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언덕 위엣밭에 베어놓은 들깨를 경운기에 실어 집 앞에 내리고, 도리깨질로 들깨 터는 일을 했습니다. 오전 내내 도리깨질을 하고 돌아온 남편에게서 들깨향이 솔솔 납니다. 건너편집 엄씨 아줌니와 옆집 김정자 아줌니, 울 엄니까지 세 할머니 사이에서 재미나게 도리깨질을 했다고 전해주네요. 몇 분 전에 한 이야기는 잊어버려도, 50년 전에 만난 호랑이 이야기는 몇 번이건 생생하게 전해주시는 엄씨 아줌니의 재미난 이야기를 녹음해오지 못한 것을 아쉬워합니다. 기억은 오락가락해도, 몸으로 익히 도리깨질은 끝내주게 잘 하시는 할머니지요. 할머니보따리 싸는 날에도 (기억만 하신다면) 꼭 오셔서 포장을 도와주시는 고마운 분이랍니다.
    요즘 추수가 한창이라, 엄니는 ‘흐뭇하다’고 하셨지만, 하나 하나 다시 여쭤보니, 배추랑 무는 ‘비료도 안 주고, 약도 안하니, 다른 집 무에 반만큼도 자라지 않았고, 배추도 속이 제대로 영글지 않는다’고 하시네요. ‘들깨는 꽤 잘 되긴 했는데, 엄청 많이 심은 것에 비하면 잘 열리지 않았다’고 하시고, ‘올해 콩은 다 풍년이라는데, 약을 안 하니, 우린 반 밖에 안 여물거라’ 하십니다. 말씀은 그리 하셔도, 동네 아저씨들의 ‘배추에는 비료를 줘야 한다’는 끊임없는 설득과 협박에도 전혀 굴하지 않으시는 어머니, 아침저녁으로 배추벌레 잡느라 애쓰시는 울 엄니, 파이팅! 입니다.
    드디어 오늘 벼바심(추수)합니다. 추수를 해도, 땅값의 은행이자만큼도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설레고 기대가 됩니다. 내 땅에서 나오는 쌀, 남편이 아침저녁으로 살피며 농사지은 쌀을 먹는다니 놀랍습니다.

1. 고구마 : 주로 호박고구마입니다. 올해는 대체로 고구마가 흉년이라고 하는데, 저희 고구마도 큰 것이 거의 없네요. 저희 엄니도 고구마 캐시며 좀 속상해 하셨습니다. 비가 많이 오기도 했고, 뭣이(고라니인지, 꿩인지 확인을 못했어요^^) 고구마 달릴 때 많이 파먹었다고도 하시네요. 좀 작어도 생으로 깎아 먹고, 삶아 먹으니 달콤합니다. 
2. 웰빙무 : 보라색 무예요. 원래 크기가 많이 크지 않고요. 항산화물질이 들어있어서, 노화방지하고 피를 맑게 한답니다. 무를 사용하는 곳에 어디든 사용할 수 있지만, 생으로 요리하면 전체적으로 보라색으로 변하는 게 예쁘기 때문에 초절임이나, 피클, 샐러드로 드시면 좋아요. [*무초절임 : 1. 무를 얇게 썬다. 2. 식초(4), 설탕(1), 소금(0.5) 넣고, 설탕이 녹으면 무 넣고. 3. 30분 이상 두면 맛이 나고요. 하루 정도 두면 더 좋아요. 4. 얇게 썬 야채 싸서 먹거나, 고기 구워서 싸 먹으면 맛있어요.]
3. : 김장용으로 자라고 있는 무 중에 뽑아서 하나씩 보내드립니다. 신문지에 싸서, 밀폐용기에 넣어두시면 오래 두고 드실 수 있어요. 무생채, 무나물, 생선조림에 넣서 먹어도 좋고, 육수 낼 때도 넣어주시면 좋아요.
4. 대파 : 처음으로 넣어드리네요. 신문지에 잘 싸서 보관하며 드세요.
5. 아욱 : 단백질, 칼슘, 무기질 등이 풍부해서 특히 아이들에게 좋답니다. [줄기 쪽은 쫑쫑 썰어 넣고, 행주 빨 듯이 박박 문질러 씻어서 녹색 물 빼내고, 된장국에 마른새우와 함께 넣어 푹 끓이면 맛있는 아욱된장국이 됩니다.]
6. 상추 : 보드라운 상추입니다. 맛있게 쌈 싸드세요. 고기 없이 쌈장만 맛있게 해도 즐겁게 먹을 수 있어요.            [된장1, 고추장1, 깨소금, 참기름(0.5), 다진마늘(0.5)] 쫑쫑 썰어서 비빔국수나 비빔밥에 넣어 드셔도 되요.
7. 당근 : 가을 당근. 생으로 먹어도 달콤합니다. 칼슘 흡수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D가 많은데, 기름에 볶아서 먹거나 우유와 함께 갈아드시면 더 흡수가 좋답니다. 고운네 집에서 당근 거둔다고 해서, 일손 거들어 주고 받아온 당근이예요. 생협으로 납품하고 남은 것이라 모양은 별로 좋지 않지만, 맛과 영양은 문제없답니다.
8. 유정란 : 일조량이 줄어들어, 달걀 낳는 숫자가 줄었다고 걱정하십니다. (그래서 일반 양계장에서는 밤까지 환하게 불 켜놓고 사료를 먹여 키우나 봅니다.) 풀이 없어지는 겨울이 되면 무엇을 먹여야 하나 고민도 하시고요. 아직까지는 풀, 청취, 굴이나 조개껍데기 등을 먹고 열심히 달걀을 낳고 있네요.
9. 꽈리고추 : 꿈이자라는뜰 농장에서 자란 꽈리 고추(매울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를 함께 넣어드립니다. 본격적으로 추워지는 바람에 이번을 마지막으로 보내드립니다.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11월9일(수)에 보냅니다.
 

