 바쁜 일철에는 잘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도, 겨울에는 공부, 모임, 회의를 명목으로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밥도 같이 먹으니 참 좋습니다. 새해에는 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 떡국떡 : 며칠 뒤면 새해지요. 떡국 맛있게 끓여 드시라고, 떡국떡 보냅니다. 저희 집과 아줌니댁에서 농사지은 쌀로 만든 유기농쌀 떡국떡이지요. 떡볶이를 해먹어도 맛있지요. 

2. 호박잼 : 늙은 호박을 설탕과 함께 졸여 만든 호박잼입니다. 방부제 없이, 호박과 설탕으로만 만든 것이라 쉽게 상할 수 있어요. 깨끗한 숟가락 사용하시고, 꼭 냉장보관 부탁드려요. (유기농설탕 가격이 너무 비싸서, 일반 설탕을 사용하였습니다.)

3. 동치미 : 시원한 동치미입니다. 짭짜롬하게 담궜으니, 무 잘라서 생수를 미리 조금 부어두면 슴슴하게 드실 수 있어요. 

4. 말린 표고버섯 : 가을에 마을에 버섯 기르는 농가에서 사둔 표고버섯입니다. 할머니들이 직접 말리셨고요. 표고버섯은 뜨거운 물에 바로 끓이는 것보다는 찬물에 담가놓으면 국물이 더 맛있게 우러나요. 아침에 국을 끓이려면, 전날 밤에 찬물에 말린 표고버섯과 다시마를 넣어 국물을 우려 사용해보세요. 

5. 대파 : 비닐하우스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는 대파입니다. 겨울철엔 아무래도 국이나 찌게를 많이 끓이지요. 겨울에 대파, 생강, 무를 많이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고 감기 예방에도 좋아요. 기본 국물 내실 때, 파를 듬뿍 넣어서 끓여보세요. 

6. 콩나물 : 검정 쥐눈이콩(서목태)으로 일주일 동안 길러낸 콩나물입니다. 콩나물무침, 콩나물국, 콩나물 돼지고기볶음... 양념간장만 있으면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콩나물밥도 좋지요. 

7. 식혜 : 쌀과 직접 싹틔운 엿기름으로 만든 식혜. 설탕은 아주 조금만 넣고, 대신 쌀을 많이 넣어 단맛을 냈어요. 단맛이 덜 하신 분은 설탕을 조금 더 넣어서 드세요.  

8. 유정란 : 암수가 어울려 살며, 깻묵, 들풀, 청치, 생선 대가리, 조개, 굴 껍질을 먹으며 낳은 건강한 유정란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non-GMO먹이를 먹인 방사 유정란]. 겨울이라 알을 많이 낳지 않네요. 가능한대로 보냅니다.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1월 9일(수)에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찐고구마는 따뜻한 이불 속에서 테레비 보면서 먹어야 제 맛! ^^

  지난주 대설을 맞아, 말 그대로 큰 눈이 내렸네요. 4박 5일을 펑펑~훨훨~ 눈이 내렸지요. 아직도 날이 덜 풀려서 지붕 위에는 눈이 그대로 있고, 처마 끝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하루는 차가 꽁꽁 얼어 시동이 걸리지 않아 애를 먹었고, 다음 날은 지하수가 얼었고, 며칠 뒤에는 엄니댁 부엌 하수구가 얼었네요. 골고루 공사다망했지요? 어른들은 눈이 와서 걱정이 되어도 아이들은 즐겁기만 합니다. 눈밭에 실컷 뛰어다니고, 제일 큰 고드름 따서 놀고, 그야말로 온 세상이 눈썰매장이 되었지요.

  눈이 오니 제대로 겨울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밖은 추워도 집 안에선 난로를 피우고, 따뜻한 음식을 해서 먹으니, 더욱 포근하고 따뜻합니다. 이 추운 겨울에 높은 철탑에 매달려 계신 노동자들, 송전탑에 맞서 터전을 지키고 계신 밀양의 할머니들, 온 몸으로 해군기지를 막고 있는 강정의 청년들, 할아버지 신부님들을 생각하니, 참 죄송하고 답답할 따름입니다. 그저 제 일상을 잘 살아내고, 기도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네요. 즐거운 성탄, 동지(21일)를 맞이하시면서, 밥 먹을 때마다, 여전히 추운 겨울을 맞고 있는 이웃을 위한 기도를 함께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모두에게 즐거운 연말, 새해가 되길. 특별히 가난한 이웃들에게!