상자에 포장을 하다보니, 꽉 차서 겨우 테이프를 붙였습니다.(흐뭇~) 그런데 계란이 온전할지 걱정이네요. 그리고 대파가 너무 잘 자라서ㅋㅋ 박스에 도저히 들어가지 않아, 반으로 뚝 접어서 보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첨부터 예상을 했다면 가위로 한번 이쁘게 잘라서 넣어주었을텐데.. 죄송합니다. 대파에게도 미안~!
 

 

    지난주, 엄니의 칠순을 기념하여,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10월 중순부터는 벼바심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추수가 시작되면 더 바빠질 것 같아, 잠깐 틈이 생긴 며칠간 다녀왔지요. 엄니댁 닭들은 옆집 아줌니께 먹이를 잘 챙겨주십사 부탁을 하고, 저희 꿈이자라는뜰 비닐하우스는 이웃 목수님께 아침저녁 창문 여닫는 것과 물주는 것을 부탁하고 다녀왔습니다. 생명 있는 것들을 두고, 며칠 집 비우는 것이 쉽지 않네요.
    농부는 어딜가도 농부인가 봅니다. 꿈뜰농장에서 허브를 기르고 있는 문철군은 제주에서 첫 여행일정으로 허브동산을 정하고, 그곳에서 3시간도 넘게 머물렀답니다^^ 허브정원도 둘러보고, 허브티, 화장품 등으로 가공한 것도 잘 살펴보고, 허브찜질방에도 앉아 쉬고. 그야말로 견학을 했지요. 특히 로즈마리 정원이 맘에 들었는데, 제주도는 로즈마리가 노지에서 겨울을 보낼 수 있어, 부러웠답니다. 여기 홍성은 겨울이 추워 월동이 어려운 허브가 많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풍경은, 제주돌로 쌓아둔 돌담에 둘러싸인 밭입니다. 참 아름다웠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서울 도매업자들이 쉽게 사갈 수 있도록 지역마다 작물을 정해서 단작 위주로 대량으로 농사를 짓고, 그러다보니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 큰기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답니다. 저희 숙소 앞에는 온통 당근 밭만 있었지요. 제주도에서 제일 아쉬웠던 것은 어딜 가나 밥이 푸석푸석하고 맛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이 잘 빠져서 논이 거의 없는 제주도는 쌀 생산이 어렵고, 육지에서 쌀을 사오기 때문이랍니다.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막상 집에 돌아오니, ‘역시 우리집, 우리집 밥이 제일 좋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맛있는 따뜻한 잡곡밥 한그릇, 절경은 없어도 하늘과 바람과 햇볕, 그리고 작은 밭과 철마다 간식거리를 내어주는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편안하고 익숙한 풍경. 벼바심을 앞둔 논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릅니다. 햅쌀밥을 해먹으면 또 얼마나 맛있을까요?^^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1. 무 섞박지 : 여름에 심어둔 무가 꽤 자라서, 섞박지(큰 깍두기) 담아 보냅니다. 김치가 아쉬운 요즘 요긴한 반찬이 되길 바랍니다. (무가 척박한 땅에서 여름에 자란거라... 많이 맵네요. 좀 익으면 괜찮아지려나?..)
2. : 할머니들이 집 주변 밤나무를 샅샅이 뒤져 딴 밤입니다. 자연상태에서 자란 산밤이라 벌레 먹은 것이 있을수 있어요. 잘 골라내고 드세요. 물을 넣고 삶아서 먹으면 됩니다. 저희는 생밤으로 깎아 먹는 걸 더 좋아해요.
3. : 아줌니 댁과 저희 집 감나무에서 열린 감이예요. 소금물에 삭혀서 떫은 맛 없이 드실 수 있을 거예요. (간혹 덜 삭아져서, 떫은 맛이 있는게 있네요. 일주일 정도 더 삭혀서 드세요^^)
4. 식혜 : 쌀과 직접 싹틔운 엿기름으로 만든 식혜. 설탕(유기농 비정제 설탕_브라질산)은 아주 조금만 넣고, 대신 쌀을 많이 넣어 단맛을 냈어요. 입맛에 따라 설탕을 더 넣어드셔도 되요.
5. 당근 : 당근이 꽤 컸네요. 가을당근 참 맛납니다. 씻어서 생으로 드셔보세요.
6. 호박 : 마지막 호박이 될 것 같아요. 된장찌개에 퐁당. 
7. 머위(머우나물) - 쌉싸름한 맛의 머위나물. *줄기부분 껍질을 살짝 벗기고, 30초 정도 데쳐서, 찬물에 30분 이상 담가 쓴맛을 뺍니다. [국간장(또는 액젓),1, 들깨가루1, 고춧가루-다진 파-다진 마늘 약간 넣고 볶고. 불 끄고 들깨가루 더 뿌려 드세요] [호박잎 드시듯, 살짝 쪄서 쌈밥으로 드세요. 양배추쌈도 함께하면 좋겠죠?]
8. 상추 : 선선해지니 상추가 먹기 좋게 잘 자랐네요. 부족한 상추는 홍성유기농 정상진씨 댁에서 가져와 보탰어요.
9. 냉이 : 이웃 미순네 냉이가 잘 되어서, 함께 넣어드립니다. 
10. 유정란 : 일반 사료는 먹이지 않고, 청치(푸른기가 섞여있는 쌀)와 풀, 굴껍질, 남은 음식물 등을 먹입니다. 암탉이 낳은 대로 보내니, 10개 다 채우지 못해도 이해해 주세요^^ 
11. 피망, 파프리카, 가지: 꿈이자라는뜰 하우스에서 자란 것입니다. 양이 가능한대로 나누어 보내드립니다.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10월 26일(수)에 보냅니다.
* 식혜 여분이 없어서... 더 보내드리지 못했네요. ^^ 담엔 조금 더 넉넉히 할께요.
이번 보따리는 박스를 꽉 채워 보내서, 뿌듯했답니다. 가을의 풍성함이네요. 맛있게 드세요^^


 붉은 대추, 주황빛의 감, 주황색 파프리카, 보라색 가지, 노란 은행, 누런 벼... 갖갖이 색깔로 변신을 하며 ‘어서 먹어주세요~’라고 소리치는 농작물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요즘입니다. 아들 여름이와 함께, 대추도 따고, 감도 따면서 재밌고도 맛있는 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양이 넉넉지 않아서, 자랑만 하고 보따리 식구들과는 나누지 못해 죄송합니다.)


어제는 꿈이자라는뜰(마을의 장애학생들을 위한 배움터와 일터) 농장들이를 했습니다. 저희 집 앞에 밭을 꿈뜰에서 사용하고 있는 데, 한 해를 지나며 어느 정도 농장 모양을 갖추었고, 그동안 여러모로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도 전하고자 마련한 자리였지요. 꿈뜰학생들이 그동안 열심히 배운 풍물도 들려주고, 떡과 고기, 술을 넉넉히 준비해서 함께 나누어 먹었어요. 마을 어르신들을 비롯해서 100여분이 함께해 주셨답니다.


햇볕이 뜨겁고, 바람이 시원한 전형적인 가을날씨가 계속되더니, 오늘은 오래간만에 비가 오네요. 벼 알곡이 더욱 실해 질 수 있을 것이고, 배추는 오래간만에 실컷 비를 맞고 잘 자랄 듯합니 다. 그야말로 가을 단비네요.

1. 열무김치 : 찬바람이 슬슬 부니, 열무가 잘 자랐습니다. 직접 농사지은 양념으로 김치를 담궜습니다.
2. 땅콩 : 땅콩 캐서 보냅니다. 껍질 까서 후라이팬에 약불로 슬슬 볶아서 간식으로 먹어도 좋고요.(적당히 볶는게 생각보다 쉽진 않아요.^^;; 너무 볶으면 타거나 질겨질 수 있어요) 저는 간편하게 밥 지을 때 넣어서 먹는데, 참 맛있습니다. 아이들도 좋아하지요.
3. 유정란 : 날이 선선해져서 다시 달걀을 보내드립니다. 황토농장(무항생제 축산) 기르던 닭을 40마리 정도 더 사와서 기르고 있어요. 일반 사료는 먹이지 않고, 청치(푸른기가 섞여있는 쌀)와 풀, 굴껍질, 잔반 등을 먹입니다. 암탉이 낳은 대로 보내니, 10개 다 채우지 못해도 이해해 주세요^^ 
4. 고구마순 : 고구마 캐기 전에 고구마순부터 보내드립니다. [1.껍질은 벗기셔도 되고, 안 벗기셔도 됩니다.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2.끓는 물에 소금 넣고 4분정도 삶아주세요. 3.찬물에 헹구고. 4.기름 두른 팬에서 볶다가, 다진파(1), 다진마늘(0.5), 국간장(1), 소금(0.3) 야채효소나 설탕 조금 넣으세요. 5. 마지막으로 들기름(1), 들깨가루(1) 넣어서 드세요.]
5. 가을 쑥차 : 가을 쑥을 뜯어다가 깨끗이 씻어서 유기농설탕에 재워 보냅니다(자장자장 ^^). 며칠 두셨다가 설탕이 녹으면 (생강차처럼), 따뜻한 물에 쑥차를 넣어서 드시면 좋아요. 쑥은 비타민, 무기질이 많다고 하니, 따뜻하게 드시면서 감기예방, 원기 회복 하세요.
6. 꽈리고추와 피망: 꿈이자라는뜰 하우스에서 자란 것입니다. 꽈리고추는 작은 것이 덜 매우니 볶아 드시고, 큰 것은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매운 맛 낼 때 쓰세요.
7. 쪽파 : 부추전처럼, 파전(밀가루, 계란, 파, 오징어나 조갯살)으로 부쳐먹어도 되고요.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어도 되요. 대파대신 요리에 사용하셔도 되고요
8. 아욱(근대, 부추, 호박) : 아욱 양이 많지 않아서 모자라는 양을 근대와 부추, 호박로 대신 넣어드립니다. 아욱은 단백질, 칼슘, 무기질 등이 풍부해서 특히 아이들에게 좋답니다. [아욱이나 근대 요리법 : 줄기 쪽은 쫑쫑 썰어 넣고, 행주 빨 듯이 박박 문질러 씻어서 녹색물 빼고, 된장국에 마른새우와 함께 넣어 푹 끓이면 맛있는 아욱된장국이 됩니다.]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10월 12일(수)에 보냅니다.
농부의 하루 | Posted by cosmoslike 2011. 9. 21. 00:31

오래간만에

오랫만에 글을 남기네요. 
밭에는 배추, 무우가 쑥쑥 커가고, 오늘은 땅콩을 수확했습니다.
논에는 알곡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저희집앞 밭(꿈이자라는뜰 실습밭)에는 허브를 모두 옮겨심었고, 집안 주변을 열심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닭장을 지으려고, 오래된 축사를 철거하고 땅을 고르고.