1. 콩나물 : 찬찬히 잘 골라낸 검정 쥐눈이콩(서목태)으로 일주일 동안 길러낸 콩나물입니다. 콩나물무침, 콩나물국, 콩나물 돼지고기볶음... 양념간장만 있으면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콩나물밥도 좋지요.
2. 식혜 : 쌀과 직접 싹틔운 엿기름으로 만든 식혜. 설탕은 아주 조금만 넣고, 대신 쌀을 많이 넣어 단맛을 냈어요. 단맛이 덜 하신 분은 설탕을 조금 더 넣어서 드세요.
3. 무섞박지 : 갈무리해 두었던 무로 섞박지(충청도식 큼지막한 깍두기)를 담았어요. 입맛대로 익혀서 드세요. 
4. 조청 : 김정자 아줌니댁에서 직접 고아 만든 정성가득 조청입니다. 엿기름도 직접 싹틔운 것이지요. 발효식품이라 소화도 잘되고 (유기농)쌀로 만들어 영양도 최고지요. 쌀조청은 식혜를 만들어, 조린 것입니다.[조청은 단맛이 필요한 모든 요리에 설탕, 물엿대신 쓸 수 있어요. 멸치볶음, 고기볶음, 초고추장 등 각종 양념장. 가래떡 조청에 찍어먹으면 따봉!] [깨끗한 숟가락을 사용하시고, 꼭 냉장보관]
5. 무 : 저장해 두었던 무 넣어드립니다. 겨울철 뜨끈한 찌게 자주 드실텐데, 요긴한 식재료가 되면 좋겠네요. 
6. 양배추 : 마을에서 유기농 양배추를 구해 넣어드립니다. 양배추찜, 샐러드, 야채볶음 골고루 편하게 드세요.
7. 머위장아찌 : 봄에 담가두었던 머위장아찌입니다. 머위 특유의 냄새가 많이 중화되어, 먹기 좋습니다.
8. 유정란 : 암수가 어울려 살며, 깻묵, 들풀, 청치, 생선 대가리, 조개, 굴 껍질을 먹으며 낳은 건강한 유정란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non-GMO먹이를 먹인 방사 유정란]. 겨울이라 알을 많이 낳지 않네요. 가능한대로 보냅니다.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12월 26일(수)에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배추장사 여름군 / 리어카에 배추도 싣고, 여름울도 태우고 / 내년 봄에 꺼내 먹을 당근과 보라색무와 그냥 무


  나무난로의 따스한 온기가 반가운 겨울입니다. 저희는 지난주에 김장을 끝냈네요. 쪽파, 갓, 배추, 무 등을 밭에서 뽑아오는 것부터가 김장의 시작입니다. 배추를 절이다가 좀 모자란다 싶으면, 밭에 가서 무와 배추를 더 가지고 오기도 하지요. 이웃 아주머니들께서 배추 절이고, 배추 속을 넣는 일을 품앗이로 도와주셨답니다. 참으로는 금방 삶아서 내온 돼지고기 수육에 김치속 양념을 얹어 먹었지요. 집 마다 서로 돌아주며 거의 일주일 내내 김장을 했습니다. 
  겨울에 저장해두고 먹고, 할머니보따리에도 보내야 하는 무, 자색무, 당근, 밤 등은 땅에 묻고, 시래기도 정리해서 잘 말리고 있습니다. 하우스에서 말리고 있던 메주콩도 1차로 털었고요. 이제 정선하는 작업이 남았네요. 콩을 잘 골라내면 메주, 청국장도 만들어야지요. 마늘밭, 양파 밭은 볏짚이나 풀, 왕겨로 덮어주어 겨울을 잘 보낼 수 있도록 했고요. 추운 시골집은 겨울을 나기위해 여기저기 손볼 때가 많네요. 바람이 드는 곳은 비닐과 테이프로 막고, 수도꼭지도 얼지 않도록 단단히 싸매야 합니다. 김정자 아줌니께서는 찹쌀한과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마을에 몇몇 어르신이 함께 겨울동안 소일거리로 하시려 한답니다. 작년에 맛을 보신 할머니보따리 가족들도 있을텐데, 원하시면 언제든 귀띔 해주세요. (가격은 아직 미정입니다).