여울이 낮잠 시간에는 빨간 고추를 좀 따고,
피망, 파프리카, 가지 등을 수확해서 학교생협이나, 여성농업인센터에 가져다 팝니다. 
여전히 풀도 열심히 메고 있는데, 별로 티는 안나고. ㅋㅋ

사진 몇장 올리고 싶은데, 카메라 케이블이 보이질 않네요.  
그냥 천천히 글 읽으시면서 상상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요즘 가을하늘이 끝내줍니다. 
아침, 저녁, 아니 오후부터 바람이 차갑습니다. 
홍동은 나름 바다와 가까워서인지, 앞에 천이 있어서 인지... 겨울이 길고, 더 춥게 느껴지곤 합니다.
찬바람에 기분이 좋다가도, 올 겨울은 어떻게 보낼까, 집안에 나무난로를 하나 둘까,
벌써부터 마음은 겨울준비에 들어갑니다.

다음주에는 고구마도 좀 캐고, (엄니 말씀으로는 뭣이 다 파먹어서 하나도 먹을게 안남았다고 하셨지만 ㅋㅋ)
열무도 잘 자라고 있다니, 맘처럼 넉넉히 할머니보따리도 쌀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네요.  
 
요즘 마을에서는 '땅에 뿌리박은 삶의 지혜' 라는 제목으로 '인문주간'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듣고 싶은 강의는 많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상황이 되는대로 공부하고 싶고요. 
나에게 있어 '땅에 뿌리박은 삶의 지혜'는 무엇일까 좀 곰곰히 생각해보아야 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추석 지나면서 컴퓨터를 자주 켜지 않게 되네요. 자주 소식 전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빠른 답변이 없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 
순식간에 지나가버릴 가을! 만끽하는 매순간 되시길!  



 
봄에 시작한 할머니보따리가 어느새 열두번째 보따리를 싸서 보냅니다. 추석이 코앞이네요. 지난번 부탁드린 기도 덕분인지, 비가 한 번도 오지 않고, 뜨거운 햇볕과 가을 바람아래, 논에는 알곡이 잘 여물고 있습니다. 예년에 비해 이른 추석이라, 햅쌀밥을 먹진 못하지만, 논에 나가면 벼 이삭이 흔들리는 소리, 구수한 벼 익는 향기에 기분이 참 좋습니다. 큰 태풍 없이 수확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난주는 배추모종을 밭에 심었습니다. 이틀을 매달려서, 김정자 아줌니 밭과 어머님 밭에 배추를 심으셨네요. 배추를 생각하면 비가 좀 오면 좋겠고, 논을 생각하면 비가 안 왔으면 좋겠고^^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합니다. 엄니 말씀이 ‘작년에는 배추 심은 날부터 배추 뽑는 날까지 제대로 흠씬 비 한번 안 왔어. 올해는 비가 좀 와야 할텐데’ 하시네요. 그래서 작년에 배추밭에 물을 주며 배추를
겨우겨우 키웠는데도, 속이 찬 것이 거의 없었지요. 올 가을 날씨는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제가 존경하는 여든이 넘은 마을 할머니말씀이 ‘그래도 농산물은 잘 안되는 것이 있으면, 잘 되는 것도 꼭 있어. 굶어 죽으라는 법은 없다니깐. 그니께 욕심 부리지 말고 그 해 잘 되는 거 갈무리해서 묵고(먹고) 살으면 돼’ 하시네요. ‘그래. 욕심 부리지 말고, 땅이 주는 대로, 하늘이 주는 대로 잘 먹고 살자.’ 오늘도 제 마음부터 잘 갈무리해봅니다. 

한가위,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
 
1. 들기름 [냉장보관]: 고이 모셔두었던 들깨로 동네방앗간에서 들기름을 짰습니다. 명절에 나물 무칠 때 쓰세요. 반찬 없는 날, 따뜻한 밥에 들기름, 간장 넣고 슥슥 비벼 먹어도 참 맛있지요. 들기름은 산패가 빠르니까, 냉장 보관하시고, 아끼지 말고 빨리 드세요.
2. 깻잎: 요즘 제일 풍성한 것이 깻잎입니다. 그냥 쌈 싸먹어도 좋고, 쫑쫑 썰어서 야채전에 넣어 부쳐 먹어도 좋아요. 볶음(소시지, 야채, 고기 등) 요리에 마지막에 넣어서 살짝 볶아내면 향이 참 좋지요. 깻잎에 양념간장을 발라서 켜켜이 쌓아놓고 풋내 날 때 바로 먹어도 맛있고, 그렇게 해서 좀 더 재워뒀다가 먹어도 맛있어요^^
3. 양배추김치: 홍성유기농에서 재배한 양배추와 저희 집 양념으로 담근 김치입니다. 입맛에 맞게 익혀드세요.
4. 호박: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호박이 주렁주렁 달립니다. 근데, 문제는 ‘지난주에’ 주렁주렁 열리는 바람에(-.-;;) 계속 놔두지 못하고 거두어서 호박고지를 좀 만들어 두었고요. 때에 맞게 열린 호박을 보냅니다. [*달걀, 밀가루 묻혀서 호박전 *양파, 호박 넣고 볶다가 새우젓을 간맞춰서 먹어도 좋고요. *된장찌개에 넣어드셔도 좋지요]
5. 뽕잎장아찌: 봄에 담가둔 뽕잎장아찌 한 번 더 넣습니다.
6. 사과: 이번에는 해인농원 사과를 넣어드립니다. 저농약 사과예요. 상큼!
7. 피망, 가지: 꿈이자라는뜰 농장에서 자란 것입니다.^^ 피망, 가지에 대한 값은 모두 꿈이자라는뜰 자립에 보태집니다. 빨간 피망과 가지는 양이 넉넉지 않아서, 둘 중 하나를 넣으니 한 가지가 없더라도 섭섭하게 생각지 마세요. [피망은 동그랑땡이나 잡채 만들때 넣으면 좋아요]
* 깻잎 부각: 깻잎에 찹쌀풀을 발라 말려두었는데, 말리는 과정에서 많이 부서져서 보내드리지 못하네요. 죄송해요~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9월21일(수)에 보냅니다.
‘아이고, 팔이야! 아이고, 허리야’ 제가 지난주에 처음으로 밭에서 김매기 해봤다고 티내는 소리입니다. 호호. 긴 장마끝에 밭에 거의 들어가질 못했더니, 밭이 온통 풀 밭입니다. 작물들은 다 쓰러지고 맥을 못 추어도 풀은 정말 잘 자랍니다. 작물들이 거의 죽어버렸으니, 김매기라는 말보다는 풀뽑기라는 말이 더 적격이겠네요. 오늘도 여울이(둘째 아이) 재워놓고, 여름이랑 둘이 밭에 나가서 풀 뽑았습니다. 풀을 뽑다가 땅콩까지 뭉텅 뽑기도 하고, 아직 생명이 있는 메리골드꽃도 줄기를 좀 잘라놓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풀을 뽑고 나니 속이 시원합니다. 뽑은 풀은 한쪽에 모아 두고 풀퇴비로 만들어 다시 땅으로 돌려줍니다. 밭을 슬슬 정리하면서 김장농사준비를 합니다. 무, 당근 씨앗을 심고, 배추도 파종을 하고 모종을 키우고 있습니다. 


22일, 23일은 할머니 두 분 모시고, 여름이, 여울이까지 데리고, 전북 정읍에서 열린 ‘정농회’ 여름 연수회에 다녀왔습니다. 30여년 전부터 생명의 농사를 지어오신 백발의 농부할아버지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큰 격려가 되었고, 또한 젊은 농부님들이 자연재배 방법으로 열심히 농사짓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의 농사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지요. 할머니보따리 여름연수회를 다녀온 격이 되었네요.
 
요즘 저희 논에는 벼꽃이 한창입니다. 벼꽃을 보신 적 있나요? 시골에 내려오기 전까지는 벼에 꽃이 피는 줄도 몰랐답니다. 모든 열매는 당연히 꽃이 피어야 생기는 것인데, 참 무식했구나 새삼 느껴지네요. 벼꽃을 보고나니, 비가 내리고, 센 바람이 불때마다 논에 있는 벼가 생각납니다. 올해 처음, 저희 땅에서 짓는 논농사는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지요^^ 뜨거운 햇볕을 많이 받아야, 알곡이 제대로 여물 듯 합니다. 요즘 기도제목은 햇볕입니다. 따뜻한 햇볕. 어느새 성큼 다가온 가을 문턱, 건강하게 지내세요.
    .
1. 쌀조청: 김정자 아줌니댁에서 직접 고아서 만든 정성가득 조청입니다. 엿기름도 직접 싹틔운 것이지요. 발효식품이라 소화도 잘되고 쌀로 만들어 영양도 최고지요. 쌀조청은 식혜를 잘 만들어, 조린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할머니들이 새벽까지 불조절하며 정성으로 만든 조청입니다. [조청은 단맛이 필요한 모든 요리에 설탕이나 물엿대신 쓸 수 있어요. 멸치볶음, 고기볶음, 초고추장 등 각종 양념장.] 냉장보관해주세요.
2. 호박잎: 호박은 제대로 남은 것이 없지만, 호박잎은 있어서 어린잎 위주로 따서 보냅니다. 살짝 쪄서, 쌈싸서 드세요. 쌈장(된장, 고추장, 마늘, 깨소금, 참기름)만 만들면, 맛있는 밥한그릇 뚝딱!
3. 고춧잎: 고춧잎 한번 더 보냅니다. [살짝 데쳐 국간장(1), 다진파마늘(1), 깨, 참기름 넣고 무쳐드세요.]
4. 양파: 직접 기른 양파를 한번 더 보내드립니다 .
5. 양배추: 홍성유기농 정상진, 이성자 농부님의 양배추입니다. 오랜 장마로 노지 밭에서 자라던 애호박, 토마토, 오이, 대파 등이 상태가 안 좋아서 믿을만한 곳에서 양배추, 당근, 사과 등을 대신 구해서 보내드립니다.
6. 당근: 금평리 황연동 농부님의 유기농 당근을 함께 넣어드립니다.
7. 사과: 정농회 회원이신 이후근 농부님의 저농약 사과도 함께 보냅니다. 아삭!
8. 꽈리고추, 피망, 아삭고추: 꿈이자라는뜰 비닐하우스에서 튼실히 자란 꽈리고추, 피망, 아삭고추 삼형제입니다. 요즘같이 고추가 귀한 시절에 잘 자란 고추입니다. 김치를 생각하면, 모조리 빨갛게 될 때까지 놔두었다가 고춧가루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네요(^^). 이번 꽈리고추는 좀 덜 매울 거예요. 볶아서 드셔보세요. 아삭고추(크고 길쭉하게 생긴것)는 맵지 않으니 맘 놓고 드세요. 근데 양이 많지 않네요.
* 보내드리려 했던, 콩나물은 며칠이 지나도 생각했던 양만큼 싹을 틔우지 않아서 보내드리지 못합니다. 마지막 남은 콩나물 콩이었는데... 아쉽네요. 죄송합니다.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9월7일(수)에 보냅니다.
✚ 할머니장독대 - 집된장(1만원 /1kg), 집간장(9천원 /1kg), 마늘고추장(13000원 /1kg), 쌀조청(12000원 /1kg), 엿기름(5천원/500g), 민들레효소(14000원 /1리터. 유기농설탕. 1년이상 숙성), 들풀효소(12000원 /1리터. 3년이상 숙성), 매실효소(14000원 /1리터. 1년이상 숙성) 필요하신 분들은 주문해주세요. 모두 할머니들이 직접 만드신 거예요.