1. 은행 : 집 앞 은행나무에서 은행을 따서, 할머니들이 직접 물에 여러 번 씻으며 외과피(냄새나는 부분)를 깨끗이 제거한 것입니다. 은행은 피를 맑게 하고, 기침, 가래에도 좋다고 합니다. 몸에 좋은 만큼, 많이 먹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 하루에 5-10알 정도만 드세요. [깨끗이 씻은 우유곽에 은행을 껍질 채 넣고 윗부분을 꾹 눌러서 닫습니다. 튈 수 있으니, 꼭 닫아주세요. 2.은행이 든 우유곽을 전자렌지에 3분 정도 돌리면 탁탁 소리가 나면서 껍질이 터지고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전자렌지가 없을 경우, 후라이팬에 (종이)호일을 깔고, 은행이 날라가지 않게 위에도 호일이나 뚜껑으로 잘 덮어서 익혀주세요.] [껍질을 까서 밥에 넣어 몇 개씩 드셔도 좋아요] 냉장보관
2. 삶은 무시래기 : 비타민과 철분이 엄청 많아요. [1. 시래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국간장, 된장(청국장), 다진 파마늘, 들기름, 국멸치 넣고 볶다가 물을 조금 넣고 푹 끓여 드세요] [2. 시래기밥 - 시래기를 넣고 밥을 하고, 양념장에 비벼 드세요. 3.시래기파스타 : 쫑쫑 썰은 시래기를 올리브기름, 마늘, 파마산 치즈를 넣고 볶아, 삶은 파스타면과 함께 드시면 이태리시골마을 파스타가 완성됩니다.]  
3. 뽕잎장아찌 : 봄에 여린 뽕잎으로 담근 뽕잎장아찌입니다. 
4. 김장김치 : 액젓을 제외한 배추, 무, 고춧가루, 갓, 쪽파, 마늘, 양파 등 모두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담근 김치.
5. 당근 : 올해 당근은 참 이쁘게 잘 생겼습니다. 여름이 여울이도 함께 뽑은 당근입니다. 당근은 칼슘 흡수에 도움 되는 비타민 D가 많은데, 기름에 볶아서 먹거나 우유와 함께 갈아드시면 더 흡수가 잘 된답니다.
6. 배추 : 겉잎은 국 끓여 드시고, 노오란 속잎은 쌈장(된장, 고추장, 들기름, 깨소금, 마늘) 만들어 쌈 싸드세요. 
7. 상추 : 꼭 찬물에 10분 이상 담가두었다가 드세요.
8. 유정란 : 암수가 어울려 살며, 깻묵, 들풀, 청치, 생선 대가리, 조개, 굴 껍질을 먹으며 낳은 건강한 유정란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non-GMO먹이를 먹인 방사 유정란]. 겨울이라 알을 많이 낳지 않네요. 가능한대로 보냅니다.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12월 12일(화)에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 할머니보따리 농사 블로그:  sonong.tistory.com

따뜻한 햇살, 가을비, 찬바람 맞아가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김장 무


   지난 달 23일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었고, 지난 7일은 입동이었습니다. 이제는 서리가 와도 이상할 게 없고, 겨울문턱도 넘어섰다는 이야기이지요. 호박, 콩, 고구마, 들깨와 같은 여름작물들은 서리를 끝으로 수명을 다합니다. 그래서 서리가 내리기 전에 얼른 거두어 들여놔야 겨우내 두고두고 실한 양식을 먹을 수가 있습니다. 어쩌다 시기를 놓치면 그동안 들인 정성이 모두 헛수고가 되어버린답니다. 아울러 요즘은 겨울을 나는 보리와 밀, 마늘과 양파도 본밭에 옮겨 심어야 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요 며칠 가을비가 장마 때처럼 이삼일 걸러 내리는 바람에, 해나온 날을 겨우 잡아서 부지런히 밭을 갈고, 마늘과 양파를 옮겨 심었습니다. 이렇게 가을걷이, 가을파종이 끝나면 본격적인 월동준비에 들어갑니다. 처마에 겨울바람을 막아줄 비닐을 치고, 창문과 문지방도 손을 보고, 김장과 메주도 쑤고, 겨우내 쓸 땔감과 기름도 마련하고, 그러고 나면 따뜻한 방구석에 앉아 한 숨 돌릴 수 있는 농한기가 오겠지요? 물론 우리 부지런한 할머니들은 또 어떤 일을 새로 벌이실지 모른답니다. 안그래도 한과를 만들 궁리를 하고 계신다는 소문이... ^^ 