  계속되는 태풍과 비소식으로 어수선합니다. 다행히 저희 가족은 큰 피해 없이 잘 지내고 있답니다. 단지 농작물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지요. 긴 비에 고추가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고추가 원래 습하면 병에 잘 걸리기 때문에 최대한 두둑을 높여 심었는데도, 올 여름 긴 비에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탄저’가 들었습니다. 고추가 검거나 희게 타버리면서 붉은 고추로 딸 것이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지요. 김정자 아줌니 말씀이, ‘지금 노지(밭)에서 멀쩡한 고추들은 대부분 여섯 번, 일곱 번 흠씬 농약을 준 것이여. 저기 건너 마을에 고추를 엄청 많이 심었는디, 하나도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해서 물어 보니께, 약(농약)을 엄청 줬다고 하더만~’ 하시고, 울 엄니께서는 ‘약 안한 우리 고추는 모조리 죽어 버렸고, 남에 것을 사 먹을라니, 모두 약 쳤다고 하고. 고춧가루를 먹지 말아야 하는지 우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네요. 해답은 백김치? 호호. 아무래도 올해 김장은 백김치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고추장은 어쩌면 좋지요? 올해 남은 것을 아껴먹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비 맞히지 않고 잘 관리한 고추는 그나마 병에 덜 걸리는 것도 같네요. 그래서 이번 꾸러미에는 꿈뜰(꿈이자라는뜰 greencarefarm.org, 함께 보내드리는 리플렛을 참고해주세요^^)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꽈리고추와 피망을 넣어드립니다.
  참, 알이 크게 잘 여물던 노오란 참외, 호박 등이 긴 비에 거의 다 썩어서 수확할 것이 없네요. 단호박은 미리 따서 일주일 이상 지나야 단맛이 제대로 나기 때문에 지난주에 따두었더니, 다 썩어버렸습니다. 여름철이 되면, 싱싱한 채소를 넉넉히 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마음에 글만 길어졌습니다. 그나마 저장해둔 들풀효소, 뽕잎장아찌를 넣어드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1. 햇녹두: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 꽃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노래를 온 가족 함께 부르곤 합니다.^^ 큰비 사이사이에도 녹두 꽃이 피고, 녹두 꼬투리가 잘 영글어서 생각보다 귀한 녹두를 꽤 수확했습니다. 잘 보관하셨다가, 아프거나 열날 때 녹두죽으로 건강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저희 어머님은 허리수술 하시고, 항생제 때문에 입맛을 완전히 잃으셨을 때 녹두죽을 드시고 원기회복 하셨답니다. 아이들도 열나거나 아프면 꼭 녹두죽을 끓여 먹어요. 녹두는 해독, 해열 작용이 있습니다. [녹두죽 끓이는 방법 : 1. 쌀과 녹두를 1:2로 준비. 2. 쌀은 충분히 불리고. 녹두는 씻어서 10배 물을 넣고 껍질이 벗겨지고 속이 나올 때까지 푹 삶는다. 3. 체에 걸러 으깨면서 껍질을 발라내고(저는 껍질도 몸에 좋을거라 생각해서 믹서로 잘 갈아서 그냥 죽을 끓여요) 녹두(물)을 가라앉힌다. 4. 녹두물에 쌀을 넣고 주걱으로 저어가며 쌀알이 퍼지도록 뭉근히 끓인다. 5. 쌀이 다 익으면 가라앉은 녹두 넣고 끓여 소금간해서 먹는다] [녹두 갈아서 빈대떡 부쳐드시거나, 불렸다가 밥에 넣어 드실 수도 있어요.]
2. 감자전분: 매일매일 정성스레 물을 갈아주며 만든 감자전분이예요. 지난번 수확한 감자 중에서 상하려 하는 것으로 만든 것이지요. [밀가루와 감자전분을 3:1로 넣고 수제비반죽 만들어 드셔도 좋고. 탕수육 고기 반죽이나, 탕수육 소스, 마파두부소스 등 걸죽한 국물 만들 때, 사용하시면 되요.]
3. 들풀효소: 몸에 좋은 들풀을 유기농설탕을 넣고 1년 이상 숙성, 발효시킨 거예요. 설탕 대신 모든 양념에 쓰시면 됩니다. [고추장에 효소 넣고, 식초만 약간 넣어도 맛있는 새콤달콤 맛있는 초고추장 됩니다. 고기 양념 할때 넣으면 비법 소스가 되지요. 고기 부드럽게 하고, 냄새를 없애줍니다. *샐러드소스 : 간장2, 들풀효소2, 현미식초1, 깨소금(들깨가루)1, 올리브오일(생들기름)1. *4배 정도 찬 물에 희석해서 여름 음료로 드셔도 좋아요. 피로회복!] 
4. 참비름나물: 여름철 배앓이에 최고라는 참비름나물. [살짝(2분정도) 데쳐서, 고추장(1), 소금(0.5)다진파(1), 다진마늘(0.5), 깨(0.5), 참기름(1)넣고 무쳐드세요.]
5. 고춧잎: 고추는 딸 게 없지만, 고춧잎은 아직 괜찮네요. [살짝 데쳐 국간장(1), 다진파마늘(1), 깨, 참기름 넣고 무쳐드세요.]
6. 뽕잎장아찌: 봄에 여린 뽕잎으로 담궈둔 장아찌입니다. 두고 드실수록 깊은 맛이 난답니다. 
7. 당근 : 금평리 황연동씨 댁 유기농 당근을 가져와 함께 넣어드립니다.
8. 꽈리고추, 피망: 꿈이자라는뜰 비닐하우스에서 튼실히 자란 꽈리고추, 피망을 사와서 넣어드립니다. 꽈리고추(매우니 조심하세요^^)는 멸치볶음에. 풋고추 대신 쓰셔도 되요. 피망은 생으로 드시거나, 잡채, 감자볶음, 샐러드에 넣어 드세요.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8월24일(수)에 보냅니다. sonong.tistroy.com에 소식 전해주세요^^

2011.07.17 여름이네 비빔국수 짜잔~


잘 삶아서 시원하게 씻어낸 우리밀국수에, 양배추 송송 썰어 얹고, 밭에서 금방 따온 오이, 상추, 한련화 잎사귀도 송송 썰어서 얹고, 마지막으로 한련화 꽃을 얹은 다음, 여기에 매콤달콤새콤한 고추장을 쓰윽 비벼서 먹으면~ 크! 조오타~

날 더워서 입맛 없을 땐, 시원한 비빔국수가 별미입니다.