1. 햅쌀: 아줌니댁 햅쌀 백미와 저희 햅쌀 칠분도를 섞어서 조금 보냅니다. 햅쌀이 나오는 요즘이 일년중에 밥맛이 제일 좋을 때 입니다. 꼭 꼭 씹어서 맛있게 드세요. 
2. 총각무김치: 총각무로 담근 맛있는 김치입니다. 할머니들 김치 비법은 과연 뭘까요? (며느리인 저도 모른답니다. 하여간 참 맛있습니다)
3. 홍시 만드는 감: 껍질을 잘 닦아서 서늘한 곳에 두면, 저절로 홍시가 됩니다. 홍시가 된 후에는 하나씩 담아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아이스홍시로 즐길 수 있어요. 물론 저희 집은 그러기 전에 후딱 다 없어집니다.  
4. 배추: 가을 배추입니다. 슬슬 김장철이 시작됩니다. 겉잎은 국 끓여 드시고, 속 꼬갱이는 쌈장(된장, 고추장, 들기름, 깨소금, 마늘) 만들어 쌈 싸드세요. 벌레 한마리 한마리 잡아가며, 애지중지 기른 배추입니다.  
5. 시금치 :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시금치입니다. 따끈한 시금치된장국, 시금치무침, 샐러드에 넣어드시면 좋지요. 
6. 상추: 꼭 찬물에 10분 이상 담가두었다가 드세요. 상추부침개(밀가루, 상추, 쪽파 등 넣고 반죽)도 의외도 맛나요.
7. 보라색 무: 작년에는 보라색무가 참 예뻤는데, 올해는 색깔이 제대로 안 나왔다고 할머니들이 속상해 하시네요. 일반적인 무처럼 드시면 되고요. 색깔을 살려서 드시려면 무생채나 무피클에 활용하세요. 
8. 대파: 다듬어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냉동보관 하셨다가, 바로 요리에 사용하면 간편하고, 오래두고 드실 수 있어요.  
9. 유정란: 암탉, 수탉이 어울려 살며, 깻묵, 들풀, 청치, 생선 대가리, 조개, 굴 껍질을 먹으며 낳은 건강한 유정란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non-GMO 사료 먹인 방사 유정란]. 숫자 가능한대로 보냅니다.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11월 14일(수)에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평안하신지요?  올 해 거둔 햅쌀을 나눠먹는 이웃들에게 감사와 안부 인사를 전해 드립니다. 문철은 올 해로 네번째 논농사를 지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평생 해마다 논농사를 짓는다 해도 일년에 한 번씩 뿐이니 서른 번은 채울 수 있을까요? 모를 일이겠지요^^ 어쨌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나아지고 익숙해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잘 익은 벼일수록 고개를 숙이듯, 세월이 흐를수록 자연 앞에서 경외감과 겸손함이 깊어지는 농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올 한해 논농사는 이렇게 지었습니다. 

    4월에는 소금물 비중으로 가려낸 튼실한 볍씨를, 뜨거운 물에 소독하고, 찬물에서 싹을 틔워 모판에 뿌렸습니다. 볍씨를 고르는 일부터 모를 키우는 일까지는 제가 다녔던 풀무학교 생태농업전공부 선생님들과 후배들에게 큰 신세를 졌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논에는 유박으로 거름을 내고, 경운기 쟁기로 땅을 갈아엎었습니다. 


    5월, 못자리에서 모가 자라는 동안 부지런히 모심을 준비를 했습니다. 옆 동네 산들이 아빠가 논두렁조성기로 논둑을 발라주고, 제가 손으로 한번 더 만져서 반듯하고 높게 논둑을 다졌습니다. 써레질과 번지는 풀무전공부 장샘과 문샘이 도와주셨습니다. 


   6월, 올해도 홍동중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 백여명이 한꺼번에 논에 들어와 길다랗게 한 줄로 서서 손모내기를 했습니다. 미리 간격을 알려주는 말뚝을 박아놓아서 그런지 작년과 달리 반듯하게 줄을 잘 맞춰서 모를 심었습니다. 올해는 가뭄이 심했습니다만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고비는 잘 넘겼습니다. 


    7월, 올해도 우렁이를 넣어서 풀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날이 가물어서 물을 충분히 대지 못하고, 쟁기질을 잘못해서 뭍이 드러난 곳에 난 풀은 우렁이로도 어쩔 수 없어서 며칠동안 논에 들어가 손으로 일일이 풀을 뽑아주었습니다. 


    8월, 비가 많이 왔습니다. 벼꽃이 필 무렵에 태풍이 몰고 온 비바람이 심해서 마음을 많이 졸였더랬지요. 비가 안 오는 틈틈이 논둑에 자란 풀을 베 주었습니다. 여러차례 큰 비에 앞가슴(아래 논둑)은 무사했지만, 어덕(위엣 논둑)은 좀 많이 헐었습니다. 그래도 크게 허물어지지 않아 천만다행이었습니다. 


    9월에는 비가 적게 오고, 볕이 좋았습니다.  덕분에 결실을 알차게 맺을 수 있었습니다. 


    10월, 추수를 했습니다. 이번에도 풀무전공부 선생님들과 후배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벼를 말리는 것은 작년과 달리 도로 길 위에다 펴서 널었습니다. 비용도 줄일 겸, 석유도 아낄 겸 3박 4일 동안 도로위에 펴 널고 돌보았습니다. 


    11월, 쌀주문을 받고, 정리가 되면 이 편지와 함께 쌀을 찧어서 보내 드릴려고 합니다. 현미와 쌀눈이 남아있는 백미(6~7분도 정도)로 도정할 예정입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여러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한 해 농사를 잘 지었습니다. 여럿이 함께, 태양과 바람의 나라에서 말이지요.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홍순관님이 부르신 “쌀 한 톨의 무게”라는 노래를 꼭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여름이네 농사일기 블로그(http://sonong.tistory.com/156)에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부족한 농부가 나누는 쌀입니다만, 아무쪼록 귀하게 여겨주시기를,
맛있게 드시고,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여기 블로그와 트윗에 올렸던 사진들과 미공개한 사진도 몇 개 찾아서 올려놓겠습니다.

2012.04.26 비둘기 앞가슴처럼 봉긋해진, 싹이 튼 또는 이제 곧 싹이 틀려고 하는 볍씨들.


2012.05.20 쟁기질 합니다. 하루에 다하려면 몸도, 경운기도 힘들어서 서너시간씩 이삼일에 걸쳐서 논을 갈아엎었습니다.


2012.05.21 오후내내 쟁기질로 논을 갈아 엎고 있는데 멀리서 아내가 손을 흔들며 걸어오는게 아닌가? 마실 물도 떨어져간터라 내심 아내가 온다면 진짜 좋겠다는 생각을 속으로 잠깐 하기는 했지만 정말로 올 줄이야! 그것도 시원한 냉수와 설탕에 재서 얼려둔 딸기도 함께 가지고 왔다. 몸은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힘들지만 시원하고 달콤한 딸기를 받아 먹는 이 순간만큼은 정말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아. 이 맛에 산다. 고마워, 아내야~


2012.05.25 "논두렁한번 빤뜨시 잘 만졌네" 아랫쪽 논에서 일하시던 할배가 지나가시면서 한마디 하고 가신 말씀에 적지않은 위로를 받았다. 은근히 뿌듯하고 고마웠다.


2012.05.31 예쁘게 잘자라 주어 고맙다. 내일 넓은 논으로 이사가자꾸나.


2012.05.31 내일은 모내기하는날, 오늘은 결혼기념일. 농사짓고 살 줄 알았으면 농한기에 결혼식을 올렸을텐뎅... 해마다 아내에게 미안할따름.


2012.06.01 오늘은 모내기 하는 날! 논에 모를 심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더 즐거운 것은 아이들을 논에 심는 일^^ 얘들아, 모들아 부디 지금 여기에 뿌리를 내리고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다오~


2012.06.01 모내기를 끝으로 잠시나마 숨돌릴 틈이 생길 것 같다. 뜬모정도는 껌이지! 아 정말이지 살 것 같다. 휴...


2012.06.30 올해는 줄이 제법 가지런~ 합니다^^


2012.07.10 논둑을 반듯하게 만져놓으면 풀깍기가 아주 편하다. 5년전 첫 논농사를 지을때 울퉁불퉁하게 만졌다가 고생해보고 얻은 가르침^^


2012.07.21 사마구 없다~ ㅋㅋ


2010.07.21 여름논의 쌀초록!


2012.08.19 벼 꽃!


2012.08.26 이삭이 많이 올라왔다. 이제부터는 튼실하게 알곡을 채워주렴.


2012.08.28 쓰러지지않고 질기게 버텨주어 고맙다. 오늘밤도 힘내줘!


2012.09.16 이삭은 점점 고개를 숙여갑니다. 고맙다.


2012.09.19 아침 7시 41분, 논 풍경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2012.10.05 가을 논의 누~런 색이 참 곱다.


2012.10.12 (우리논 말고) 갓골논에서 만난 아이들. 전면사진은 공개불가^^


2012.10.23 추수합니다. 볏짚은 내년을 위해 잘게 썰어 넣었습니다.


2012.10.23 텅 빈 논. 아니 꽉 찬 논.


2012.10.24 바심한 벼를 큰 길에 펴널었다. 태양과 바람의 나라가 나락위에 임했다. 좋다! 고맙고 감사하다!!



+ 쌀주문아래 글에서 해주세요http://sonong.tistory.com/251
▷▶주문을 마감합니다. 고맙습니다. 맛있게 건강하게 꼭꼭 씹어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