2011.07.13. 장마끄트머리, 여름이네논. 씨뿌린지 87일, 모내기한지 48일. 언제 이렇게 잘 자랐노?


한 달 내내 비가 오고, 한 여름 무더위가 시작되었네요. 긴 장마 끝에 상추가 녹아내리고, 녹두는 꼬투리에 매달린 채 싹이 트고, 밭에는 풀이 엄청 나게 자랐습니다. 이번 보따리는 장마 끝에 신선한 밭작물이 넉넉지 않아서, 보관해두었던 양파, 김치 두 가지, 이웃에서 구해온 통밀을 함께 넣습니다. 그래도 이제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키가 크고 속을 채워가는 옥수수, 한 두개씩 익어가는 참외, 주렁주렁 열리는 호박, 토마토 등을 보면 흐뭇합니다. 할머니보따리 보내는 날을 잘 맞추어 열매를 맺어주면 좋으련만... 첫해다 보니 가늠이 되지 않고, 마음이 초조합니다.   
저희 집은 갑자기 두 아이 모두 수족구병에 걸렸답니다. 일주일내에 낫는 감기 같은 병이라지만, 여울이가 입에 수포가 많이 나서, 먹지도 못하고 잠도 잘 못자고 있지요. 그래서 긴 글을 전하기 어렵네요.
할머니보따리 식구 여러분들도 모두 아프지말고 건강한 여름 나시길 바랍니다.

1. 햇양파 : 올해 양파가 풍년이라더니. 저희 양파도 알이 큽니다. 모처럼 고기를 구워먹는데, 양파도 함께 구웠더니 달콤하니 맛납니다. 양파껍질은 잘 씻어서 국물 낼 때 쓰시면 좋아요. 껍질까지 살뜰히 드세요.
2. 노각 : 긴 장마 끝에 오이가 순식간에 늙어서 노각이 되었습니다. 오이는 먹을 만해지면 쉬 늙어버려서 그때그때 수확할 수밖에 없다보니, 오이는 보내드리지 못하고 노각으로 보냅니다. 칼슘, 섬유질이 많고 피로회복에도 도움을 준다니 많이 드세요^^ [1.껍질 벗기고, 씨 있는 부분을 파냅니다. 2.소금을 약간 넣고 절여두었다가, 물기를 꼭 짜내고. 3.고추장1, 고춧가루1, 다진파마늘 0.5, 매실효소(설탕, 조청) 0.5, 식초 0.5, 통깨 넣고 조물조물 무쳐서 드세요.] [장아찌 담아 드셔도 됩니다.]
3. 깍두기 : 여름철 백숙 먹을 때, 꼭 필요한 깍두기. 지난번 옆 동네 이웃집 무 캐는 날 가서 가지고 온 무이고요. 고춧가루, 마늘 등 모든 양념재료는 저희가 직접 농사지은 것들입니다.
4. 무동치미 : 조금 짜게 담갔습니다. 간이 맞게 물을 적당히 넣어서 드세요. 드시기 전에 얼음동동 띄워서 먹으면 아주 시원하니 좋아요.
5. 청양고추 : 매운 청양고추입니다. 두고두고 매운 양념으로 드시려면, 냉동하셨다가 요리에 바로 사용하시면 됩니다.(별도로 해동하지 않고 바로 요리에 넣으시면 됩니다)
6. 강낭콩 : 완두콩 다음으로 나오는 여름 콩입니다. 밥에 넣어 드세요. (오래 두고 드실 땐, 냉동보관)
7. 가지 : 저희가 키운 것으로는 양이 부족해서, 풀무학교 고등부와 홍성유기농 채담이농장에서 더 구해 보냅니다. [가지는 길게 2등분해서 김오른 채반에서 살짝 찌고, 간장, 참기름, 깨소금, 다진마늘로 무쳐드시면 됩니다]
8. 부추 : 이번에도 부추 조금 넣어드립니다. 날이 더우니, 고춧가루 넣고 살짝 무쳐 먹으면 좋겠네요. 노각과 같이 무쳐 드셔도 좋아요.
9. 햇통밀 알곡 (냉장보관): 이번에 채소가 좀 부족한 것 같아서, 통밀 알곡을 구해서 조금 넣어드립니다. 문철의 스승이신 풀무학교 생태농업전문과정 장길섭 선생님께서 기르신 밀이고요. 얼마 전에 추수한 햇곡식입니다. 현미처럼 도정을 적게 한 통밀 상태입니다. 조금 거친 맛도 있지만, 밥하실 때 잡곡처럼 한주먹씩 넣어서 같이 드시면 좋습니다. 저는 씹히는 맛이 참 좋더라고요. 통밀은 섬유질이 풍부해서 변비에도 좋고, 무기질, 식이섬유, 비타민 등이 풍부해서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에도 좋고, 성장기 아이들 면역력을 높여준답니다. [1. 보리차 끓이듯이 통밀차로 끓여 간편히 드셔도 좋습니다. 2.가루를 내서 빵을 만들 수도 있어요.]

*보따리로 보내는 모든 농작물들은 농약과 제초제를 치지 않고 기른 것들입니다. 반찬에 들어가는 양념이나, 마을이웃들에게 구해온 것들 역시 모두 유기농이랍니다. 행여라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면 꼭 별도로 언급 하겠습니다.

❖ 할머니 장독대에는 집된장, 집간장, 마늘고추장, 쌀조청이 있습니다. 모두 저희가 직접 기른 농산물로 직접 담근 것이지요. 이웃의 유기농쌀(샘이네 이야기가 있는 쌀)도 함께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주문은 할머니보따리 보내드리는 직전 일요일 오후까지 해주세요.

❖ 다음 할머니보따리는 옥수수가 익어가는 8월3일(수) 즈음에 보냅니다. 옥수수 사정에 따라 조금 더 빨리 보낼 수도 있습니다. ^^


  20일 정도 가뭄이 계속되더니, 열흘 정도 비가 계속 오네요. 할머니보따리 보내는 날마다 비가 옵니다. 비 때문에 택배박스에 담고 보내는 작업이 쉽지는 않지만, 기온이 높지 않아, 야채가 싱싱하게 도착할 수 있는 좋은 점도 있네요. 긴 가뭄 끝에 고추에는 진딧물이 생겼습니다. 또 중국에서 ‘멸강나방’이 많이 날아와서, 옥수수 입을 다 갉아 먹고, ‘바랭이’라는 억샌 풀까지 다 먹어치우네요. 기후 변화 때문인지, 한 달 정도 빨리 멸강나방 피해가 시작되었답니다. 달콤한 옥수수를 넉넉하게 보내드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찌 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네요. 장마도 더 일찍 시작되었다지요? 여기저기서 기후변화로 농사짓기가 더 힘들어진다는 이야기가 들리네요.

  그래도 남편에게 ‘요즘 제일 좋은 건 뭐야.’라고 물어보니, 논에서 우렁이가 김매기를 잘 해주고 있어서 너무 고맙답니다. 유기농으로 논농사를 지을 때, 오리나 왕우렁이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 논에는 우렁이를 조금 넣었습니다. 우렁이는 물속에서 자라 올라오는 풀을 아주 잘 먹어줍니다. 그래서 우렁이 넣는 시기를 잘만 맞추면 따로 손김매기를 안 해주어도 될 만큼 효과가 좋답니다. 우렁각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농사로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각시이니, 저보다는 우렁각시에게 더 애틋한 마음을 가질 것 같네요^^ (아, 지구온난화가 더 진행된다면 왕우렁이는 오히려 해충이 되기도 한답니다.)

  여름철 건강하게 잘 보내시구요, 혹시 서해안으로 휴가오신다면, 오가는 길에 꼭 여름이네 들러서 옥수수도 삶아먹고, 토마토도 따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 모두 건강하세요~

1. 햇마늘: 햇마늘이라 조금 넣어드립니다. 비를 피해서 마늘을 캐서 말리고 있어요. 기본양념이니, 설명 필요없지요?^^  저는 집에서 피자 만들어 먹을 때 편으로 썰어서 몇 개씩 올려 구워 먹는데, 아이들도 잘 먹습니다. .
2. 상추: 날이 더워지면 상추가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더 더워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냅니다~
3. 조림용 알감자: 자작자작하게 물 넣고 살짝 삶아내서, 기름 두르고 볶다가 조청과 간장 조금 넣고 조려주면 됩니다.(*조청 다 드신 분은 별도로 주문해주세요.) 여름이네는 요즘 감자, 오이반찬으로 여름을 보내고 있네요^^
4. 열무얼갈이김치: 여름엔 열무얼갈이김치가 최고지요. 갈수록 벌레가 많이 먹기 시작하네요. 비빔밥, 비빔국수에 넣어 드시면 상큼, 칼칼하니 좋아요. 
5. 아욱: 아욱 한번 더 보내드립니다. 단백질, 칼슘, 무기질 등이 풍부해서 특히 아이들에게 좋답니다. [줄기 쪽은 쫑쫑 썰어 넣고, 행주 빨 듯이 박박 문질러 씻어서 녹색물 빼고, 된장국에 마른새우와 함께 넣어 푹 끓이면 맛있는 아욱된장국이 됩니다.]
6. 부추: 부추 양이 많지는 않네요. 그래도 한번 부침개해서 드세요. 비오는 날 별미.
7. 깻잎 : 쌈도 싸 드시고, 쫑쫑 썰어서 비빔밥에 넣어도 좋고요. 부추와 함께 부침개해도 좋지요.
8. : 동네 이웃분이 무를 수확하고 밭에 많이 남았다고 하셔서, 엄니와 아줌니께서 급히 출동하셨습니다. [얇게 썰어서 (냉면과 함께 나오는 무김치 스타일로) 살짝 소금, 설탕(매실효소)에 절였다가 고춧가루, 생강즙 넣고 살살 무쳐 먹어도 맛있지요. 푹 끓여서 국물로 쓰셔도 되고요. 생선조림 할때 넣어 드셔도 좋지요.]
9. 꽈리고추: 꿈이자라는뜰 농장에서 자란 것이예요. 멸치볶음에 함께 넣어 드시면 여름 별미예요. 요리 포인트는 포크나 이쑤시개로 꽈리고추에 구멍을 뽕뽕 뚫어서 볶아주세요. 그래야 양념이 잘 스며들어요. 양이 많지 않아 조금씩 넣어드립니다. 제법 맵습니다.
*  햇양파: 좀 더 말려서 다음 번 보따리에 보내드릴께요~


* 다음 보따리는 7월 20일(수)에 보냅니다. sonong.tistory.com